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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블리스 Oct 25. 2022

이부장 부부 위기가 오다

이부장 3번째 필드에서 일을 내고 만다. 드라이버 250이상 나가주고 아이언의 나이샷은 물론이고 캐디의 칭찬도 자자하다. 또 한 번의 신동으로 거듭나다. 야호~!!


지난번보다 타수를 또 몇 개나 줄였다. 같이 간 사람들이 대부분 구력이 상당한데 6개월 돼가는 나의 실력에 캐디도 혀를 내둘렀다. 이제 나에게 골프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운동이 되어버렸다. 


잘하면 다음엔 80대로도 갈 수 있지 않을까 희망이 생긴다. 레슨을 쉬고 있었는데 이제 레슨을 다시 본격적으로 시작해야겠다는 생각도 한다.


반드시 80대! 치고 말 테다~  한편, 친구와 통화하니 주말에 와이프와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다고 한다. 슬슬 부럽다. 나도 스크린 와이프와 치고 싶다. 


레슨을 안 받고 있으니 실력이 점점 줄고 있는 와이프를 이끌고 스크린 골프장에 간 이부장! 아내가 거리가 많이 안 나가고 미스샷을 많이 하다 보니 이부장 한번 칠 때 아내는 4,5번은 쳐야 한다. 


그만치고 싶은데 왜 자꾸 치라고 하냐고.. 게임 룰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아내... 결국 저질 체력으로 6홀도 돌기전에 와이프는 소파에서 쓰러져 잠든다. 18홀은 도대체 어떻게 도는 거냐고 중얼거리며....



그래도 필드를 나가야 하는 이부장 아내 것까지 열심히 연습한다. 


다행히 아내의 실력이 다시 점점 늘고 있다. 그런데 어느덧 아내가 스크린 맛을 알아버렸다. 주말에 이틀은 아내와 스크린에서 즐긴다. 


그리고 이제는 스크린에서 18홀까지 돌며 재밌다고 한다. 그런데 그 말이 썩 반갑게 들리지 않는다. 


스크린이 재밌으면 필드는 훨씬 재밌는데 막상 재밌다고 하니 필드 나가면 재미 들릴까 봐 걱정 반, 기쁨반 돈 걱정에 마음이 혼란스럽다. 


심지어 이제는 아내가 드라이버도 120이 나간다. 그래서 재밌다고 몇 번이나 말하는 아내에게 반응을 해주지 못했다. 점점 한 번은 데리고 나가야 한다는 압박감이 밀려온다.... 


아내는 슬슬 이런 남편에게 섭섭함을 느끼기 시작한다. 남편과 같은 취미를 갖고자 했던 아내는 이부장의 늘 갈 사람 없다고 빈정거리는 말투.. 


잘 못 쳐도 가르쳐주겠다고 듬직하게 말해주길 바라는 게 사람 마음일 텐데 왠지 모르게 농담처럼 받아졌던 말들이 쌓여 점점 기분이 나빠지고 비참해져 가는 기분이다.


이부장은 그런 아내 맘도 모르고 아내가 아직은 못 나가겠다고 하면 왠지 다행스러운 맘이라 그 맘을 말리지 않게 된다. 


또한 이부장도 모르게 속마음이 나온다. 필드 나가는 게 무섭다는 아내에게 그럼 안 나가면 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어느 날 생활비 상의를 하며 얘기를 나누다가 이부장은 자신의 한 달 골프비용만 따로 빼놓는다. 이 모습으로 인해 아내는 이부장이 부부가 함께할 마음이 없다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된다. 


결국, 이런 일이 반복되며 이부장은 부부가 함께하면 좋다고 말은 하지만 아내는 그런 느낌을 한 번도 받은 적이 없어 같이 스크린을 가도 어느 순간부터 즐겁지 않았다. 



그리고 아내는 느끼고 있었다. 주말에  아내와 스크린을 가는 건 아내에게 평소처럼 주말에 함께한다는 명목도 챙길 수 있고, 필드 나갈 연습도 가능하기 때문이란 걸 말이다. 


아내는 주변에서 남편이 와이프와 함께 골프 라운딩을 다니는 것이 소원이라 와이프를 몇 달 연습시켜 데리고 나가는 이야기들을 듣고 아직도 남편이랑 한 번도 안 나갔냐고 하는 말들이 왠지 아프게 들린다.


이부장의 골프 실력은 늘었을지 몰라도 아내의 상처는 점점 깊어지고 있었다. 여태 응원해주고 챙겨주기만 했는데 자신을 못난 사람으로 만드는 남편에게 억울하기까지 하다. 


아내는 필드를 못 나가서 슬픈 게 아니다. 남편의 배려가 없기에 슬픈 거다.


그러다 늘 혼자 가는 자신이 맘에 걸린 이부장! 늘 아내를 볼 때 한 번은 데리고 나가야 하는데 하는 불편한 마음이 생겼었는데 결국 아내에게 큰맘 먹고 가자고 한다. 


그런데 아내가 버럭 화를 낸다. 황당한 이부장... 내가 뭘 잘못했지? 내가 가자고 하는데 왜 저렇게 싫은 티를 내? 어이가 없어서 가기 싫으면 말라고 한다. 


아내는 결국 모든 걸 쏟아낸다. 그동안의 섭섭함을... 함부로 말하는 말투와 무시하는 말투..  자신을 데리고 나가는 것이 마치 남편이 숙제를 하는 것 같은 불편함... 


듣다 보니 이부장은 찔리는 부분이 많지만 내색할 수 없었다. 


무조건 우겨보자. 나는 그런 적 없다. 네가 온갖 걸 상상력으로 키워서 다 끼워 맞추고 그렇게 생각하는 거다. 네가 이상한 사람이며 그런 게 너의 가장 큰 문제점이다.


온통 경멸하는 눈빛과 짜증 난다는 표정으로 아내를 몰아붙인다. 가정에 충실했던 아내는 자신을 바라보는 그 태도와 표정에 더욱더 깊은 상처를 받게 된다.


그리고 자기도 잘 못 치고 나갔으면서 아내에게 자꾸 거리를 제한하고, 이래서 못 나간다, 저래서 못 나간다 하는 말들이 다 아내는 우습게 들린다. 오로지 이 부장은 그저 돈이 문제일 뿐.... 



골프는 부부가 함께하면 x2가 아니라 x3~x4다. 부부끼리만 가는 것도 아니고 남편은 남편대로 모임 가고, 아내는 아내대로 가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4명의 모임이 팀처럼 움직이는 일이 많기에  한두 번 핑계 대며 안 나갈 수는 있어도 계속 반복되면 다른 사람을 채워 넣는다. 


그러다 보니 눈치 보여 계속 함께 해야 하며, 내기도 하게 되고, 겨울엔 해외 원정 가서 치자고 하기도 해서(선택사항이지만)  골프는 치면 칠수록 알게 모르게 정말 정말 많이 돈이 가랑비 옷 젖듯이 많이 나간다. 


물론, 스크린만 간다면 상관없지만 한번 필드 간 사람들은 중독이라 필드는 반드시 나가게 되어있으며, 취미라기엔 아직 우리나라에선 일반 직장인으로서 정말 돈 많이 드는 운동이 골프긴 하다.


아내는 멀리 있는 사람이 나를 잘 모르고 함부로 말하는 건 무시할 수 있어도 가까이에 있는 사람이 하는 말은 송곳같이 아프다. 진심이기에... 


언제나 노력해야 하는 사람은 가장 가까운 사람인 가족인 것을 이부장은 갑자기 자신이 주목받고 인정받으니 다른 사람들에 취해 망각하고 말았다. 


가장 성공한 사람의 모습은 안정적인 가정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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