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We Finally Talked
국제학교 마지막 학기. 소망은 최종 보고서를 제출하고 오랜만에 집에 돌아왔다.
식탁에 앉은 엄마는 마늘을 다지던 손을 멈추고 잠깐 소망을 바라봤다.
“고생 많았겠다. 얼굴이 좀 말랐네.”
소망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재밌었어?”
질문은 짧았지만, 그 안엔 여러 가지 감정이 섞여 있었다.
소망은 물컵을 한 모금 들이킨 뒤 말했다.
“처음엔 무서웠는데… 나중엔 좋았어.”
엄마는 말없이 소망의 말을 기다렸다.
소망은 천천히 이어갔다.
“내가 말을 빨리 못해도, 그걸 기다려주는 사람들이 있었어.”
“그리고 내가 무슨 말 하려는지 알아보려는 사람도 있었고.”
엄마는 수저를 내려놓았다.
소망의 말은 특별히 큰 소리도 아니고, 화려하지도 않았지만 묘하게 가슴을 울렸다.
잠시 정적이 흐른 뒤, 엄마가 작게 웃으며 말했다.
네가 그렇게 말해줘서… 내가 좀 괜찮아진다.
소망이 고개를 들었다. 엄마의 눈이 붉어져 있었다.
“그땐 내가… 지금보다 덜 기다렸던 것 같아. 다 안다고 생각했는데, 너를 잘 몰랐던 것 같기도 하고.”
소망은 조용히 말했다.
나도… 엄마가 나를 힘들게 하려고 했던 건 아니란 거, 이제 알 것 같아.
그날 밤, 소망은 방 안에서 짐을 정리하다 공책 한 권을 꺼냈다.
맨 앞장엔 중학교 2학년 가을, 상담실에서 처음 쓴 글이 적혀 있었다.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아요.
근데 안 하면, 싫어할까 봐 걱정돼요.
소망은 그 글을 조용히 읽고,
한 줄을 덧붙였다.
지금은 말할 수 있어요.
때로는 느리게, 하지만 꼭 나답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