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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o Apr 30. 2023

나와 비슷한 외국인 친구

해외여행, 외국생활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

많은 사람들은 해외여행 또는 교환학생을 꼭 가보라고 추천을 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다니시는 분들 중 가장 후회되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으면 항상 나오는 대답들 중 하나가 교환학생과 해외여행을 가지 않았다는 점이 후회된다고들 한다. 왜 항상 해외로 떠나지 못했다는 사실이 후회되는지 궁금했다.


최근 유뷰브 슈카월드에서 한국의 해외여행 열풍은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과도하다는 내용을 보게 되었다. 이 영상을 보고 생각했다. 왜 이렇게 많은 비용을 내고 해외여행을 가고 싶어 했을까? 다들 해외여행을 가고, 많이 가면 좋다고 했다. 나도 대학생이 되고 알바를 해서 돈을 모아 해외여행을 떠났고 더 가기 위해 돈을 열심히 모았다. 정작 가야 되는 이유를 모른 채 말이다.


그동안의 해외여행을 통해 크게 배우거나 가치관이 넓어졌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배움보다 하나의 추억이었다. 비를 맞으면서 뛰어다녔던 기억, 친구 따라 자전거를 타고 가파른 언덕을 넘어가며 욕을 했던 일, 나의 조언을 무시하고 뱃멀미로 고통받았던 친구. 모든 것들이 추억이었다. 아마 짧게 해외생활을 했고 관광 목적이 커서 그랬을 수도 있다. 좀 더 길게 외국에서 살 필요가 있었다. 


나에게는 교환학생과 해외봉사라는 2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교환학생은 매력적이었다. 미국, 싱가포르, 네덜란드, 영국 여행 가기 좋은 나라들이 넘쳐났다. 하지만 난 좀 더 새로운 것을 경험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이 나라의 물가를 내가 감당하기에는 나의 통장은 초라했다. 


해외봉사 국가 리스트에는 몽골, 필리핀, 방글라데시… 방글라데시, 아마 대부분 사람들한테 물어보면 어디에 위치한 나라인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또한 자유여행의 최고 난이도라고 할 수 있는 인도로 여행을 갔다는 사람들은 들어봤어도 방글라데시로 여행을 갔다는 사람들은 들어보지 못했다. 낯선 상대로부터 오는 설렘을 느꼈다. 이렇게 난 방글라데시를 선택했다.


방글라데시에 온 지 4개월이나 지났다. 해외생활을 통해 얻을 수 있다는 가치관의 확대는 얻지 못했다. 취약한 곳에 사는 사람들, 매년 홍수로 피해를 보지만 가난해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가는 사람들, 종교적, 관습적 이유로 차별받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을 보면 내가 한국에서 태어난 것은 행운이었다. 내가 다른 나라에서 태어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나는 이곳 사람들보다 비교적 호화롭게 살 수 있었다. 그저 이런 현실이 안타까웠다. 하지만 내 머릿속에 틀어박힌 쓰레기들을 갈아치우기에는 부족했다. 오히려 무기력 해져갔다.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이 없었다. 포기를 먼저 했다. 1년이라는 긴 기간 동안 얻을 수 있는 것이 없을까 걱정이 되었다.


우연치 않은 만남


라마단 기간을 맞아 우리 기관은 한 끼 식사를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300명의 사람들을 위해 매일 저녁 식사를 나눠주었다. 이슬람 문화와 방글라데시의 문화를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난 거의 매일 이 행사를 도와주겠다고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여기서 여러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매일 똑같이 한 끼 식사를 하러 오는 어르신과 아이들, 이 행사를 독려하려고 온 각종 공무원, 판사, 정치인들, 더 나아가 직원들의 가족들을 만났다. 물론 난 벵골어를 제대로 하지 못했고 영어로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은 직원들을 제외하고는 별로 없었다. 제대로 된 소통을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운이 좋았던 것일까? 한 직원분의 자녀들을 만날 수 있었다. 한 명은 나와 동갑이며 다른 한 명은 고등학생이었다. 둘 다 영어로 소통이 가능했으며 한국 드라마를 나보다 많이 봤을 정도로 한국 드라마를 좋아한다. 처음 만났을 때, 나에게 낭랑하게 ‘안녕?’이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 나와 말이 통하는 또래가 생겼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이 친구들이 부모님을 따라 봉사에 참여할 때마다 항상 신이 났다. 단지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했다. 


이드에 먹었던 음식들, 옥상에서

라마단이 끝나고 금식의 기간이 끝났다는 것을 알리는 날인 이드에 이 친구들 집에 초대를 받았다. 다른 직원들의 초대도 받았지만 다 거절했다. 이 친구들과 더 친해지고 싶었다. 이 두 친구의 방은 내가 한국에서 봐왔던 방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방탄소년단을 좋아하는지 벽 한쪽은 방탄소년단 포스터로 가득했다. 대학생, 고등학생답게 각자의 방은 책들로 넘쳐났다. 세계 어디를 가나 학생의 방 구조는 다 비슷한 것 같다. 


동갑이었던 친구는 특히 나와 비슷한 점이 많았다. MBTI도 INFJ이고, 영화, 드라마를 보는 것을 좋아했다. 남이 다른 방에 들어오는 것을 싫어하는 것과 특히 좀비 영화를 좋아한다는 점도 비슷했다. 편안한을 추구하면서도 새로운 도전을 원했다. 하지만 가장 비슷했던 점은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부모님의 기대와 다른 선택을 하고 싶어 하며, 부모님의 손을 빌리지 않고 여행을 다니고 싶어 했고 이에 대해 고민했다. 문화적, 종교적 차이로 미래에 대한 생각이 전혀 다를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다. 똑같이 고민하고 있었다. 난 이곳에 와서 나의 걱정과 비슷한 사람을 만날지는 몰랐다.


방글라데시에 살면서 새로운 시각을 원했지만 나와 비슷한 시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만났다는 사실이 더 충격적이었다. 그저 행복했다. 나라, 문화는 달라도 나와 비슷한 생각, 고민,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존재하고 공유할 수 있다는 사실이 행복했다. 답답한 마음이었던 나의 마음속에 힘을 얻은 것 같았다. 내 문제를 해결할 힘을 방글라데시에 와서 찾았다. 


이 친구들과의 만남은 단순한 추억이 될 것 같지 않았다. 대학생이 된 후 해결되지 않은 무력감이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예상치 못한 동질감이 나를 오히려 더 활기차게 만들어주었다. 그 누구도 말해주지 않았던 동질감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길을 발견한 것만 같았다. 이런 것이 해외여행, 외국 생활의 묘미였던 것일까? 예상치 못한 곳에서의 행복, 활력, 회복, 공감 이런 것들을 찾을 수 있는 곳이 해외였던 것일까? 



해외여행을 가야 하는 이유?


아직도 해외여행이나 외국생활의 필요성을 말하라고 하면 말을 하지 못하겠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곳에서의 다른 언어를 쓰는 상대방과 교류는 전에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들을 느끼게 해 줄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것이 부정적인 감정인 답답함, 불공정, 분노가 될 수도 있고 동질감, 응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감정이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상관없다. 변하지 않던 생각과 가치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될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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