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꿈쟁이 May 17. 2023

크리스마스이브에 일어난 일

뜻밖의 선물(3)

크리스마스 전날...

요즘도 그럴까? 아마도 그렇겠지.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아님 연인들이라면

많이 분주하고 설렐 거야.

사실 아이가 훌쩍 커서 성인이 되어버린 내게

크리스마스는 별 감흥이 없네.

그래서 상상이란 것을 해보기로 했다.

언제부터인가 사는 것이 너무 밋밋한 거 같아서...

꼭 필요한 거, 쓸모만을 따지는 내게

약간의 변화를 주기로 했다.

상상이란 게 딱히 돈이 들어가는 것도 누군가를 귀찮게 하는 것도 아니니까.


첫 장면은 화려하게 번쩍이는

그리고 눈이 막 오기 시작한  도심을 그렸다.

바쁘게 걷는 사람들...

근사한 저녁 식사를 위해 약속장소로 향하는 가족들.

다섯 살쯤 되어 보이는 꼬마의 손에 곰인형이 들려있다.

작년 크리스마스 때 산타 할아버지에게 받은 선물이다.

말랑말랑 보들보들한 곰인형을 아이는 '꼼'이라고 불렀다.

지난 일 년 내내 아이는 늘 꼼과 함께 했다.


오른쪽엔 폼나게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거리를 가로지르는 소년이 보인다.

앞을 똑바로 보는 것 같지는 않다.

분명 딴생각을 하는 거 같다.

 

그럴 줄 알았다.

기어이 사고를 내고야 만다.

스케이트 보드를 타는 소년과 다섯 살 여자 아이가 부딪혔다.

그 바람에 손에 꼭 쥐고 있던 꼼을 놓쳤다.


보드 타는 소년은 내 아들이 모델이다.

물론 아들은 소년이 아니지만...

이따금 보드를 타고 도로 갓길을 다니기도 하는 모양이다.

열심히 만류해 보지만 소용없다.

헬멧이라도 쓰던가. 그것은 말이 안 된단다.

보더들의 정신에 어긋난다나 뭐라나...

음... 욕이 나온다. '뭔 개 풀 뜯어먹는 소리냐?"

마침 알고 지내는 이웃이 경찰이다.

얼마 전 "아드님이 신나게 보드 타고 가던데요." 한다.

순간 반짝반짝....

바로 그에게 부탁했다.

"걔 다시 보면 꼭 딱지 끊어주세요.

도로교통법 몇 조 몇 항 위반... 그럴싸하게 말해주세요."

그가 피식 웃는다.

"너무 위험하잖아요. 그러다 사고라도 나면 어쩌려고..."

"네. 알겠습니다."


붕 떠서 날아오른 꼼이를 발견한 이는

장난감 가게 차양막 위에서 잠자고 있던 보라색 고양이 대장이다.

마치 '넌 뭐냐?' 하는 표정...

장난감 곰인형인 꼼의 표정엔 아무런 변화가 없다.

당연하지... 장난감이니까.



날아오른 것은 무엇이든 누구든 추락하기 마련이다.

다시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질 꼼을 보라색 고양이 대장이 구했다.

휴우~

꼼과 대장이 차양막 위에 벌렁 누워 안도의 한숨을 쉰다.

곰인형을 잃어버렸다고 울어대는 아이를 아빠와 엄마가 달랜다.


이 일이 크리스마스이브에 일어난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고양이로 말할 거 같으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