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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숲지기 마야 May 30. 2021

나는 나에게 기회를 주기로 했다

급여생활자로 20년을 넘게 살면서 뿌리 깊게 박힌 고정관념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기회는 내가 만드는 것이 아닌 누군가에 의해 주어진다는 것'이었다. 


대학 입학을 위해 원서를 넣을 때도 그랬고, 취업을 위해 이력서를 넣을 때도 그랬다. 좋은 성적과 스펙을 쌓기 위해 고군분투해봤자 입학과 취업의 결과는 나보다 힘이 센 그들의 손에 있었다. 이것을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다. 권력을 가진 그들이 나를 선택해야 학교를 다닐 수 있고 직장에서 밥벌이를 할 수 있었다. 그들의 선택에 의해 인생의 행로가 결정되는 거라 믿었다. 선택을 받기 위해 잘 보이고자 노력했다. 나를 선택해준 대가로 시간과 노동을 제공하며 매달 들어오는 월급의 노예로 그렇게 20년을 넘게 살아냈다.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며 살아오던 삶에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새로운 인생으로 들어왔다. 이 과정에서 나는 끊임없이 질문을 마주해야 했다. '나는 누구인가? 왜 이걸 하는가? 무엇을 원하지 않는가? 무엇을 원하는가? 어떻게 살고 싶은가? 무엇을 할 때 행복한가? 언제 기분이 좋지 않은가?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가? 이 감정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가?' 등등. 끊임없이 이어지는 질문을 외면할 수 없었다. 인생에 대해 나 자신에 대해 의문을 가지지 않고 살던 나였지만 회피할 수가 없었다. 대답을 해내어야 했다. 가슴속에 담겨 있었지만 한 번도 용기 내어 물어보지 못한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으며 많이 아프고 힘들었다. 하지만 끌어안고 싶었다.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그래야 진짜 나의 인생을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출간 기획서를 작성하고 투고를 할 때 나의 목표는 출간 계약이 아니었다. 물론 출간 계약까지 이어진다면 정말 좋겠지만 목표를 아주 낮게 잡았다. 나의 목표는 출판사 편집자와 미팅을 해 보는 것이었다. 투고를 해 본 작가님들의 경험담을 통해 미팅을 한다고 반드시 계약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들었다. 그렇지만 출판사와 미팅을 한다는 것은 투고한 내 원고에 어느 정도 관심을 가진다는 뜻이다. 미팅을 통해 출판사의 입장이나 요구사항들을 듣고 배울 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물론 미팅도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도전 못할 이유도 없었다. 계약이 아닌 미팅으로 목표를 잡으니 마음이 훨씬 홀가분했다. 


또 한 가지, 투고를 앞두고 나에게 세 가지 기회를 주기로 했다. 


도전할 기회

용기 낼 기회

경험할 기회


거절이 두려워 도전할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 용기를 내지 못해 주저할 수도 있다. 결과 하나만 바라보면 과정을 경험할 기회를 잃게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나에게 기회를 주기로 한 것이다.  


제삼자의 의사결정에 따라 기회가 주어진다고 평생을 생각해 왔지만 그걸 뒤집어서 생각하니 패는 내 손에 있는 것이지 그들 손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또한 도전하고 용기내고 경험할 기회는 무한대로 제공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이것은 결과가 아니기 때문이다. 결과는 내가 좌지우지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오직 과정을 만들어 내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 그 안에서 도전과 용기와 경험은 나의 선택에 달린 것이다. 선택의 기회를 나에게 주기로 결심하니 결과가 두렵지 않았다. 그저 스스로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무한대의 기회를 나에게 제공하면 될 뿐이었다. 


나는 도전하고 용기 냈으며 그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있었다. 내가 만들어 낸 기회를 단 하나도 놓치지 않고 붙잡을 수 있었다. 나의 목표였던 편집자와의 미팅도 두 군데의 출판사와 가졌기 때문에 목표도 200% 달성할 수 있었다. 나에 대한 신뢰와 자신감이 더욱 단단하게 뿌리내리게 되었다.


쇠가 달아 있을 때에 두드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 보다 좋은 것은 쇠를 두들겨서 달구는 것이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이제야 비로소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것을 느낀다.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느낀다. 앞으로도 나는 무한한 기회를 나에게 제공할 것이다. 기회는 주는 자로써 기회를 붙잡는 자로써 기회를 누리는 자로써 내 인생의 주인공으로서 당당하게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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