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퀘스천
이상하게 브런치 글은 엄두가 잘 나지 않는군요.
블로그 글은 그래도 자주 쓰는 편인데..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요즘 질문에 꽂혀 있습니다.
질문에 대한 책을 이제 8권째 읽고 있습니다.
이런 게 어쩌면 집착일 수도 있고...
좋게 보면 집중이라고도 볼 수 있겠지요 ㅎㅎ
우선 첫 번째로 읽은 책은 <굿 퀘스천>입니다.
제목도 촌스럽고 표지도 촌스럽고...
작가는 '질문을 가장 많이 하는 직업'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코칭을 하고 있다는 의미이지요.
세상 바쁜 경영자들에게 질문을 몇 가지 하고 돈을 받는데, 상대방에게 깨달음을 줄 수 있다니...
어떻게 보면 참 어이없는 직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스티브 잡스나 구글의 에릭 슈미트, 페이스북의 셰릴 샌드버그 같은 사람들이 코칭을 받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 좋은 질문을 할 수 있는 능력은 얼마나 대단한 것일까... 생각을 하게 되기도 합니다.
우리 생각에는, 질문보다는 해답을 주면 더 좋을 것 같은데...
이 책에서는 이런 말이 나옵니다.
삶이란 누군가 제시해주는 이론이나 충고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삶이란 누군가로부터 해답을 듣는 것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 질문하고 도출하는 여행입니다.
누가 모르냐고? 생각이 들지만, 이상하게 틀린 말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누군가가 어쭙잖게 조언을 하거나 충고를 하면 일단 기분이 나빠집니다.
오죽하면 이런 말이 있겠어요?
부탁받지 않은 조언은 비난이다.
나이 들수록 남이 시켜서 무언가를 하게 되면 거부 반응이 생깁니다.
그런데 누군가 좋은 질문을 했을 때 질문을 받은 사람이 스스로 깨닫고 새로운 사고와 행동을 하게 된다면... 인생을 바꾸는 질문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제가 점점 질문에 매료되고 있는 것 같아요.
이 책에서는 '질문의 질을 높이면 자신뿐 아니라 주변 모두의 인생을 풍요롭게 할 수 있다'라고 감히 말합니다.
사실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
내가 어떤 질문을 하느냐에 따라
대화의 방향이 확 바뀌는 것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대부분 의식하지 못할 뿐입니다.
누군가 "시간 관리를 하고 싶어요. 회의가 너무 많아요." 이런 얘기를 할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질문이 어떤 게 있을까요?
어떤 회의가 많으세요? 이렇게 단순하게 질문할 수도 있겠지요. 또는,
시간 관리는 어떤 의미세요? 이렇게 좀 더 탐색하는 질문을 할 수도 있고,
회의가 많을 때 어떤 기분이 드세요? 감성을 터치하는 질문을 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질문을 하느냐에 따라 그날 대화의 방향이 굉장히 달라질 수 있겠지요?
예전에 <결정적 순간의 리더십>에서 이런 얘기를 읽은 적이 있어요.
"상담 전문가인 지인의 얘기다. 스승 댁에 방문했더니 사모님이 차를 내오면서, "김 박사, 자네 상담 오래 했다면서?"라고 물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이런 질문에 어떻게 대답했을까요? 아마도 스승님과 사모님께 한껏 자기 얘기를 하기에 바빴을 것입니다. "네, 한 20년 했지요. 대학에서도 가르치고요..."
그런데 이 책에 나온 지인은 자세를 고쳐 앉으며, "사모님. 요새 무슨 답답한 일 있으세요?"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그 순간 사모님과의 대화가 얼마나 달라졌을까요? 이 지인은 말 자체보다는 그 말 뒤에 있는 감정, 더 나아가 그 사람을 느낀 것일 수 있습니다.
<굿 퀘스천>에서는 "사람의 차이를 가르는 가장 큰 요소는 '질문을 하는가' '주장을 하는가'에 달려있다"라고 합니다.
좋은 질문은 '아하 체험'을 불러일으키고 자발적 행동을 이끈다.
질문은 사람을 사로잡는 힘이 있다.
그가 '어떤 질문을 하느냐'가 그가 어떤 사람인지 말해준다.
질문이 팀워크를 살린다.
성공한 회사와 실패한 회사는 질문이 다르다.
이 책은 코칭을 공부하는 사람에게는 당연한 내용일 수 있지만,
그래도 한 번쯤 꼭 보고 넘어갈 필요가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질문에 더욱 빠져들기 시작한 동기가 된 책이기도 하고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