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느리지만, 그래서 나인 나

Growing at My Own Speed

by 심리학자

12장 – 지금도 느리지만, 그래서 나인 나


카페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 커피향보다 먼저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렸다.

소망은 조용히 구석 자리에 앉아 노트를 펼쳤다. 상담노트가 아니라, 이젠 자신이 운영하는 작은 프로그램 기획 노트였다.


‘청소년을 위한 감정 워크숍’ 이번 달 주제는 ‘마음의 속도’였다.

매달 다른 주제로 열리는 이 소규모 모임은, 생각보다 꾸준히 아이들이 찾아오고 있었다.


메일을 확인하고, 참여 신청서를 하나씩 열어보았다. 이름, 나이, 사연. 그 안엔 예전의 소망과 닮은 문장들이 있었다.

생각이 너무 많아서, 말이 잘 안 나와요.
답을 알 것 같은데, 손을 못 들겠어요.
사람들 앞에 서면, 내가 작아져요.



소망은 그 말들을 읽고 하나하나 작은 메모를 남겼다.

말보다 감각이 빠른 당신일 수도 있어요.
그건 느린 게 아니라, 다르게 반응하는 거예요.
당신은, 작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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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늦게, 워크숍에 참가했던 한 학생이 카페 근처까지 왔다며 인사를 하러 들렀다.

열일곱 살의 작은 아이는 다소 긴장한 얼굴로 의자에 앉았다.

“선생님… 저, 예전에 학교에서 말 안 했던 거 기억나요? 여기선… 그냥 말이 나와요.”


소망은 조용히 웃었다. 아이의 말투가 자신을 닮아 있다는 걸 느꼈다.

“나는, 지금도 말이 빠르진 않아. 근데 그게 나인 거야. 그걸 안 바꾸려고 했더니… 더 잘 들리더라, 다른 사람들 마음이.”

아이의 눈이 반짝했다. 소망은 그 눈을 오래 바라봤다.


카페 문이 닫히고, 조용한 저녁이 찾아왔다. 창밖엔 겨울이 시작되고 있었다.

소망은 작은 공책을 꺼내 그날의 느낌을 한 줄로 남겼다.

‘우리는 각자의 속도로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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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아래에 영어로 한 줄 더 적었다.

‘We grow at our own pace.’

소망은 펜을 내려놓고, 잠시 눈을 감았다. 고요한 숨이 공간에 스며들었다.




소망은 이제 알았다.

자신의 느림은 약점이 아니라 언어였다.

그리고 그 언어로, 누군가를 위로할 수 있다는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