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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아 Feb 29. 2024

내가 프랑스에서 쌓아간 인연들

나를 반겨줘서 정말 고마워

파리에서 머무는 열흘의 시간 동안, 유학생 시절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을 참 많이도 만났다. 그들은 나의 방문을 반가워해주었고, 또 즐거워하며 함께 시간을 보냈다.


도착한 다음 날, 이곳에서 카페를 운영 중인 친구를 만났다. 비록 1년 넘게 보지 못했던 친구지만 어색하다는 감정도 전혀 없이 반가웠다. 다만 예전에는 만나면 마냥 해맑게 얘기하던 이전의 모습과는 달리 아무래도 각자의 위치에 대한 책임감이 점점 커가며 받는 스트레스도 있어서 그런지 이제는 우리의 만남에 묘하게 차분한 느낌도 들더라.


머무는 동안 그의 카페에 정말 자주 들렀다. 어떤 날은 가서 내 업무를 보기도 했고, 어떤 날은 다른 친구와 함께 만나 가벼운 수다를 떨기도 했고, 또 어떤 날은 그 친구가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스스로에게 자극을 주어 나 역시 다시 한번 열심히 살아가야겠다고 생각하는 혼자만의 다짐을 갖기도 했다.


너의 앞길을 늘 응원해 :)


이 친구는 계속 프랑스에 머무를 테고, 나는 한국에 돌아갈 사람이지만 주어진 며칠 동안 의미 깊은 이야기를 나누며 좋은 시간을 가졌다. 질투심이라곤 단 하나도 없이 앞으로 더욱 잘되기만을 바라는 나의 친구.




내가 몇 년간 살았던 곳이다. 이곳은 어딜 가도 내게 익숙한 장소 투성이인 데다, 아는 사람도 넘쳐나는 곳이다. 비록 살아가던 당시엔 이곳 특유의 좁은 사회가 약간 답답하기도 했지만, 어쨌든 이제는 여행객의 입장인 나로선 더 이상 아무 상관없는 얘기였다.


그래서 굳이 이 말을 왜 꺼냈냐면, 나에겐 카페를 운영하는 친구뿐만 아니라 펍에서 일하는 친구도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 그는 내가 방문할 때마다 술을 무료로 제공해 주었고, 그의 업무시간이 끝난 뒤에는 새벽까지 하는 근처 또 다른 펍에 가 시간을 보내던 좋은 추억이 있는 장소이다.


한국인들에게 점점 입소문을 탄 식당


그뿐만이 아니다. 내가 프랑스에 왔다는 소식을 듣고 독일에서도 한 친구가 파리를 방문해 주었고, 다른 친구들도 다 같이 모여 내가 좋아하던 양고기 스테이크를 파는 단골 레스토랑에 방문해 와인 한잔과 함께 아주 맛있는 식사를 했다. 그곳은 혼자서도 참 자주 방문한, 아늑함이 가득 느껴지는 좋은 장소이다.




수아레, 프랑스에서 절대로 수아레를 빼먹을 수는 없다.


프랑스어인 수아레(soirée)는 술과 맛있는 음식, 좋은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라 생각하면 된다. 뭔가 거창한 듯 적어냈지만, 결국은 단순한 '술자리 파티'다.


하루는 내가 프랑스에 방문했다고 친한 친구가 집에서 수아레를 열어주었다. 이전부터 알던 반가운 사람도 있고, 새로 보는 사람도 있었다. 원래 수아레란 그런 거다. 내가 모르는 사람이 한가득 있더라도 함께 술을 곁들이며 친해지고, 시간을 보내는 것. 이날은 별 시답지 않은 걸로 분위기가 과열돼서 즐겁게 토론도 하고 장난도 치며 놀았다.


나는 이미 1년 넘게 이곳을 떠나 있었음에도, 마치 늘 이곳에 있던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정겨운 사람들과 같은 공간에 도란도란 모여 앉아 얘기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았는지. 한국의 정서와는 비슷한 듯 다른 파티가 바로 이 수아레인 만큼 오늘의 이 자리가 너무 감사하면서도 행복했다.




프랑스에서의 내 인연은 정말 차고도 넘친다. 내가 온다고 지금까지 가보지 못했던 멋진 식당도 예약해 주고, 심지어 그 한 끼를 사주기까지 하며 앞으로의 내 행복을 바라주던 일본인 친구. 아직 그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시절 만났던 그는 늘 나에게 상냥했다.


우주를 배경으로 했던 식당, 사진보다 훨씬 예뻤어!


마레지구를 산책하던 도중 우연히 만난 내 대학시절 친하게 지낸 프랑스 친구. 심지어 그는 코로나로 인해 우리의 대학 라이프가 흐지부지 된 후 단 한 번도 마주친 적이 없었는데, 열흘간의 짧은 프랑스 체류에서 만난 게 너무 신기하고 반가웠다.


내가 방문한 기간엔 할로윈이 있었던 만큼 또 술자리가 이뤄지지 않을 수 없었다. 정말 많은 옛 친구들이 한자리에 모여 웃음으로만 가득한 시간을 보냈던 만큼 다들 그날의 자리가 너무 즐거웠는지 그 후로도 몇 번이나 더 만나 함께 술을 마셨다.


심지어는 나의 거래처들까지. 비록 첫 인연은 일로써 시작했으나 나의 파리생활 중 가장 자주 얼굴을 접했다고도 말할 수 있는 그들은 오랜만에 마주했음에도 나를 너무 반가워하고, 새로운 직원들을 소개해주기도 했으며 선물까지 챙겨주기도 했다.


파리에 있는 동안 이렇게 반가운 친구들 마주하고, 그저 즐겁게 시간 보낼 수 있는 것들이 너무 좋았다. 사실 오기 전까지만 해도 이곳에 있는 기간을 너무 길게 잡았나 싶긴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잘한 것 같아.




심각한 코로나로 인해 외출 통제로 집조차 나가지 못했던 2020년, 나는 정말 단 하나의 친구도 없이 홀로 보냈던 경험이 있다. 과장이 아니라 정말로 단 한 명도 없었다. 프랑스 친구들도, 유학생 친구들도 모두 각자가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갔지만 나 혼자 파리에 남아있었던 그 시절.


연휴부터 생일, 새해까지 혼자 보냈던 그때의 외로움. 혹여 힘든 일이 있어도 누구한테 풀지도 못한 채 혼자 방에 틀어박혀 울기도 많이 울었었다. 정말 한국에 돌아갈까 수없이 고민했던 그 시기가 그나마 나아지기 시작한 건 제재가 완화된 2021년부터였다. 다행히 그때부턴 이렇게 소중한 인연이 참 많이도 생겼지.


사실 그녀는 나의 외향적인 성격을 그다지 좋아하진 않았다. 근데 있잖아, 결혼을 꿈꿨던 만큼 어떤 인연도 너보다 중요한 건 없었지만 그들 역시 내게 소중한 인연이었어. 성인이 되자마자부터 혼자 외로이 타지에서 살아가면서 나에게 큰 위안을 준 사람들이었어.


이제 와서 그녀에게 나의 행동에 대한 이해를 바라진 않는다. 그럼에도 방금 적은 말을 다시 한번 적어내자면, 결혼을 꿈꿨던 만큼 어떤 인연도 그녀보다 중요한 게 없었던 건 정말 사실이었는데.


언젠가 다시 한번 프랑스에 함께 온다면 나의 이 좋은 인연들을 그녀에게도 소개해주고 싶었지만, 그 마음도 이젠 혼자만의 생각으로 맴돌다가 잊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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