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40주년
비는 그친 지 몇 시간 지났고 매미가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다.
눈을 떠보니, 마누라는 어디로 갔는지 옆에 없었다.
"여보, 일어나요... 아침 식사해야지..."
김부동은 혼잣말로 말했다.
"내가 꿈속에서 봤나? 아니야, 아니지... 새벽에 담배 피우러 나갔다가 생각났지... 하하"
"금란이... 최금란... 그때 참 이뻤는데..."
"여보, 그만 자고 일어나요..."
"알았어... 마루로 나갈게..."
밥상에 계란 프라이와 멸치, 김치 그리고 고추장, 된장이 있었다.
부동은 텃밭으로 가서 키우던 풋고추와 상추, 깻잎을 따서 갖고 오고 있었다.
그리고 채소들을 수돗가에 가서 물로 씻은 후, 물기를 털었다.
"오늘 새벽까지 비가 내렸기 때문에 물로 깨끗이 씻었구려..."
"암튼, 유난 떨기는... 평소 깨끗한 척은 다하면서 당신 몸도 잘 좀 씻고 살아요..."
"알았어요. 최금란 씨..."
"뭐 잘 못 먹었어? 갑자기 이름을 다 불러주고..."
"내가 언제는 안 불렀나?"
"지난 40년간 내 이름은 '마누라'로 바뀌었는 줄 알았지...."
"알았어... 내가 이름 자주 불러줄게..."
"암튼, 밥이나 드셔요"
"그나저나, 어제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회의를 했는데,..."
"그래, 뭐라고 하던가요?"
"여기 철거 일자가 이제 석 달 정도밖에 안 남았으니, 이사 나갈 집을 미리 구해야 한다고 하더라고"
"아니, 웃기는 거 아닌가요? 보상 합의도 채 끝나지 않았는데, 이사는 무슨 돈으로 가고요"
"맞아, 내가 그래서 우리는 보상금 받지 않고는 나가지 못한다고 했지..."
"잘했네요. 그런데 여기 허물고 뭘 짓는다고 하던가요?"
"저기 봉수네 집부터 저쪽 민철이네 집까지 총 150채 집을 허물어서 아파트를 짓겠다고 하더군"
"그래요? 아파트 건물 들어오면 이 동네 집 값 오르겠죠?"
"그렇겠지... 그래서 최대한 합의금을 좀 높여서 말하라고 마을 대표에게 말했어"
"잘 되어야 할 텐데... 그렇지 않아도 둘째가 어제 집에 연락이 왔어요"
"그래? 뭐라고 했는데요?"
"아니, 우리들 여기 철거되면 그 돈으로 지들 사는 아파트 동네로 전세 들어오라고요"
"그 돈으로 전세 들어갈 수 있을까? 서울 비싸지 않아?"
"그래도 몇 억 받으면 전세는 가능할 거예요"
"뭐, 잘 합의되면 그렇게 합시다... 애들이 우리 보고 싶은가 보내... 지들 아파트 근처로 오라는 거 보면"
"그게 아니라 지들 애들 돌 봐줄 사람들이 필요하겠죠..."
"그렇게 말하지 맙시다. 다 우리 손주들인데... 좋은 게 좋은 것 아니겠어?"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고요... ", "아, 맞다. 지난주에 첫째한테서도 전화가 왔는데, 담달이면 결혼식 40주년이라서, 당신과 나보고 같이 가족여행 가자고 하더라고요"
"그래? 어디로?"
"그 뭐라 더 나, 거... 샌프란시스코?"
"오, 샌프란시스코... 내가 가보고 싶었는데..."
"당신은 거기 알아요?"
"TV에 가끔 나오잖아. 샌프란시스코..."
"그렇군요... 외국을 가봤어야지..."
"그렇게 말하니 미안하네... 내가 해외여행도 가고 했어야 하는데,..."
"살림 형편이 어려웠으니, 못 갈 수밖에 없었죠..."
"암튼, 애들 편한 일정을 물어봐요. 그렇게 우리들은 따라가면 되니까..."
"네, 그렇게 할게요"
그리고...
연재소설 '운수 터져버린 날(제4화)'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