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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괴물의 장례식

가족의 다른 기억, 나만의 지옥

by 소망안고 단심

'그냥 사라지게 해 주세요'

간절히 외치고 외치지만,

다연의 외침은 무언가가 짓누르는 듯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컥… 컥…”

다연은 고통스럽게 몸부림쳤다.


무언가 검고 거대한 것이 다연에게 다가와 가슴을 짓누른다.

벗어나려고 발버둥 칠수록 검은 그림자는 더 세차게 그녀를 조여왔다.


“그러지 마세요… 제가 잘못했어요… 아빠! 그러지 마세요!”

다연은 절규했지만, 그 목소리마저 목 한가운데서 막혀 나오지 않았다.


장례식장 한구석, 컴컴한 작은 방 안.

다연은 식은땀으로 흠뻑 젖어 고통스럽게 몸부림치고 있었다.

한겨울 그날 밤처럼 온몸이 오싹하게 추웠다.

영하의 급냉실에 들어간 것처럼 다연의 가슴은 얼어붙어갔다.

찢어지는 고통에 그녀는 결국 놀라 깨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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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방 밖에서 술기운 가득한 남동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간암이셨던 아버지… 몇 년 못 사시고 돌아가실 줄 알았으면 내가 더 찾아뵙고, 더 잘해드렸을 텐데… 내가 나쁜 놈이야… 내가…”

흐느낌이 담긴 목소리였다.


그리고 잠시 후,

흐트러진 목소리로 또다시 이어졌다.

“근데… 왜 난 그때 그렇게 도망쳤을까… 누나 혼자 그 지옥에서 울고 있는데… 난… 난 도망쳤어. 겁쟁이처럼…”

남동생의 말들이,


그날 밤

뺨을 무섭게 후려쳤던 찬 바람처럼 다연의 귓가와 가슴을 할퀴었다.

날카롭고 차가운 바람이 깊고 어두운 동굴 속으로 그녀를 밀어 넣는 듯했다.


다연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아니, 그것은 단순히 눈에서 흐르는 눈물이 아니었다.


마음속 깊은 곳,

오래 눌린 상처에서부터 터져 나온 눈물이었다.


“그 인간한테 맞아 가출하고, 힘들다고 아빠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던 남동생은 누구였지? 지금 저 밖에서 흐느끼는 이 목소리는 또 누구지?”

다연의 마음은 점점 혼란스러워졌다.


분명 엄마도, 여동생도, 남동생도—

그 인간의 존재를 괴물로 여겼다.


있어서는 안 될 괴물.

집을 지옥으로 만들던 괴물.

한순간도 편히 눕지 못하게 만들던 괴물.

우리를 끝없이 괴롭히던 괴물.


그런데

지금, 여동생도 남동생도, 심지어 엄마까지…

그 인간이 사라졌다고 장례식 내내 울고 있었다.

그리고 지극정성으로 제사를 지내며 말했다.

“좋은 곳으로 가셔야 한다.”


엄마는 작은 방 한쪽에서 떨리는 손으로 불경을 한 자 한 자 눌러쓰고 있었다.

하루에 몇 장씩, 눈이 충혈될 때까지, 기도하듯 글자를 새기며.

지옥으로 떨어질 그 인간이 좋은 곳으로 가도록.

몇천만 원을 들여 제사를 지내고 절에 모시고 49제를 준비한다고 했다.


다연은 참을 수 없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살기 힘든 현실,

그 인간 때문에 대학교도 가지 못하고, 학원조차 제대로 다니지 못했다.

밥 한 끼, 위로 한마디 못 받으며 살아왔는데,

그 인간의 장례에는 왜 이렇게 돈과 정성이 쏟아지는 걸까?


다연의 마음 깊은 곳에서 서글픔이 차올랐다.


그래, 엄마는 늘 다연의 편이 아니었다.

그 인간 때문에 힘들 때,

엄마는 다연에게 의지할 대상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 인간의 눈치를 보며 다연을 다그쳤다.


그리고 지금, 동생들마저…

그 인간의 죽음을 슬퍼하며,

못 해 드려 죄송했다고 흐느끼고 있었다.


“내가 잘못된 걸까?

아니면 내 기억이 틀린 걸까?

같은 집에서 살았는데, 왜 나만 다른 지옥을 기억하는 걸까?”


다연의 마음은 두 갈래로 갈라졌다.

같은 집에서 함께 산 가족들이 맞는지 의심스러웠다.


싫다.

이 가족이 싫다.

우리는 정말 가족이 맞을까?

가족이라는 이름은, 이제 다연에게 가장 잔인한 굴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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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