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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spectum Sep 24. 2021

2021.09.24

1. 

 오랜만에 같이 보낸 명절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익숙했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같이 장을 보고 전을 부치고 밥을 해 먹고 강아지들을 산책시켰다. 분명히 몇 년간 떨어져 있었던 가족이었는데 그 몇 년이 순식간에 지워지고 채워졌다. 가족이어서 익숙하다기보다 익숙하기에 가족이라는 실감이 들었다. 

 부모님은 내가 명절 동안에 같이 있을 때 어떠한 변화도 보이지 않으셨다. 내가 기억하는 가장 마지막 모습과 너무나 닮았었다. 부모님들은 하루가 다르게 늙는다고들 하는데, 오히려 더 젊어지고 기력이 넘치셔서 밭에 심는 작물들을 늘리시고 고춧가루를 더 만들어서 팔려고 벼르고 계셨다. 

 명절이 끝나고 처음 맞이하는 평일에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명절 기간 동안에는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네가 돌아가는 순간 괜히 울컥하더라고.' 내가 해야 하는, 할 수 있는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이제는 좀 더 자주 찾아뵐게요.'



2. 

 소비에 대해 생각해본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값을 주고 실체가 있는 물건을 사는 행위에 대해서 말이다. 무언가를 사는 이유는 그 물건에 어떤 가치가 있고 그걸 누리기 위해서라고 생각했다. 근래에 이 생각의 근간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무언가 필요하지 않았다. 그 물건을 샀을 때 큰 가치가 있을 것 같지도 않았다. 그런데 그냥 사고 싶었다. 뭐랄까, 그냥 사는 행위가 하고 싶어졌다. 아직 명확하게 정리가 되지는 않았지만 소비에서 오는 복합적이지만 일시적인 변화가 느껴지는 듯하다. 뿌듯함, 기분 좋은 분주함 그리고 불쾌한 우월감 등등이 굉장히 짧은 시간에 몰려오는 순간. 그 순간을 위해서 소비를 하고 싶어 지는 듯하다. 

 새로운 과제가 생겼다. 소비라는 과정 없이도 효용 감을 느낄 시간을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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