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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인간 ◕ 붉은 거북 ◔

The red turtle

by 글로

감독: 마이클 두독 드 비트


69회 칸 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심사위원 특별상 (2016)

한 남자가 표류한다. 배를 만들다 실패하고 실패하고 실패한다. 붉은 거북이 다가온다.

어느날 일어나보니 거북은 여자가 되어있다. 풍성하고 붉은 머리카락을 가진 여자.

한참을 누워만 있는다. 햇빛이 강해 여자위에 그늘막을 만들어준다. 비가 온다.

여자는 눈을 뜨고 자신의 등껍질을 바다로 흘려보낸다.

둘 사이에 아이가 태어난다. 남자아이. 아이는 자라 청년이 된다. 갑자기 지진과 쓰나미가 섬에 몰려온다. 모든 것을 쓸어가 버린다. 남자아이가 먼저 깨어나고 바다에 떠다니는 아빠를 발견한다. 엄마도 발견해 구출한다.

세월이 흘러 청년은 먼길을 떠난다. 바다로 향한다. 남자와 여자는 늙어간다. 남자는 죽고 여자는 다시 거북으로 돌아간다.




에니메이션 영화다.

침묵의 언어. 대사가 없다. 그러나 이해 못할 내용은 하나도 없다. 우리는 침묵으로도 살아갈 수 있는데 왜 그렇게 많은 말을 하는 걸까?

아름다운 자연, 남자와 여자가 살아내는 바다. 친구가 되어주는 거북, 게, 물고기들

지는 해, 노을, 파도소리.

아름다운 영화다. 눈을 뗄 수 없을만큼 몰입도가 높다.

이토록 아름다운 자연, 그 중에 바다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주지만 또한 그만큼 앗아갈 수도 있다. 애초에 남자는 바다로 인해 섬에 표류하게 된 것이니 말이다. 영화적인 사건의 전개지만 가끔은 생각해본다. 무인도에 떨어진다면 과연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더구나 혼자서 섬에 표류한다면 인간은 무엇으로 어떻게 살아낼 수 있을까?



가장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것은 무엇일까? 물이 필요할 것이고 잠자리가 있어야하며 먹을 것을 구해야한다. 물,잠자리,음식. 인위적이고 덧붙여진 모든 것을 빼고 나면 우리에게 남은 것은 이것이다. 그것을 위해 일하고 또 일한다. 그래서 얻어진 물,잠자리,음식.

그러나 이 세가지 것을 제외한 나머지 것들은 무엇일까?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더 즐겁고 더 잘나보이게 하기 위한 것이다. 근사한 주거지와 차, 화려한 옷과 불필요한 많은 가전제품은 어찌보면 인간을 인간답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수많은 말과 책은 또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그래서 우리는 무슨 발전을 이루었나? 기껏해야 자연환경 파괴밖에 한 것이 더 무엇이 있나? 수많은 쓰레기와 폐기물로 인해 바다를 오염시키고 더럽힌 것밖에 없다.

자연의 순환에 따르지 않고 거스르며 언제든지 구할 수 있는 음식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것들을 망가뜨렸나?




아름다운 영화와 어울리지 않는 생각뿐이지만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우리의 삶이 너무 많이 진행되어 이제는 다시 거꾸로 가야하는 것 아닐까? 자연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더불어 살고 훼손하지 말아야하는 것이 아닐까?


거북처럼, 자연처럼 어우러져 살아야하는 것 아닐까? 눈만 뜨면 디지털과 AI를 운운하는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생각이 자꾸 떠올랐다.

필요하지 않은 말들로 감정을 표현하고 때로는 속이고 분쟁하지만 소통이 되지 않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세분화될수록 알 수 없는 인간들의 속내는 무엇으로도 정확히 나타낼 수 없다. 말을 할수록 골이 깊어지고 패가 갈라진다.

자연과 함께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자연의 일부가 되어 살아가면 얼마나 좋을까? 붉은 거북을 보며 처음에는 남자가 불쌍했다. 혼자 섬에 표류하며 얼마나 공포스럽고 불안했을까? 그러나 그것이 우리의 본래 모습이다. 그렇게 살았어야 할 인간이 사회를 만들며 함께 한다고 하지만 결국 우리는 모두 하나의 섬이다. 옆에 있을 뿐 가 닿을 수 없는 섬을 만들어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있다. 옆에 있어서 더 외로운 섬들이 되어버렸다.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면 좋을 따뜻한 마음으로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살았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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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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