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장녀
지난 주말 쉬고 있을 때 장모님께 전화가 왔다.
"사위 잘 쉬고 있어? 심심하지는 않아?"
주말 아내가 서울에 일이 있어 집을 비워서 혼자 있는 내가 걱정되었는지,
장모님께서 밥은 잘 먹고 있는지, 심심하지는 않은지 전화를 주셨다.
나에 대한 걱정으로 전화를 주셨지만 통화를 하면서 수화기에 나온 내용은 다 아내에 대한 내용이었다.
아내가 요즘 허리가 아픈데 허리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건강과 운동까지,
그리고 아내가 하려고 준비 중인 일에 대한 얘기까지..
정작 본인 얘기는 없으셨다.
모두 아내에 대한 얘기였고, 한참이나 대화를 나누었다.
그리고 나에 대한 당부까지. 물론 아내를 잘 부탁한다는 당부였다.
통화를 할 때는 아내에 대한 요청과 걱정만 느껴졌는데,
지나고 나서 생각해 보니 모두 아내에 대한 사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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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장모님은 서로에 대한 표현이 참 서툴다.
내가 그러듯이, 아버지와 나 사이의 관계가 그러듯이, 아내와 장모님의 사이는 서툰 표현만이 가득하다.
우리네 어른들은 다 비슷하다.
장모님은 자식에 대한 사랑으로 이렇게 했으면, 저렇게 했으면 하는 타박을 하신다.
그 속에는 아내가 더 잘 되길 바라는, 건강하고, 또 하나의 가족 구성원으로서 더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다.
하지만 서툰 표현, 타박하는 듯한 표현은 아내가 능히 다 받아 낼 수는 없어 보였다.
그러니 아내 모르게 나에게 전화로 말을 하고 내가 잘 이끌어 내길 바라시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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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도 아내 나름대로 장모님에 대한 사랑이 가득하다.
하지만 장모님 앞에서는 그 사랑을 드러내기 어려워 보인다.
딱딱한 말투로 장모님의 말에 대답하고, 돌아서서 후회하는 모습이 처음에는 의아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이해도 되었다.
그런 모습을 보고 내가 아내에게 붙인 별명이 있다.
'K 장녀'
결혼하기 전 연애할 때 붙인 별명이다.
나랑 있으면 살갑게 얘기를 하고 혼자일 때 전화를 받으면 사랑스럽게 받아주던 그녀가,
부모님 앞에서만큼은 차갑고 무뚝뚝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는다.
그래서 붙인 별명 'K 장녀'
그런 아내의 변화가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이제는 이해가 된다.
장녀로서 살아온 그녀는 늘 부모님의 기대와 희생을 요구받으면서 살아왔기에
집에서만큼은 좀 더 강하고 때로는 냉소적으로 변했으리라 생각된다.
여린 그녀이기 때문에, 마음속으로는 부모님에 대한 사랑과 미안함이 담겨있으리라 생각된다.
제목은 장모님의 딸 사랑이지만, 아내의 장모님 사랑으로 붙여도 무방하다.
두 명 다 서로에 대한 사랑을 나를 통해서 표현하고,
서툰 표현이 오가면서 때로는 상처받기도 하지만,
서로에 대한 고마움과 사랑만큼은 상처받지 않고 온전히 잘 전달되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