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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블리스 Oct 25. 2022

아내의 반란

그래.. 더럽고 치사해서 안 간다. 다른 취미 가지고 말지... 내가 너랑 골프 가면 인간이 아니다.. 돈 걱정해서 안가 주는 자기 맘도 모르는 아내는 섭섭하다. 


며칠 후, 우연히 맘 카페에서 학원 학부모 설명회를 한다는 글을 보게 된다. 집에 중학생 아이 2명이나 있다 보니 이제 공부도 신경을 안 쓸 수가 없다. 


요즘 나름 시간이 많아서 취미생활 좀 가질까 해서 시작한 골프 때문에 아이들 공부를 너무 소홀히 한 것 같아 신경이 쓰인다. 


요즘 입시도 자주 바뀌어서 공부 좀 하고 전략을 짜야 한다는 주변 엄마들 때문에 슬슬 불안한 찰나에 학부모 설명회라니 왠지 반갑다. 그런데 거기서 우연히 큰아이 유치원 엄마들을 만나게 된다.


반가운 맘에 학부모 설명회를 같이 듣고, 커피숍에 가서 차 한잔하며 서로 정보도 교환하고, 어느 학원이 좋다더라, 어느 학원 선생님이 잘 가르친다더라 이야기꽃이 핀다.



그리고 나에게 온 한마디 질문.. " 재윤 엄마~ 요즘 뭐하고 살아? 혹시 골프 쳐?"


"골프...? 어... 사실 내가 배우기는 시작했는데.. 아직 골린이라서... 그냥 연습 중이야...^^;;"


"어머 그럼 우리 같이 하자.. 여기 엄마들 다 골프 치는데 잘 됐다.. 인원이 딱 4명이네.. 안 그래도 4명 인원 맞추기 힘든데 이건 운명이야.. 어때??^^"


"콜~~~!!!"


아이 때문에 찾아간 학원에서 골프 친구를 사귀게 된 아내는 신이 난다. 같이 앞으로 스크린 골프도 다니고 열심히 연습해서 필드도 함께 나가기로 했다.


이미 잘 치는 엄마가 2명이나 있지만, 다른 한 엄마는 나랑 그래도 비슷한 수준이라 위로도 되고 뭔가 다행스러운 느낌이 든다. 


골프 엄마들과 자주 연락하며 일주일에 한두 번은 같이 밥 먹고, 스크린 다니며 하하 호호 너무 행복하다. 남편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싶다... 


연습장과 스크린만 다니니 뭐 그렇게 돈이 많이 드는 것도 아니고, 공감대도 맞고, 맘이 편하니 남편이랑 다니는 것보다 100배는 재밌는 것 같이 느껴진다. 


한편, 아내가 갑자기 웃음도 많아지고, 약속도 많아지니 당황스러운 이부장... 속으로 이 여자가 바람이라도 났나?? 


지난번 싸움으로 인해 아직 풀지도 못해서 말도 못 걸겠고... 은근 신경이 쓰인다.




그래도 용기 내서 말을 걸어본다. 


"요즘 어디 다녀? 누구랑 그렇게 맨날 연락해? 뭐가 좋아서 그렇게 웃는 거야?"



"나 학원에서 학부모 설명회를 해서 갔는데 우연히 유치원 때 엄마들을 만났지 모야. 근데 다들 골프를 치는데 같이 치자고 해서 그러기로 했어. 당신은 당신대로 다녀~ 나는 나대로 다닐 테니까..."



당황스러운 이부장... 한편으로는 돈 걱정도 되긴 하지만 아내가 어쨌든 즐거워하는 것 같고, 지난번의 미안함 때문에 열심히 밀어주기로 결심한다. 


"그래.. 재밌게 다녀.. 그리고 지난번엔 미안했어.. 내가 너무 나만 생각한 것 같고... 그니까 필요한 거 있음 사고.. 심심하면 나중에 나랑도 같이 치러가고 그러자..."



한편, 이부장은 요즘 회사에서 집을 산 후로 맨날 부부싸움하는 회사 동료 하소연을 듣는다. 



집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무섭게 올라가니 이번 생에 집을 마련하지 못할 것 같은 불안감에 아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남편이 영끌을 해서 무리하게 수도권에 집 한 채를 마련했다.



그런데 산 이후로 금리가 점점 올라가고, 갑자기 시장이 얼어붙더니 내야 할 이자가 점점 불어나고, 집값은 자신이 살 때보다 현재 2억 가까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아내와 매일 돈 때문에 싸우고, 죄인 취급을 받으니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라 꼭지를 잡았다는 생각에 집은 거의 초상집 분위기다.



그런 얘기를 듣자니 무주택 이부장은 겉으론 동료를 위로하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의 상황이 위안이 된다. 





그때 자신도 전세가 지겨워 불안감에 집을 사려고 부동산을 들락날락했었는데 용기가 안 나 못 샀었지만 요즘 들어 쏟아지는 급매들과 집값 하락 소식을 들으며 자신이 사려고 했던 집값을 검색해 본다.



매물도 많을뿐더러 자신이 사려던 가격보다 1억 5천 이상 싼 급매도 2개나 된다. 그럼 최소 자신도 1억 5천 정도는 번 게 아닌가 싶어 묘하게 기분이 좋다.



그동안 돈 걱정 때문에 아내에게 골프로 쪼잔하게 굴었던 자신의 모습이 좀 못나 보이기도 하고, 1억 이상 벌었는데 "그래.. 이 정도는 즐기며 살아도 되지.. 인생 뭐 있어?"라고 결심한다.



그때 아내에게 온 문자 한통,


"나 엄마들하고 필드 나가기로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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