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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아 Mar 02. 2024

새로운 인연과 새로운 추억

파리의 추억은 또 쌓인다

이번 여행에서 방문했던 여러 국가와 도시들. 그곳에서는 다양한 마주침으로 인해 새로운 친구가 된 인연이 여럿 있다. 그리고 그중 나와 비엔나 여행을 함께 했던 C, 두브로브니크 여행을 함께 했던 E와 F. 그들은 나와 각각의 도시에서 만났던 추억들을 재밌게 기억해 준 만큼 내가 있는 파리까지 방문해 주었다.


동행이란 게 그렇듯 여행이 끝나고 난 뒤에도 그 관계가 오래 지속될 수도 있고, 혹은 단편적인 만남으로 그 인연이 끊어질 수도 있는 것이지만 적어도 내가 있는 동안 또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이곳으로 와준 그들에게 고마웠던 만큼  또 함께 재밌는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나와 함께 하는 일정이라면 빠질 수 없는 곳, 우리가 처음 만나기로 한 곳은 역시나 몽마르트였다. 이때는 신세 지던 친구네 집에서 나와 개인숙소를 잡았던 터라 몽마르트와는 더욱 거리가 멀어졌지만, 그래도 파리의 도시규모가 큰 편이 아닌 만큼 오래간만에 전철 여행하는 듯한 기분으로 느긋하게 도착할 수 있었다.


비록 동선상 중간에 내려 몽마르트까지 20분 정도를 걸어가야 하긴 했지만, 이 길조차 나에겐 추억이 참 새록새록한 곳이다. 근처에는 퓨전 한식당이 있었는데, 더워지는 날씨에 방문했던 어느 날 프랑스에선 보기 힘든 음식인 물회를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다. 그래, 나는 정말 파리 하나하나에 추억이 녹아있구나.




몽마르트에서 그들을 만나 시작한 투어. 하지만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몽마르트 공원은 폐쇄되어 있었는데 그 이유가 태풍 때문이라고 하더라. 사실 나조차 프랑스에서의 태풍은 처음 겪어보는 만큼 아주 생소한 경험인 만큼 당일 파리는 최악의 날씨에 말도 안 되는 바람이 불었던 데다 심지어 내 친구 중 하나는 바람으로 인해 집의 유리창까지 파손될 정도였다니 말 다했지 뭐.


그렇게 공원을 우회하여 몽마르트 언덕을 올라가 좋아하는 장소를 여럿 공유하며 산책을 하다 보니 이번에는 갑자기 억수로 쏟아지는 비. 유럽사람들이야 어느 정도의 비는 느긋하게 맞아가며 일상을 살곤 하지만 이건 현지인들도 도저히 맞을 정도가 아니라서 사크레쾨흐 대성당으로 급하게 피신했다.


그곳에서 휴식을 취하며 30분 정도 비가 그치기를 기다려보니 다행히 점차 날씨가 맑아지더라. 이후엔 내가 살았던 동네를 더불어 이곳저곳에 있는 관광 스팟과 길거리 음식, 빈티지샵들을 방문하며 정말 여행객 다운 행보를 이어갔다.


너무 좋아하는 식당! 심지어 우리집 바로 앞쪽에 있다 :)


나름의 힘든 일정을 마치고 마무리는 좋아하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 가서 식사를 했는데, 이곳은 트러플 피자와 파스타가 유명한 곳으로써 보통은 예약을 해야 하지만 이번엔 운 좋게 잠깐의 대기를 거친 후 바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들도 이곳의 요리를 매우 좋아했고, 나 역시 오랜만에 방문하며 만족스러운 식사를 했다.




그 후엔 바로 트로카데로로 이동. 사실 이번에 머무는 열흘간 에펠탑을 보러 간 적은 한 번도 없던 데다 딱히 계획도 하지 않았었는데 아무래도 여행자 친구들과 함께 다니다 보니 또 이런 기회도 생기네.


내가 프랑스에 거주할 당시는 올림픽으로 인해 트로카데로가 꽤나 긴 공사 중이었기에 늘 펜스가 쳐져 있었는데 이젠 그 공사가 모두 끝났더라! 그 탁 트인 모습은 꽤나 좋았기에 오랜만에 에펠탑 구경을 기분 좋게 할 수 있었다.


그래도 여행객 느낌을 살려 한번 찍어본 에펠!


이곳에선 사진에 열중하는 그들을 내버려 둔 뒤 잠시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다. 어쨌든 간에 이렇게 다시 마주한 에펠, 아닌 듯 그대로인 모습은 참 여전하구나. 파리에 살며 에펠탑에 추억이 없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내게 있어서 이제 에펠탑에 얽힌 추억들은 기억 속에 많이 흐려졌지만, 그래도 1년 전 그 모습은 어제 일만큼 눈에 선하다.




다음날은 우리들의 주요 이벤트, 파리에 온 김에 PSG의 축구 경기를 보기 위해 넷이서 함께 스타디움을 방문하기로 했다. 사실 난 축구에 큰 관심이 있는 편이 아님에도 파리에 머물던 시절 우연한 기회로 직관을 다녀왔을 때의 너무 재미있던 기억이 있기에 이번에도 그때의 즐거움을 되살리고자 다 같이 가기로 했다.


현장의 열기에 같이 흥이 올라 응원하며 재밌게 보고 있는데, 마침 그날은 현재 PSG에서 뛰고 있는 이강인 선수의 첫 데뷔골이 있던 날! 우리는 흥분의 도가니에 다 같이 소리 지르고, 주위에 있던 프랑스인들도 같은 한국인인 우리를 보며 함께 환호해 주었다. 언어도 다르고, 국적도 다른 사람들과 한 팀을 응원한다는 이유만으로 다 같이 어울린다는 건 참 즐겁고 행복한 일이다.

 

직관의 열기는 늘 대단하다


그렇게 뜨거운 시간을 보낸 뒤, 나의 여행자 친구들과 함께 보내는 마지막 날인 만큼 다 같이 한 명의 숙소에 방문해 술을 마셨다. 아직 서로가 직관의 열기로 인해 텐션도 올라있던 터라 온갖 맛있는 음식과 술을 즐기며 새벽 늦게까지 대화를 이어나갔다.


이때의 주제는 결혼 및 연애에 대한 가치관이었는데, 비슷한 또래인 만큼 어딜 가도 비슷한 내용의 얘기가 나오는구나 싶어 웃음이 나기도 했다. 차이가 아주 크다고 볼 순 없지만 이제 이십 대를 시작하는 그들과 이십 대를 거의 마무리 지은 나. 그렇기에 누군가는 나의 이전 모습을 품고 있는 것 같기도 했고, 누군가는 내 지금의 모습과 닮아있기도 한 느낌이 들었다. 관계에 정답은 없는 거니까, 나나 그들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인연을 잘 만들어가겠지 뭐.




나를 제외한 그들은 휴학하고 이곳을 길게 놀러 왔거나 교환학생의 신분으로 방문했기에 내가 귀국한 이후에도 유럽에 머무는 동안 그들끼리 친하게 지내면 좋을 것 같아 서로를 소개해주고 싶기도 했고, 짧은 일정을 함께 하며 오랜만의 여행분위기를 낸 파리는 나 역시 재밌었다.


새로운 친구들과 또 새롭게 쌓은 파리의 추억. 언제나 시간은 흐르고, 또 새로운 인연은 쌓인다. 어떻게 될진 모르겠지만 이들은 한국에서도 꼭 또 만나고 싶을 것 같다.


그리고 여행을 처음 시작할 때의 내가 했던 실수와 달리, 이번에는 그 얘기를 잘 나누었다! 이전의 내 방어기제, 여행의 초반을 함께했던 A에게도 저질렀던 그 실수는 더 이상 없다.


'보면 보고, 아니면 마는 거지.'라는 자기 방어성 대답이 아니라 너네가 보고 싶을 거라고, 한국에서 보면 좋겠다고, 너희들은 내 덕에 좋은 여행을 했다고 고마워했지만 사실 내가 너희들에게 더 고마웠을지도 몰라.


요 며칠간은 즐겁다는 단어를 아끼지 않아도 될 정도로 소중한 날이었다. 여행객 친구들과 함께하는 바쁜 일정이 피곤할 때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이런 좋은 날을 가질 수 있었기에 참 다행이야. 오스트리아의 비엔나에서 만난 C, 크로아티아의 두브로브니크에서 만난 E와 F 가 있어 너무 즐거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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