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었다고 느껴질 때는 쉬어야 해

지금은 휴식 시간 Don't bother me

by 영화가 있는 밤

늦었다고 느꼈을 때가 정말 가장 빠른 깨달음의 시기일까? 대부분의 경우 현재에 충실하여 더 이상 미루지 말고 목표를 이루라는 뜻으로 쓰이는 문구이다. 정말 맞는 말이고 오늘날 다양한 직업을 경유하며 꿈에 다가가고자 하는 현대인들에게 크게 공감되는 문장일 것이다. 그런데 나에게는 늦었다고 느껴질 때는 쉬어야 할 시기였다.


어렸을 적에는 꿈이 많았다. 패션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 위인전을 찾아보고 《해리포터》, 《나니아 연대기》같은 판타지 시리즈를 좋아하다 보니 베스트셀러 작가도 되고 싶었다. 그래서 어렸을 때 작은 소설도 써 보았고. 그런데 크다 보니 점점 꿈이 사라졌다. 학업에 열중하다 보니 매진해야 할 대상은 꿈의 추구가 아닌 공부였다. 그렇다고 그 세월을 후회하지 않는다. 공부를 하면서 실로 많은 것들을 배웠고 끈기, 인내심을 얻었으니까. 무언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방식에 대해 항상 고민하는 태도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아쉬웠던 것은 그 많던 꿈이 어디론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는 것이었다. 분명히 되고 싶은 것이 많았을 텐데 말이다. 초등학교 재학 시절 담임 선생님께서 "~가 되고 싶은 ~입니다"라고 발표하게 하셨다. 이 방식이 정말 기억에 남는다. 그때에는 매번 꿈이 바뀌어 "훌륭한 패션 디자이너가 되어 멋진 옷을 만들 ~입니다, " "만물박사가 될 ~입니다, " "작가가 되어 판타지 소설을 연재할 ~입니다" 등 할 말이 많았다. 누가 시키지 않았어도 그러한 말들을 할 정도로 꿈이 많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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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느 순간 돌아보니 내가 정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사람이 되었더라. 사는 것이 바빠서 전에 말한 꿈들은 다 뒷전이었고 재능이 없음을 알았을 때 포기하기도 했다. 원하는 것을 하고 사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알았기에 크게 아쉽지는 않았지만 스스로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게 되었다는 것은 안타까웠다. 이때가 늦었을 때였다. 이미 많은 것들이 정해진 삶 속에서 원하는 것을 다 커서야 고민한다는 것은 늦은 것이니까. 그때 여러 격언들을 찾아보며 '정말 지금이 가장 빠른 시기일까' 고민했다. 그러나 무언가 원하는 것이 생긴다 해도 그쪽으로 방향을 틀어 새로운 시도를 하기에는 너무 많은 것들이 필요하다는 현실적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늦었던 때에 그냥 쉬기로 결심했다. 한 템포 쉬면서 물장구치듯 작은 무언가를 해보기로. 크게 물길을 바꾸는 것은 빠른 것이 아니라 늦은 것이 맞으니 발로 물장구나 치면서 휴식을 취하자고. 그때 방문에 "Don't Bother Me"라는 팻말을 하나 걸고 여유를 가지며 생각해 보았다. 꼭 직업이 아니어도 무엇을 하고 싶어 하나, 나는.


그때 이것저것 많이 해보았다. 글도 써보고 영화도 많이 보았으며 악기 연주도 했다. 그동안 해 보지 않았던 것들을 많이 시도했다. 그러면서 엄청난 새로운 꿈이 생기지는 않았다. 하지만 좋아하는 일들을 몇 가지 해 보았다는 점에서 예전보다 나아진 것을 느꼈다.


이렇게 여유를 가지며 여러 가지를 시도해 본 시기에 규모에 상관없이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한다면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면서 글을 쓸 용기도 얻었고 어릴 적 꿈에 가장 가까운 '작가'에도 도전해 보게 되었다. 감수성이 많은, 그런 예민함을 가지고 있으니 언젠가 꿈을 이룰 수 있겠지, 하면서. 쉬다 보면 역시 좋은 생각이 떠오른다.




*이미지 출처: 픽사 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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