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퇴고 시작

by 황보름

5월 중순즈음 마무리한 초고를 어제부터 퇴고하기 시작했다. 원래는 6월 말부터 시작하려고 했는데, 6월 중순에 발생한 견강 이슈를 핑계로 한 두 주 더 뒤로 미룬 것이다. 지난 한 달을 돌아보면 역시 시간이 많다고 뭘 많이 하게 되는 건 아니라는 걸 새삼 알게 된다. 한 달이 통으로 생겼으니 책도 훨씬 많이 읽고 영화나 드라마도 훨씬 많이 보게 될 줄 알았지만 역시나 그렇지 않았다. 그전 달과 비슷한 수준으로 책과 콘텐츠를 소비한 나는 도대체 6월을 어떻게 보낸 걸까. 물론 건강 이슈가 크긴 했지만.


원래 퇴고는 올해 말까지 해보려고 했다. 그러니까 원고를 연말까지 붙들고 있다가 연말이나 내년 초에 출판사에 보내고, 이후 교정교열과 편집을 거쳐 여름즈음 출간하는 걸로. (물론 이건 내 계획. 출판사의 의견은 다를 수 있음.) 그런데 어제 퇴고를 했더니 생각보다 진도가 쭉쭉 나간다. 역시 퇴고는 초고보다 속도가 빠른다는 걸 새삼 또 알게 된 거다. 그래서 하루 만에 계획을 바꿔 퇴고는 가을즈음까지 진행하고 역시 가을즈음에 출판사에 원고를 보내기로 했다. 이후엔 출판사의 일정에 따라 책이 출간되겠지.


소설을 쓰며 소설을 계속 읽는다. 초고를 쓰던 시기에도 글을 쓰기 전에 옆에 놓아둔 소설을 몇 페이지씩 읽었다. 주로 이미 읽은 소설들이었다. 내가 재미있게 읽은 소설들. 나는 왜 이 소설을 재미있게 읽었을까, 하는 궁금증을 안고 소설을 읽다 보면 어쩐지 자신감도 생기고 위로도 받는다. 내가 정말 재미있게 읽었던 소설들도 결국은 단어의 묶음이고, 또 평이한 문장들의 나열이라는 걸 알게 되어서다. 아무리 뛰어난 소설가라고 해도 번뜩이는 아이디어, 폐부를 찌르는 통찰을 모든 문장에 담지 않는다. 나 같이 평범한 독자들도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문장들을 잇다가 소설가가 적당하다고 생각하는(또는 느끼는) 시점에 빛나는 생각을 담는다. 그리고 나는 그 생각에 밑줄을 긋고.


퇴고를 할 때도 소설을 옆에 두고 하려고 한다. 내가 좋아하는 소설을 몇 페이지 읽고 나서 내 소설을 읽고 수정하는 것이다. 자신감과 위로를 얻기 위해.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오늘의 기분,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