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TP의 캐나다 여행기(6): 밴쿠버 서부 SEA TO SKY
아침에 겨우 1시간 정도 잠을 자고, 여행을 시작했다.
전날 먹은 그 유명한 팀홀튼 아이스 캡 카페인 때문이다. (참..예민하다..)
일주일 내내 피곤함보다는 도파인이 넘쳐서 신나게 여행을 다닐 수 있었다.
"오늘은 정말 기대해도 좋아!" 제이의 말을 따라 밴쿠버 서부로 향했다. 블로그에 '밴쿠버 근교 가볼 만한 곳'으로 휘슬러가 항상 상단에 올라와 있지만, 휘슬러보다 sea to sky가 더 가깝고 좋다고 해서 오늘은 그곳으로 갔다.
밴쿠버 도심지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해안도로 펼쳐진다.
왼쪽은 바다요. 오른쪽은 산이고 앞에는 능선이로다.
노래를 크게 틀어놓고 달리는 순간,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다. 만약 뚜벅이로 여행했다면 느낄 수 없는 즐거움이었다. 혼자 여행이었으면 긴장의 연속이었을 테니 말이다. 버스 시간 놓칠까 시간 확인해야 하고, 모든 길이 처음이기에 아무래도 여행하는데 에너지가 많이 들기 때문이다. 이번 여행에서는 현지인의 투어 덕에 아주 편안한 마음으로 돌아다닐 수 있었다. 사주에 인복이 넘친다고 했던게 정말 맞나 보다. (인복 말고는 다른 게 하나도 없는 게 문제긴 하지만..)
Sea to sky가기 전, 사진으로 담을 수 없는 산의 장엄함과 정기를 느껴보고자 shannon 폭포에 들렸다. sea to sky랑 거리가 얼마 되지 않아 시간이 여유롭다면 산책 겸 가보는 것도 추천한다. 사진으로는 웅장함이 잘 전해지지 않지만, 높은 절편에서 떨어지는 물줄기의 힘이 느껴졌다. 평소에는 물이 정말 많고 지금은 물이 거의 없는 거라고 했다.
바위에 앉아서 명상하는 사람도 있었다. 명상하는 사람 방해될까봐, 조용조용히 말했다. 그 모습을 본 제이가 웃으며 말했다. "우리도 여기에 즐기러 온 거야. 저분은 명상하면서 즐기는 거고. 그러니까 저 사람 눈치 보지 않고 우리는 우리대로 즐기면 되는 거야!" 맞는 말이다. 눈치와 배려. 어느 경계에서 내가 소리를 낮춘 게 아닐까 싶다.
폭포에서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밴쿠버로 여행온 가족을 만났다. 우리가 액티브에서 사진 찍는 것을 보고, 자자신들도 같은 포즈로 찍어보고 싶다며, 사진촬영을 요청하셨다. 아들들을 또 찍냐며 찍기 싫다는 표정이었다. 어느 나라를 가나 똑같다.
가족 중 아주머니가 정말 쾌활하고, 가족의 분위기 메이커처럼 보였다 성인이 된 아이들이 가족 여행에 참여하는 것도 아주머니의 역할이 크지 않았을까 추측해 본다. 웃음이 끊이지 않은 가족의 모습이 정말 행복해 보였다. 행복 기운이 전해져 덕분에 나까지 밝아지는 느낌이었다.
폭포에서 5분-10분 정도 도로를 달리다 보면, 에메랄드 빛 호수 경치를 볼 수 있다.
벤프(benff)를 못 가서 조금 아쉽긴 했는데, 스쿼미시에서 옥색 호수를 볼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자세히 보면 중앙을 기점으로 물 색상이 달랐다. 왼쪽은 바다물이고 오른쪽은 강물로, 염도 차이 때문에 색상의 경계가 성명하게 나타난다고 한다.
산 정상에 올라가 풍경을 보기 위해 Sea to Sky 곤돌라를 탔다. 일년 정기권 있는 제이 덕에 1회권도 할인받아 6만 원 후반대로 결제했다. 정가는 7만원 후반 대이다. 금액이 비싸서 많이 남겠다고 생각했지만, 적자 산업이라고 한다. 그만큼 인건비가 비싸기 때문이라고 한다.
밴쿠버에 오면 구름이 내 눈높이에 있는 듯한 순간이 자주 있다. 이곳 역시 그랬다.
구름과 바다 둘러싸인 산. 그야말로 그림 속에 내가 들어와 있는 기분이었다. 전망대에서 다 같이 요가하는 프로그램도 있었다. 하늘과 산속에서 요가하는 느낌은 어떨까?
해외여행은 항상 혼자 다녔다 보니, 내가 찍힌 사진은 거의 없다. 하지만 이번 캐나다 여행에서는 내가 없고 단순 풍경을 찍는 사진이 드물다. 평상시 한국에서도 사진을 정말 안 찍는 편이라 앨범에는 일 관련 스크린샷이 대부분이라, 이번에 찍은 이 사진들이 참 소중하다.
캐나다 여행 초반에는 사진을 많이 찍지 않았다. 그때마다 제이가 "남는 게 사진이랑 영상이다. 여기 사진도 찍어봐"라고 자주 말했다. 여행을 하고 하루를 마무리할 때, 왜 그런 말을 하셨는지 이해가 되었다. 우리가 방문한 곳들이 어쩌면 인생에서 마지막으로 와서 볼 수 있는 풍경일 수 있기 때문이다. 맞다. 캐나다에 다시와도 다른 지역을 방문하지 같은 장소는 여기 사는 사람 아닌 이상 재방문은 드물 것 같다. 또, 여행지를 벗어나는 순간부터 지난가는 과거가 되고, 추억으로 남는다. 그리고 추억을 되새기느 데는 사진과 영상만 한 것이 없다. 물론 사진 없이도, 기억할 수 있지만 한계가 있지 않는가.
특히, 제이가 찍고 보내준 현상감 넘치는 영상을 볼 때마다, 그때 느꼈던 감정이 스멀스멀 떠올랐다. 한국에 온 지금까지 사진보다 영상을 더 자주 본다. 앞으로 내가 여행할 때마다 사진보다는 영상을 자주자주 남겨볼 생각이다.
다시 밴쿠버 다운타운으로 돌아가는 길, 곳곳에 작은 호수들이 있다. 주차장, 벤치까지 잘 배치되어 있어서 시간 날 때마다 여유롭게 즐기기 딱 좋은 곳이었다.
“캐나다 사람들은 곳곳이 여행지라 부럽네요 “라고 말하니, “캐나다 사람들은 이게 일상이야.”퇴근하고 와서 보트 타고 누워있고 주말에도 가족끼리 피그닉 가는 게 일상이라고 한다.
나에게는 특별한 여행지이지만, 그들에게는 평범한 일상이라는 부럽기도 했다.
대중교통 요금도 주말에서 가장 저렴한 요금으로 통일된다고 한다. (다운타운에서 멀수록 교통 요금이 많이 부과되는 대중교통요금 체제이다.) 주말에는 가족들과 대중교통으로 부담 없이 놀러 다니라는 의도가 아닐까.
위 호수에 방문하고 조금 더 내려가면 크루즈 선박장 주변에 작고 아담한 동네가 있다.
동네 한 바퀴를 걸어서 돌아도 30분이 채 걸리지 않은 작은 마을이다. 친구 지혜와 걸으며 "여기서 자녀를 키우면 어떨까?", "아프면 이 나라 사람들은 어떻게 해?"등 정부 지원 및 교육, 의료제도에 대해 들었다.
캐나다에서는 시험과 학원이 없는 교육 문화가 일반적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하교 이후에 뭐 하고 놀지? 가 고민이라고 한다.
방학이 되면 가족들과 어디 놀러 가지?를 계획한다고 한다. 한국에서 방학이 되면 선행학습, 특강을 하기 위해 학원을 전전하는데 말이다. 자녀를 둔 이민한 한국인들은 "이렇게 공부를 안 해도 되는 거야?"라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한다. 물론 캐나다 전체가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교육에 대한 사회적 열의가 우리나라와는 확실히 다른 것 같다.
캐나다에는 한국의 수능 같은 대학 입시 시험이 없다. 그렇다면 대학 입학은 어떻게 할까? 대학에서 학생을 선발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고등학교 성적이다. 또 비교과 활동을 중요한 평가 요소로 본다고 한다. 예를 들어 봉사활동, 체육대회 같은 활동이 이에 해당한다. 학교에 따라 에세이 또는 면접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
내가 등교할 때 신발방에서 신발을 신으며 매일 했던 생각은
"아니, 학교에서는 수능 레벨을 알려주지 않는 거야? ,
그렇다면 왜 다니는 거야? ,
왜 우리는 또 수능 레벨에 맞춰서 학원 또는 강의를 듣고 공부를 해야 하는 거야?,
반복되는 루틴 속에서 마치 로봇 같다.,
지겨운 수업. 고학년이 될수록 왜 예체능 수업이 없어지는 거야? 건강해야 공부를 할 수 있는 거 아니야?"등 참 불만이 많았다.
이 정도로 학교를 다니기 정말 정말 싫어했지만, 누구보다 성실하게 다녔다. (어쩌겠냐.. 자퇴할 용기는 나지 않고, 좋은 대학은 가야 한다는 주입식 교육을 1n년동안 듣고 살았으니 말이다. 지금의 생각을 가지고 그 시절로 돌아가면, 입학하자마다 자퇴 신청서 냈다.)
한국의 교육 시스템은 분별력을 키우기 위해 수능 난이도는 과거보다 더 올라간 것 같다. 이러니 학교에서 가르쳐주는 수준을 넘어 사교육의 힘을 빌리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대학교를 꼭 가야 한다는 사회적 관념과 대학 순위, 그리고 대학의 이름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문화 때문이지 않을까? 지금은 이런 서열화 및 평가 제도가 많이 완화되었다고 체감하고 있지만, 사교육이 없는 교육 문화를 만들려면 어디서부터 뜯어고쳐야 하는 걸까? 할지 알 수 없다.
캐나다에서 제일 부러운 건 하교 후 삶이다.
흙을 만지고 물속에서 수영하고, 동네 친구들과 자신들만의 규칙을 만들어가며 작은 사회생활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창의력이 얼마나 길러질까.
아프면 클리닉에 전화 예약을 해야 하는데, 진료까지 적어도 3개월이 걸린다고 한다. 의료 서비스가 무료이긴 하나, 지금 당장 아파죽겠는데 무료가 무슨 소용일까. 너무 아파서 응급실에 갈 수 있지만, 이미 생사를 다투는 사람들 사이에서 내 증상은 순서에서 밀려날 것이다.
클리닉이 아닌 병원에 갔을 때 병원비도 만만치 않다고 한다. 사랑니 빼는데 120만원이 든다니, 말 다했다.
한 번 교통사고를 내서 사람이 다쳤을 때, 실제로 파산 신청까지 한 사람도 있다고 한다.
영주권을 따고 시민권을 신청하기 망설여지는 이유 중에 하나도 나이 들어서 병원 진료를 마음대로 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물론 극단적인 예시이긴 하지만, 한국처럼 아프면 바로 집 앞에 병원에 가서 진료받고 약 타는 문화는 캐나다에서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이래서 캐나다 영양제 사업을 잘 발달했나 보다. 캐나다에 가면 관광상품 메이플 시럽?을 떠올리기 쉽지만, 여기서 몇 달이라도 살아본 사람이라면 한국에 있는 가족에게 영양제를 보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싸고 양도 엄청 많다. (사실 나는 메이플 시럽이 관광상품인지도 몰랐다. 관광상품 가게에 들어가서 알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진료를 받고 살 수 있는 약과 영양제들이 보급되어있다고 한다. 병원 진료를 잘 못 받는 캐나인이 평상시에 건강관리 잘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영양제가 발달한 것일지도 모른다.
저녁노을을 바라보며 드라이브를 했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시원한 공기를 마시며 달리는 도로.
매일 다른 풍경에 질리지 않는다. 여기서 몇 십년씩 살면 이 풍경도 익숙해져 아무 감흥이 없어지겠지?
저녁 식사를 위해 The Old Spaghetti Factory라는 스파게티로 유명한 식당에 갔다. 금요일 밤이라 대기 줄이 길었다.
”언제쯤 자리가 날까요? “라고 물어봤지만 모른다는 답변만 받았다.
손님이 식사를 마치고도 계속 이야기를 나누기 때문에, 언제 자리가 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식사 후에 자리를 잡고 이야기해도 아무도 눈치를 주지 않는 문화라고 한다.
서빙 직원이 빈 접시를 자꾸 치워줘서 ‘혹시 나가라는 뜻인가?’ 하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반대였다. 더 편하게 대화를 나누라고 빈 접시를 치워주는 것이라고 한다. 문화적 충격이었다.
외국에서도 촌스럽게 한식만 찾는 나는 여기의 스파게티 맛은 모르겠더라. 그래도 식전 빵이 어찌나 맛있던지.
식당 분위기는 이국적이고, 영화 속에 있는 느낌이 들었다. 가족들이 함께 오는 패밀리 레스토랑 분위기도 느껴졌다. 단체로 가기에도 가격면에서는 비. 교. 적. 저렴한 편이라 여러 가지 시켜 음식을 맛볼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 the old spaghetti factory 식당이다.
개인적으로 어느 나라를 돌아다녀도 한국 식당 / 배달 문화는 세계 최고라고 생각한다. 건강한 채소로 맛있게 요리할 수 있는 나라가 얼마나 있을까?
(체질에 맞는 음식을 먹는 편이라 해산물 및 채소가 든 음식을 많이 먹는다.)
한국 음식 문화는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할 뿐 아니라, 신선한 재료로 만든 건강한 음식을 언제든지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난 한국을 못 벗어날 것 같다.
금요일 밤이라 그런지 도심지에 사람이 많았다.
도심지답게 여기도줄 서있는 클럽과 펍이 보였다. 잠깐 구경시켜 준다며 나를 데리고 들어갔는데, 그 분위기에 기가 쏙 빠져서 금방 나와버렸다.
지나가는 길에 빵 맛집에 들렀다.
다음날 아침으로 먹으라고 제이가 사주셨지만 다음날 아침은 역시나.. 죽으로 해결했다. (이 빵은 간식으로 먹었다.)
이게 모두 하루 동안 일어난 일과 생각들이다.
내 주변 사람들이 하나같이 이렇게 말한다.
"넌 정말 내 주변 사람들 중에 제일 생각이 많은 것 같아. 그렇게까지 많이 생각할 줄 몰랐어."고들 한다.
여행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인터뷰하듯 궁금한 것들을 마구 쏟아내면서 생각을 교환한다. 다른 사람의 삶을 간접 체험하는 것이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다.
여행이 좋은 이유는 여행지 자체보다는, 평소에 만나기 어려운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새로운 관점과 사고를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나의 세계가 확장되는 느낌이 참 짜릿하다.
특히, 나와 아주 다른 문화권에 사는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 더 그렇다.
그래서 캐나다가 지금까지 여행한 곳 중에서 최고의 여행지가 된 것 같다.
하루하루 새로운 이야기로 가득했던 캐나다 여행.
다음 여행기는 밴쿠버의 작은 섬 빅토리아에 간 ㅇ이야기를 풀어보려고 한다.
풀어낼 이야기가 이 글만큼 3-4번이 더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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