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그대에게..
나는 선물하는 것을 좋아했다.
누군가 내 선물을 받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썩 불편한 일은 아니었다. 때로는 주기 싫은 사람에게도 선물을 주어야 할 때도 있었다.
나는 외로운 것이 싫으니까.
혼자 남겨진다는 것은 서글픈 일이니까.
누군가가 나를 놀리고 괴롭히는 것이 싫어 사소한 친구의 장난에도 격하게 반응하며 열을 올리던 어린 시절도 있었다. 그럴수록 혼자 남게 된다는 것도 알았다. 싫어도 싫은 척하지 않고, 짜증이 나도 웃는 얼굴로 포장하니 놀랍게도 다가오는 친구들이 많아지더라. 그때부터였다. 나는 나를 숨기고, 내 감정도, 내 마음도 숨긴 채 ‘배려’라는 벽을 쌓기 시작했고, 만나는 대부분의 사람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며 지낼 수 있었다. 벽 뒤에 남겨진 진정성과 진심은 꺼낼 필요가 없어 그대로 남겨 두었다.
내 선물의 포장은 항상 비슷했다.
사람들이 듣기 좋아하는 말
칭찬해 주는 말
온갖 미사여구를 갖다 붙여 화려하게 꾸민 말
내용물은 별 게 없었다.
‘이런 말 해주는 내가 좋은 사람이죠?’
‘당신의 기분이 좋아졌나요?’
‘그렇다면 저 좀 칭찬해 주세요.’
‘저도 관심받고 싶어요.’
...
고작 이런 것들 뿐이었지만 화려한 포장지로도 사람들은 고마워하고, 기뻐했다. 언젠가 포장지를 뜯고 내용물을 보면 실망할지 모른다는 생각도 했지만, 애초에 그들도 포장 속에 들은 것에는 관심 없어 보였다.
외로움이 두려워, 홀로 남겨지는 것이 무서워 그렇게 겉만 화려한 선물들을 나눠주며 살아왔지만, 나는 선물의 포장보다는 내용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같은 포장지로 포장을 해도 그 안에 담긴 것의 의미가 더 중요하다고 확신했다. 언젠가 벽 뒤에 꼭꼭 숨겨둔 내 진정성과 진심을 담아 선물할 사람이 있지는 않을까 하는 희망도 있었다.
늦었다면 늦었고, 빠르다면 빠른,
34년 만에 그런 사람을 만났다.
내 지난 감정들, 아픔과 슬픔, 외로움, 방황, 실패와 좌절 그 어느 것도 숨기지 않고 오롯이 보여줄 수 있는 너에게만큼은 견고히 쌓아 올린 벽마저 허물고 내 온 마음과 진심을 담은 그런 선물을 하고 싶었다.
진정한 의미도 모른 채 학습으로 익힌 단어,
‘예쁘다’, ‘사랑한다’가 진정으로 어떤 의미인지 너를 통해 느낄 수 있어 고마웠다.
학 접는 방법을 알고 나서야 색종이 한 장의 진정한 가치를 알게 된 것처럼, 이 단어들을 사용하는 법을 제대로 알게 되니,
이 말의 가치가
얼마나 무거운 것이었는지도 깨달았다.
그러니 포장이 같다고 내용물도 같다 생각진 말아주길. 같은 말로 포장되었다 해서 내가 담은 마음과 사랑의 깊이가 같다 생각진 말아주길. 학을 접을 줄 몰라 그저 찢어 붙이고, 잘라 버리고, 낙서하고 말았던 색종이가 아님을 알아주길. 너에게 주는 내 선물은,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내 전부를 담은, 오직 너를 위한, 내 진실한 사랑인 것을 알아주길.
누가 뭐래도 세상에서 가장 예쁜 지영아!
온 맘 다해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