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론병과 살아가기 39
우리 네 식구 중 코로나 확진자는 남편뿐이었다. 올해 8월 말 전까지는... 중학교 3학년인 아들이 3학년 2학기 개학하고서 열심히 마스크 챙겨 쓰던 녀석이 이제는 마스크 안 써도 될 것 같다며 마스크 안 쓰고 다닌 지 일주일 만에 코로나 확진이 되었다. 고3인 민지가 비상이었다. 민지도 나도 아직 코로나에 걸린 적이 없었기에. 상대적으로 먼저 코로나 확진이 되었던 남편은 면역이 좀 생겼겠거니 했지만 나랑 민지는 최대한 아들과 동선이 겹치지 않기 위해 최대한 노력을 해서 권장 격리 기간 일주일을 무사히 넘겼다.
이때까지만 해도 코로나를 무사히 넘겼다 싶었는데 9월 말 추석 연휴가 있던 주 월요일. 심한 몸살과 고열을 시작으로 결국 민지도 코로나 확진. 3~4일 정도는 심한 몸살, 고열로 많이 고생했고 그 이후에는 심한 기침과 가래로 고생을 했다. 민지와 같은 방에서 잠을 잤던 나도 월요일부터 방도 따로 쓰고 밥도 따로 먹기는 했지만 이미 걸렸었던 것 같다. 추석이던 금요일부터 조금씩 아프기 시작하더니 토요일에는 새벽에 고열로 잠을 자지 못했고 결국 집에서 코로나 키트를 해본 결과 코로나 확진. 2020년 코로나 시작 때부터 2023년까지 코로나도 걸리지 않았고 심지어 감기 한 번 걸리지 않았었는데 고열과 몸살이 너무 심해서 눈물이 날 정도였다.
민지는 크론 치료를 위해 아자비오라는 면역억제제를 먹고 있어서 코로나 약을 처방받을 때 좀 고민이 많이 되긴 했다. 집 근처 자주 다니는 내과에서 크론병이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의사 선생님께서 처방을 해주시긴 했지만 면역억제제를 빼고 먹을지 여부는 크론병 치료하는 병원에 문의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하셨다. 대학병원이라 급한 경우에 바로 연락이 되지 않아서 좀 답답하기도 했다. (대학 병원에서 운영하는 밴드도 있다고는 하고 전화로 담당 교수님께 문의하는 방법도 있긴 했지만 이 또한 하루 이상 기다려야 했기에) 결국은 아자비오도 그대로 먹으면서 코로나 치료에 스테로이드를 쓰기도 하는데 스테로이드는 크론병 치료에도 쓰이는 약이니 (그리고 아주 소량 사용이라.) 내과 처방약을 그대로 먹었다.
사실 크론병을 처음 진단받았던 시기가 코로나 초창기였기에 크론병으로 고생하는 민지가 제발 코로나에는 걸리지 않기를 기도하고 또 기도했었다. 다행히도 코로나 시기 3년 반을 무사히 넘기는 줄 알았는데 결국 한 번씩은 걸리고 넘어가는구나 싶었다. 나도 민지도 한동안 열심히 운동을 해서 근육이 좀 있었다가 올 여름에 민지는 체력이 딸려서 운동을 좀 소홀히 했고 나도 무릎이 안 좋아서 운동을 못했었다. 근육이 빠지고 면역이 약해지면서 코로나도 걸린 것 같은 느낌이였다. 언젠가 걸릴 거면 수능 한 달 전에 걸린 것보다는 지금 걸린 것이 차라리 다행이다. 추석 연휴에 푹 쉴 수 있는 시기에 걸렸으니 다행이다 하면서 코로나도 넘겼다.
코로나도 걸리고 아직 기침도 가끔 나고 해서 오늘 진료 때는 피검사 결과도 딱히 좋지 않을 거라 예상하고 갔었는데 올해 피검사 결과 중에 가장 수치가 좋았다. ( 그전 진료 때도 계속 정상 수치 범위이긴 했지만) 참 알 수 없는 검사결과들이다. 좋을 거라 생각하고 가면 수치가 안 좋고, 안 좋을 거라 생각하고 가면 수치들이 좋았던 과거 기억들과 똑같은 결과가 나오니 정말 알 수가 없다.
이상하게 병원 진료를 다녀온 날은 민지도 나도 신랑도 기진맥진 힘이 많이 든다. 병원에서 딱히 뭘 하지 않고 앉아있다 오는데도 매번 가는 진료이지만 아직도 긴장을 하고 있는 건지. 병원 다녀온 날은 좀 푹 쉬라는 몸의 신호인지... 오늘도 병원 다녀와서 오후에 낮잠을 오래간만에 푹 잤다. 코로나 후유증인 기침과 가래가 푹 잔 낮잠 덕에 조금은 줄어든 것 같다. 다시 체력을 키우기 위해서 운동도 열심히 해야겠다. (민지는 수능 끝나고 다시 근육을 키우겠노라고 매일 다짐하고 있다. 엄마 마음으로는 지금 부터라도 살살 운동했으면 좋겠지만 수능이라는 큰 이벤트가 있으니 어쩔 수 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