레지 드 사 모레이라/ 위즈덤하우스/ 2014
-책방주인의 주변인
책방주인은 친구가 없지만 다섯 형제와 다섯 누이가 있다. 그들은 수천킬로미터 떨어진 세상에 산다. 책방주인은 형제들이 생각나는 페이지가 있으면 뜯어내 우편으로 보낸다. 모두들 그가 보낸 페이지를 읽는다. 먼훗날 그들이 받았던 페이지를 모아 책으로 만들어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책방주인의 페이지를 받은 형제들은 하루에 한 번씩 편지를 보내온다. 매일 아침 편지가 도착한다. 이런 일이 실제로 있다면 어떨까? 형제자매들이 매일 편지를 쓰는 일, 상상만으로도 마음이 따스해진다.
책방주인은 세 여자를 사랑했고 그들에게 온 마음과 정성을 쏟았다. 그녀들이 떠난 후 그의 마음은 텅 비었다. 책과 형제자매들로 빈 공간을 채웠다. 책방에 오는 손님들도 그의 마음을 채워주었다.
-책방주인의 독특한 생각들
책방주인은 책을 읽으면 자신이 세상으로부터 사랑을 받는다고 느낀다.
‘책방주인의 가장 흥미로운 점은 그가 책을 닮았다는 사실이었다. 겉모습은 마치 딱딱한 하드커버 책 표지 같았고, 속은 인생의 사소하거나 큰일들이 적힌 페이지로 빽빽이 들어차 있는 것 같았다. 이미 쓰인 페이지가 얼마나 있고 앞으로 얼마나 더 쓰일지 가늠할 수 없었다.’
우리 인생을 닮았다.
특이한 점은 이 책방은 365일 24시간 열려있다는 것이다. ‘열려 있음’이라는 문구를 문 앞에 지워지지 않도록 써놓았다. 언제나 열려있도록. 책방을 찾아온 손님이 실망하고 돌아가지 않도록 언제나 열려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책방주인은 믿음이란 없던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천국과 지옥, 그리고 천국과 지옥으로 인도하는 모든 규칙을 믿는 사람들은 그들이 믿는 규칙에 정확히 일치하는 천국과 지옥을 보게 될 터였다.’
‘허무를 믿는 사람들은 허무를 보게 될 터였다. 아무것도 믿지 않는 사람들은 아무것도 보지 못할 터였다.’
그럴듯한 말이라 순간 책방주인의 생각이 진리인 듯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 또한 책방주인의 믿음일 뿐이다. 아무도 사후 세계를 본 적이 없으니 무어라 단정지을 수는 없는 일이다. 자신이 믿는 대로 된다는 말은 종교나 죽은 후의 세계를 떠나 현실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을 믿고 행동하는 자와 그렇지 못한 자가 빚어내는 결과가 얼마나 다른지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자기 신념을 넘어 긍정적 확신을 가질 때 나오는 결과는 무섭도록 차이가 난다.
-책방과 손님
책방주인은 손님 중 문제에 빠진 사람을 알아볼 수 있다. 그들은 책에서 해결책을 찾으려고 하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책방주인은 알고 있다. 그래도 그는 책을 포기할 마음이 없다.
마음이 답답할 때, 우울할 때, 목표했던 일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 책을 찾아 읽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현실에서 누구를 붙잡고 하소연한다고 해결되어지지 않는 문제들을 책을 통해 해결하는 사람들이 있다. 노력을 기울이고 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해 책을 읽다 보면 스스로 답을 얻지 않을까? 꼭 책이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을 통해 내면에서 정리가 되어나갈 때도 있다.
책이 직접적으로 문제를 없애주지 않지만 책을 읽는 사람들은 알게 된다. 책은 마음을 추수리고 다시 일어나게 해주는 놀라운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손님들은 별의별 책을 다 찾는다. 다양한 만큼 다양한 책들을 찾는다.
심지어 “가전제품이 한 대도 나오지 않는 책이 있나요?”
책방주인이 물었다.
“잠깐, 잠깐만요, 냉장고도 안되나요?”
“냉장고는 특히 안 돼요.”
책방을 하다 보면 많은 종류의 손님들을 만나게 된다는 것을 빗대어 예를 든 것이 아닐까? 정말 이런 책을 찾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니 있을 수도 있겠지? 책방 운영을 해보지 않았으니 알 수 없지만 손님들의 요구가 제각각일거라는 생각은 든다. 주인의 재치있는 질문과 손님의 황당한 대답에 웃음이 나온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한 번 씩 꿈 꿔봤으리라. 자신이 좋아하는 책들로 빼곡이 채워진 책방을. 좋아하는 작가를 초대해 북콘서트도 하고, 지적인 작은 파티를 여는 꿈들을. 그러나 현실의 장벽이 높아 결국 포기하고 아주 드물게 있는 책방을 찾아 어려운 발걸음을 했을 것이다. 책방에 들어서는 순간 다른 세상이 펼쳐지고 아무 것을 하지 않아도 마음이 채워지고 오래 머물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재치와 독특한 책방주인의 정신세계가 펼쳐진 책장을 넘길 때마다 기대감으로 내내 설레었던 기억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