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오지 않을 아침
시멘트 창고를 개조한 집.
억지로 끼워 넣은 현관문을 열면 곧장 부엌이 보이고,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좁은 공간을 따라가면 방이 나온다.
문을 열고 방에 도착하기까지 1분도 채 걸리지 않는 이 집에서,
그날 밤 다연에게 그 1분은 절벽 끝 출렁다리를 건너는 것처럼 느껴졌다.
한 발 한 발 내디딜 때마다 몸이 울렁이고 세상이 흔들렸다.
속이 미슥거려 숨조차 쉬기 힘들었다.
그 순간,
다연의 귓가에 메아리처럼 맴돌던 소리가 들렸다.
“다연 아버지, 왜 그래요?”
울먹이는 엄마의 목소리.
“그 년 오라고 해! 오늘 다 죽여버릴 거야!”
술에 취해 날뛰는 그 인간의 고함.
멀리서 들려오는 개 짖는 소리는 다연에게 이렇게 들렸다.
‘다연아, 도망쳐!’
"도망가고 싶다. 아니, 그냥 지금 이 순간, 사라지고 싶다."
다연은 감히 입 밖으로 말하지 못한 그 말을 마음속 가장 깊은 곳에서 절규하듯 외쳤다.
'죽고 싶다고.'
방 안은 난장판이었다.
밥상은 엎어져 있고 술병은 나뒹굴고 있었다.
신발도 벗지 않고 들어온 그는 방 가득 흙먼지를 남겼다.
그리고 손에는 칼이 들려 있었다.
엄마는 늘 그가 늦게 들어올 것 같으면 칼, 망치, 빗자루 같은 물건들을 미리 숨겨두곤 했다.
하지만 그날은, 미처 준비하지 못한 날이었다.
깨진 유리컵 조각이 발에 밟히는 소리, 엄마의 비명 소리가 뒤섞였다.
엄마는 다칠까 봐 몸을 비틀며 한 손으론 그의 팔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론 칼을 빼앗으려 애썼다.
그러나 술기운을 이긴다는 건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쿵.
무거운 소리가 집을 흔들었다.
동생은 아빠에게 멱살을 잡힌 채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잘못했어요… 아빠… 제발… 엄마 다쳐요… 엉엉…”
동생의 흐느낌이 잦아들 무렵,
아빠의 날카로운 손이 동생의 뺨을 향했다.
짝 소리와 함께 동생의 얼굴이 휙 돌아갔다.
방문 앞에 서 있던 다연은 온몸의 피가 식어버리는 느낌에 고개조차 들 수 없었다.
숨이 막히고 가슴이 조여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았다.
‘왜 이렇게 춥지? 속이 울렁거려… 토할 것 같아.’
'하나님, 제발… 도와주세요.'
다연은 마음속으로 몇 번이고 간절하게 불렀다.
하지만 어느 쪽에서도 아무런 응답은 없었다.
다연의 집은 동네와 멀리 떨어진 산 밑 외딴곳에 있었다.
이런 지옥 같은 소동이 벌어져도 아무도 모른다.
이 상황을 감당하는 사람은 엄마, 어린 남동생, 그리고 다연. 오직 세 사람뿐이었다.
'언제쯤 끝날까, 이 밤은. 언제쯤… 저 인간을 하나님이 데려가 주실까…'
하지만 그날 새벽, 다연은 몰랐다.
그 인간이 그토록 늦게까지 살다가 이제야 세상을 떠날 줄은.
그날의 새벽은 너무도 길었다.
마치 아침이, 영원히 오지 않을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