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의 회상
새벽부터 새찬 바람과 비가 내리고 있다. 퍼덕거리는 창문 사이로 바람이 스며 들어온다.
김부동은 눈을 비비면서 일어났는데, 새벽 3시 반이다.
옆에 남편이 일어나는 것을 알았는지, 김부동의 마누라는 옆으로 돌아 눕는다.
그는 자신이 잠들기 전에 그녀가 옆에 떠다 놓았던 물 주전자가 보였다.
잠시 몸을 일으켜서 옆에 있던 주전자의 물을 입에 털어 넣었다.
물 마시는 소리가 들렸는지, 김부동의 마누라는 다시 반대방향으로 누었다.
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 잠 안 자고 뭐 해?"
"응, 깼어? 목이 말라서 물먹느라고..."
"그러게 그렇게 저녁에 술을 쳐 마셨으니, 목이 안 타고 배겨?"
"내가 좀 마셨지... 암튼 더 자... 새벽 3시 반이니까..."
"이제 나이 생각해서 좀 적당히 마셔..."
"알았어. 어서 자..."
김부겸은 부인과 같은 공간에서 바닥에 이불 깔고 새벽을 맞이한 것이 올해로 40년이 되었던 것이다. 그동안 그들 부부는 애들 셋을 모두 이 방 하나에게 낳고 키워서 둘은 결혼시켰고, 막내는 서울에 있는 공장에 취직해서 기숙사에서 살고 있었다.
김부동은 이 낡고 허름한 집에 부부가 살게 된 지난 시간을 회상하고 있었다.
중학교 시절 부모의 일로 서울로 상경했던 김부동이 고등학교에 다니던 어느 날 옆 집에 세 들어 살았던 여 중학생인 지금의 마누라가 어느 날 골목에서 봉변을 당할 뻔했던 위기에서 구해주면서 이를 계기로 연인관계로 발전했던 것이다.
그리고 나이 열일곱에 작은 방에서 같이 동거하기 시작하면서 아이를 낳아서 키우고 이를 알게 된 양쪽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국 조촐하게 결혼식을 올리고 혼인신고를 하여 정식으로 부부가 된 것이었다.
그동안 어려운 살림으로 서울에서 5년 살다가 일자리를 찾아 내려온 것이 오산에서 3년 살고 다시 이곳 송탄 재개발 지역까지 내려오게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결혼 40년이 되는 동안 힘든 삶을 살면서 마누라에게 제대로 여행 한번 시켜주지 못한 것이 항상 가슴 한편에 미안하게 남아 있었던 것이다.
김부동은 다시 드러누었다. 그리고 옆에 누워있는 마누라의 얼굴이 보였다.
그는 한번 일어난 후에 도로 누워서 잠을 자려니, 잠은 안 오고 주름살에 세월의 흔적이 묻어난 마누라 얼굴만 떠올라서 마음이 답답했는지 조용히 방문을 열고 나갔다.
비는 조금씩 내리고 덜컹거리던 창문은 바람이 멈추면서 조용해졌다.
뭔가 바지 주머니에 튀어나와서 만져보니, 라이터와 담배가 들어 있었던 것이다. 어제저녁에 마을 사람들과 오랜만에 회의를 하고 나서 술 한잔 하면서 챙겨놓았던 것이었다.
김부동은 30년 넘게 살고 있는 동네를 쳐다보면서 담배 한 개비 꺼내 물었고 지난 40년의 시간에 잠겨있었다.
196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고...
연재소설 '운수 터져버린 날(제2화)'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