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o May 10. 2023

결혼을 벌써 했어?

너무나도 다른 결혼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의 차이가 무엇일까? 인프라, 시스템, 임금, 교육 수준의 차이 거의 모든 분야에서 차이가 날 것이다. 방글라데시와 대한민국의 차이점이라고 하면 당연 교통이었다. 대한민국은 신호등이라는 교통체계 속에 모든 것이 통제된다. 하지만 방글라데시에는 그런 체계가 없다. 눈치를 보며 더 빨리 가기 위해 노력한다. 직장인들이 자동차 속에서 시간을 허비하는 것을 막기 위해 운전만 하는 전문 기사를 고용하는 것은 방글라데시에서 흔한 일이다. 물론 이런 것들은 여행을 통해서도 금방 느끼는 차이점들이다.


이곳의 삶과 가까워지면서 보인 가장 큰 차이점은 가족과 결혼을 대하는 자세였다. 특히 가이반다라는 방글라데시 시골에서 살다 보니 이런 결혼에 대한 관점이 더 다르게 느껴졌다. 나보다 어린것 같은 친구들이 작은 아이를 안고 돌아다니는 모습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 가끔은 3살, 4살 정도 되는 아이들이 엄마와 뛰어다니는 것을 보면 더 충격적이다. 달라도 너무 다르다. 


이곳 사람들은 약간의 친밀감이 생기면 나에게 결혼을 했냐고 물어본다. 당연히 나는 결혼을 하지 않았다고 말을 한다. 아직 어리고 대학생이라는 말을 함께 덧붙인다. 그다음으로 언제 결혼을 할 것이냐고 물어본다. 나는 하고 싶은 것이 많고 돈이 많지 않기에 한다면 나중에 할 것이라고 대답을 한다. 내 대답을 들으면 다들 약간 갸우뚱하는 느낌이다. 


한 번도 결혼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았다. 주변에 결혼을 한 친구들도 없다. 아직 다들 대학을 다니거나 취업준비를 하고 있기에 결혼을 생각도 하지 않는다. 나도 결혼을 생각하지 않았다. 대학 생활을 하면서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뉴스나 유튜브에서 들을 법한 내용이었다. 주변에서 결혼을 하라고 압박하는 사람들도 없다. 그런 압박을 받는 친구들도 없다. 다들 결혼보다 취업이 우선시되었다. 결혼은 고려의 대상이 아니었다.


방글라데시에 와서 친구 몇 명을 사귀었다. 일부는 물론 이미 결혼을 했다. 결혼을 하지 않은 나머지는 부모님의 압박을 받는다고 한다. 자식이 내 나이 때까지 결혼하지 않으면 많은 압박을 받는다고 한다. 반 오십도 되지 않았는데 말이다. 너무 어린 나이에 결혼이 약간 걱정스러워 보였다. 50년 이상 같이 할 인생의 동반자를 너무 섣불리 받아들인 것 아닐까? 만약에 맞지 않으면 이혼도 분위기상 허락되지 않는 이곳에서 어떻게 할지 너무 궁금했다. 그냥 견디면서 사는 것일까?


왜 어린 나이에 결혼했냐고 물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 다들 그렇게 하니까 그런 것도 있으며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가족의 부담을 덜기 위해, 부모님의 강요에 어쩔 수 없이 결혼하는 친구들도 있을 것이다. 결혼이 생계와 연결되어 있다. 분명 이 질문은 실례가 될 것이다. 하지만 왜 그 상대와 결혼했는지 궁금하다. 분명 비교적 자유롭게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는 것 같았다. 데이트도 결혼을 전제로 하는 느낌이었다. 어떻게 그 상대를 만났고 언제 결혼할 결심을 생겼는지 궁금했다.


우연히 카페에서 방글라데시 감독님을 만났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영화를 공부하셨고,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될 정도로 나름 떠오르는 감독님 같았다. 하지만 이 분도 결혼을 일찍 하셨다. 한국에서 공부할 당시 이미 결혼을 했을 정도였다. 방학 동안 방글라데시에 돌아와 결혼 생활을 이어갔다고 한다. 그리고 나에게 아직 어리니 많은 것을 해보라고 조언을 해주셨다. 약간의 장난이 섞인 말투로 인생은 예상할 수 없는 일이며 인생의 짝을 만나는 것은 축복이라는 말과 함께 말이다.


내가 이 나이에 이런 생각을 할지 몰랐다. 이미 방글라데시에 적응을 한 것일까? 아니면 4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가치관이 흔들리고 있는 것일까? 달라도 너무 달랐다. 최근 미국에서 17개 선진국을 대상으로 삶의 최고 가치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14개 국가는 삶의 최고의 가치로 ‘가족’을 뽑았다. 반면 한국은 ‘물질적 행복’을 삶의 최고의 가치로 뽑았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 창업 생각만 했지 가족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다. 어떤 삶을 추구해야 할지 모르겠다. 한국에서의 교육을 받고 자란 나의 가치관들이 흔들리고 있다. 


예상되지 인생에서 어쩌면 인생을 함께할 수 있는 상대를 만나는 것은 축복일 수도 있다. 결혼에 관한 질문을 지속적으로 받으니 궁금해졌다. 

‘미래의 나는 과연 혼자일까?’ 

‘인생의 동반자를 찾았을까?’

‘나는 과연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그 상대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결혼을 했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나는 예상도 되지 않은 미래에 그릴 수조차 없는 상대를 상상해 본다.

이전 12화 나와 비슷한 외국인 친구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