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 속에서도 찾은 단 한 줄기 온기
그날은 정말 추웠다.
그 밤은…
칠흑같이 어두웠다.
눈발은 멈췄지만,
새벽바람이 뺨을 스치기만 해도 피부가 저릿저릿하게 얼어붙었다.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폐가 찢어질 듯 아팠다.
다연은 티셔츠 위에 아무 외투도 걸치지 못한 채, 슬리퍼를 신고 맨발로 눈 위를 걷고 있었다.
정신없이, 멍하니, 그러나 절박하게.
"죽을 것 같아… 너무 추워… 이 바보 같은 새끼는 대체 어디 간 거야… 왜… 다 나한테만 이래…"
오늘도 어김없이,
그 인간은 술에 만취해 집에 돌아왔다.
문을 박차고 들어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밥상을 엎고, 엄마를 밀치고, 발로 차고…
그 모든 폭력의 현장을 지켜본 막내 남동생은 결국 말을 잃고 집을 뛰쳐나가버렸다.
"그 새끼 잡아와! 야, 다연아, 지금 당장 네 동생 찾아와!! 그 새끼 내가 죽여버릴 거야!!!"
그 소리를 듣자마자 다연은 밤 11시가 넘은 시간, 제정신도 아닌 채 집을 나섰다.
울어도 바뀔 게 없단 걸 아는 얼굴,
그 얼굴로 다연은 온 동네를 헤맸다.
늘 앉던 놀이터 벤치, 버스정류장, 골목 어귀, 자주 가던 공터와 언덕길까지.
남동생이 있을 만한 곳은 다 찾아다녔다.
그러나… 없었다.
시간은 새벽 4시를 지나고 있었다.
발끝은 얼음장처럼 차가웠고, 신발 안쪽엔 눈이 녹아 젖은 양말이 달라붙어 있었다.
걸을수록 다연의 다리는 점점 더 무감각해졌다.
몸도, 마음도, 감정도 전부 얼어붙어 눈물조차 나오지 않았다.
"어디 있어… 제발… 어디 있는 거야…"
그때였다.
논 한가운데,
검은 비닐 아래로 볏짚 더미가 쌓인 것이 눈에 들어왔다.
다연은 주춤거리다가, 거의 기다시피 그곳으로 향했다.
발은 걷는 게 아니라, 질질 끌리고 있었다.
마음은 뛰는데, 몸은 꿈속처럼 움직이지 않는 절박함 속에서 숨이 가빠지고, 시야가 흐릿해지던 찰나—
비닐을 젖히고 볏짚 안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춥고, 축축하고, 아팠다.
하지만 그곳은…
너무도 따뜻해서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그 온기는 단순한 물리적 온기를 넘어, 그녀의 얼어붙은 감정을 녹이는 듯했다.
"아… 따뜻하다…"
다연은 몸을 웅크리고 작은 숨을 몰아쉬며 중얼거렸다.
"동생아… 어디 있니… 제발, 엄마가 기다려…"
'이대로 잠들면… 아무 일도 없을까…'
'그 인간도 없고, 그 집도 없고, 아무도 모르는 세상…'
갑자기 귀 안이 웅웅 거리기 시작했다.
머리가 울렸다. 멀리서 개 짖는 소리가 아득히 들려왔고, 이상하게도 그 소리가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다연아, 도망쳐. 다연아, 그 집으로 가지 마."
다연의 눈꺼풀은 점점 무거워졌다.
모든 게 고요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가라앉았다.
마지막 힘으로 그녀는 속삭였다.
"하나님… 아빠를 데려가 주세요. 그리고… 나도, 여기서… 그냥… 사라지게 해 주세요."
그 순간,
차가운 새벽 공기마저 멀어져 갔다.
어둠은 그녀를 삼켜버릴 듯, 조용히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