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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밀리 Nov 27. 2021

코끼리 다리를 더듬을 뿐이라지만

주말을 앞둔 어느 금요일의 잡생각들

잡생각이  많다.  떠있는 시간의 삼분의  정도는 잡생각을 하고 있는  하다. 운동할 때나 일할  빼곤 틀어논 음악마냥 빨래  때도, 청소  때도, 영화를  때도 잡생각이 떠오른다. 잡생각은 구름이나 안개같다. 금방 사라져버리고 흘러간다. 그럼 나는  뭔가 지나간 듯한 잊어버린 듯한, 아니면  유혹하고는, 그래서 사랑에 빠지게 해놓고는 금세 사라져버린 듯한 그런 기분에 휩싸인다. 그게  유쾌하진 않다.


오늘은 이런 생각을 했다. 신이 내게 오는 걸까, 내가 신을 만나러 가는 걸까.


에고 에이미.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도 먼저 찾아오셨고, 모세에게도, 우물가의 여인에게도 먼저 찾아오셨다. 그래서 나는 내 힘으로 찾는다고 찾아도 도저히 찾을 수가 없다. 이제 거의 포기상태다. 내가 차원을 건너뛸수는 없으니까. 아무래도 내가 찾으러 가는 게 아니라 하나님이 나한테 오시고 싶으실 때까지 기다려야하나보다 싶다. 근데 또 혈루증을 앓던 여인을 생각해보면 그 여자는 예수님이 마을에 오셨을 때 어떻게든 옷자락이라도 붙들러 길을 나서지 않았는가. 참 복잡하다. 대충 내린 결론은 하나님이나 나나 둘다 서로에게 가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것이다. 나만 가서도 안되고 하나님만 와서도 안되고. 뭐라 똑부러지게 결론내리지는 못하겠다. 대충 이쯤에서 생각을 얼버무렸다.


나만이 진리를 안다는 생각은 쓸데없는 생각이지만 그렇다고 자아를 내팽겨쳐두면 안된다. 하나님이 나만 사랑하시는 건 아니지만, 내 옆 친구의 아버지만 되어서도 안된다. 먼저는 나의 아버지가 되어야 맞는 것 같다. 남의 아버지가 자기 딸 자기 아들 이뻐해주는 걸 구경하는 것도 참 질리는 일이다. 나만을 위해 예수님이 죽으신 건 아니라지만, 나란 사람의 죄를 대속하셨다는 걸 잊어버리면 안된다. ‘나’를 대체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한끗차이인데 이게 참 오묘하고 어렵다. 역시나 중용, 균형 이런게 제일 어려운 것 같다.


이 맛집탐방의 시대. 진짜 맛집이라는게 어디있을까. 진짜 진선미라는게 대체 어디있을까.  혼자는 그저 코끼리 다리를 더듬을 뿐이지만, 그래서 나까짓게 혼자 코끼리를  안다고 떠들면 안되지만. 그래도 그거라도 더듬지 않으면 정말  삶은 길을 잃어버린다. 적어도 나에게 할당된 몫이라도  더듬고 내가 본대로, 내가 느낀대로 솔직하게 진실만을 말해야지. 그게  세상이 진짜 맛집을 찾는데 조금이라도, 아주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테니까. 그리고 마침내 뭔가를 알게  날에는 결코 이전으론 돌아갈  없는 삶을 살게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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