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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블리스 Oct 25. 2022

절대 하지 말아야 할 3가지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집주인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저희가 이번 만기 때 직접 들어가야 할 것 같아서요. 그래서 갱신은 어려우실 것 같아서 미리 연락드렸어요."


"아..... 네 .... 알겠습니다....."


이런 전화가 이제는 익숙해질 때도 됐는데 여전히 썩 반갑지가 않다... 다만, 이부장은 금리가 너무 올라서 아무래도 월세로 알아봐야 할 것 같았다. 전세가가 떨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월세가 더 저렴하니까...


한편으로는 이 기회에 집을 사서 들어가고 싶기도 하지만 아이들 전학 문제도 있고, 원하는 단지를 가려면 금액이 모자란다. 차를 구입한 게 조금 후회되는 맘이 있지만 이제는 다시 예전 차를 타라고 하면 생각하기도 싫다.


이부장은 아내와 많은 고민이 됐지만 지금 이런 하락 상황이라면 딱 2년만 월세로 살고 최대한 돈을 모아서 사면 되겠다는 결론이 났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돈이 모이질 않는다. 와이프와 계획 없이 같이 시작한 골프 때문에 필드 비용, 골프 내기 비용, 옷값, 장비 값, 레슨비, 연습장... 월세, 애들 학원비... 무섭게 돈이 들어간다.



아내 역시 실력은 잘 늘지 않지만 옷과 액세서리는 계속 늘고 있다. 그만할까 생각하다가도 이미 들어간 돈들이 생각나서 그만두지도 못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다. 


"여보~ 우리 골프 때문에 돈 너무 많이 쓰는 거 아니야? 그리고 필드 가고 연습장 다니고 하다 보니 이번 달에도 100만 원이나 마이너스야.. 어떻게 해~"


나름 잔디에서 저렴하게 연습한다고 파3, 나인홀, 인도어 스크린 등으로 다녔는데도 매주 이틀씩 다니다 보니 비용이 만만치 않아져 버렸다. 또 매달 정규홀을 2번만 같이 가도 100 이상은 우습게 깨지고 있다.


"어차피 겨울에는 잘 안 가잖아~ 그냥 겨울 꺼 땅겨 썼다고 생각해. 가을 골프는 빚내서라도 나가야 된다고~~"


골프채만 휘두르면 스트레스도 같이 날아가는 이부장.. 이부장의 골프 사랑은 아내도 못 말린다. 


100타를 깨면 90대를 치고 싶고, 90대를 치면 80대를 치고 싶고, 80대를 치면 70대 치고 싶어지고, 이븐도 치고 싶고, 언더도 치고 싶고, 끝이 없지만 내 맘대로 되지 않아 더욱더 재밌고, 오래 할 수 있는 운동이다. 


그래도 잔디 밥 먹는 만큼 는다고 이부장의 실력은 나날이 늘고 있었다. 갈 때마다 타수를 줄여 싱글이 코앞인데다가, 자세를 연구하며 실력이 좋아지니 돈만 많다면 필드에 하루 종일이라도 살고 싶은 심정이다.


그렇게 1년 정도가 되었을까? 이부장의 와이프 목소리가 즐겁게 들린다.


"여보~ 금리 내렸다더니~ 이자가 많이 줄었는데?"


"그래? 오~ 다행이네.. 다들 이자 때문에 힘든데 좀 숨통이 트이겠어,,,"


진짜 그랬다. 한없이 올라갈 것만 같았던 금리가 안정세를 찾으며 예전처럼 완전한 저금리는 아니지만 낮아지고 있는 건 확실했다. 


낮아진 금리 덕에 무섭게 오르던 월세도 주춤하고 이제는 전세 대출이자와 크게 차이가 없음을 느낀 임차인들이 다시 전세를 찾는 분위기로 전환되기 시작했다.


"어!! 이거 뭐야~!!"



갑자기 핸드폰을 보며 소리를 치는 이부장...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여보?"


"급매가 다 사라졌는데?? 가격도 조금씩 올라서 나왔는데? 뭐지? 지금 하락장인데 왜 이래??"


이상해서 다른 단지들도 보니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부동산에 전화를 다급히 걸어본 이부장....


"안녕하세요. 사장님 혹시 전에 말씀하신 급매 나갔나요?"


"안녕하세요. 네~ 급매여도 거래가 잘 안되고 그랬었는데 전세가가 안정을 찾으면서 좀 오르기 시작하니 급매들이 다 거래되고 지금은 전세가도 낮은 금액은 없어요~오히려 전세가를 올려서 내놓고 계세요."


"일시적이겠죠?"


"글쎄요... 잘은 모르겠지만 확실히 분위기가 좀 바뀌기는 했어요..."


"알겠습니다......."


갑자기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 급매가격들... 인정하고 싶지 않았고, 분명히 하락장이라 상승할 일은 없다고 믿고 싶었다. 


하지만 한 달, 한 달이 지날수록 부동산 분위기가 심상치가 않았다. 예전 가격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1년 전이면 급매로 2억 이상 싸게 살 수 있었는데 이제 그런 급매들은 없었다.


다시 부동산 상승이 시작된 것이다. 폭락했던 주식들도 하나둘 제자리를 찾아가며 상승하기 시작하고, 주변에서 슬슬 지난 그 시간이 IMF 때만큼이나 큰 기회였다는 이야기가 퍼져 나오기 시작했다.


과거의 금액 때문에.. 그리고 또 상승하는 것이 일시적이라는 생각 때문에 쉽게 집을 살 엄두가 나질 않는다. 그리고 이 부장이 가진 돈으로는 원하는 아파트를 살 수 없었다. 


다시 매일 부동산이 상승하는 기사가 넘쳐나기 시작했고, 부동산 강의들은 활기를 띠었다. 



"부장님 오늘 회식인 거 아시죠? 신입사원 환영회 겸 간단하게 석식 겸 술 한잔하시죠~^^"



회식이 한참 익을 무렵.. 2차에서 신입 사원과 남은 몇 명의 직원들과 조촐하게 술 한 잔을 더 하게 됐다. 



이미 거하게 취한 이부장....



"이번에 들어온 신입 이름이 김한석이라고 했나?"


"예~ 맞습니다. 부장님 잘 부탁드립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결혼했나?"


"아니요 아직 31살 싱글입니다."


"그래.. 아직 한참 젊은 나이라 부럽네.. ㅎㅎ 열심히 하고 ... 응??ㅎㅎ 그런데 자네 골프 치나?"


"아.. 아직 안 배웠습니다. 그런데 주변에서 남자는 골프 배우는 게 좋다고 해서 한번 생각 중이긴 합니다.^^ 주변 친구들은 많이 치기 시작했습니다."


"아니야... 내가 술이 지금 많이 취해서 꼰대같이 들릴 순 있는데 골프 치지 마... 자네가 사회생활에 있어서 골프 치는 게 유리할 수는 있을 거야. 하지만 우선순위라는 게 있어.


돈 없던 학생 시절만 보내다가 이제 처음 돈을 벌기 시작하면 2-300도  크게 느껴질 거야. 그래서 자꾸 씀씀이가 커지게 돼... 그런데 돈을 모으기 전까지 절대 하지 말아야 할 3가지가 있어.


첫째, 자동차


둘째, 명품


셋째, 골프 



이 3가지를 좋아하면 당장은 내 인생이 성공해 보이겠지만,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는 법이지... 이 3가지의 공통점은 겉치레에 신경 쓴다는 거야. 


돈을 얻었다 생각하지만 돈을 잃을 것이고, 그 대출금 때문에 정말 내가 해야 할 경험들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올 거야. 


벌써 이 맛을 들이면 형편없어 보이는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서 평생 빚 좋은 개살구로 살게 돼. 


진짜 성공은 내가 망하더라도 내게 보이는 겉치레가 아무것도 없을 때 내가 가진 나의 능력 자체로 다시 일어설 수 있어야 해. 


그러니 지금은 젊으니 돈 한 푼도 남기지 말고 나의 경험에 돈을 투자해야 해. 책을 사서 읽던지, 배울만한 좋은 모임에 간다든지, 직장 일은 열심히 하면서도 내가 진짜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하나하나 하며 진짜 나를 찾아가는 일을 결혼 전에 해야 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면 사는 게 바빠서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도, 나에게 경험을 쌓게 할 시간도 충분하지가 않게 느껴지니까 생각하며 사는 게 아니라 사는 대로 생각하는 삶을 살게 되거든... 


젊을 때 돈을 모은다는 건 나의 경험과 나를 발전시키는 것에 돈을 아낌없이 투자하고, 나의 능력을 쌓은 뒤 그다음부터는 돈을 버는 일을 하고 악착같이 모아야 해.


그리고 인생에서 어떤 분야에서든 그게 하찮은 일이던 큰일이던 내가 최고점을 찍어보는 경험도 필요해. 그 힘이 원동력이 돼서 다음 길을 간다 해도 두렵지가 않을 거야. 


그러고 나서 결혼을 하더라도 집을 사기전까지는 절대 이 3가지는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골프는 정말 너무 좋은 운동이지만 자네가 어느 정도의 위치가 되면 그때는 시간이 없어서 못 치면 못 쳤지... 돈이 없어서 못 치는 일은 없을 거야. 


너무 빨리 성공한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하지 마. 인생은 느리게 끝까지 완주하며 끈기 있게 하는 사람이 비록 보잘것없어 보이지만 마지막엔 그 사람들이 성공하는 거야. 


아이고.. 내가 술이 취해서 너무 꼰대같이 굴었네... ㅎㅎ 나는 먼저 빠져줄 테니 남은 사람들끼리 맛있게 먹고 내일 봄세~"


"아닙니다 부장님. 너무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제가 느끼는 바가 많아서 좋았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이부장의 뒷모습이 왠지 모르게 씁쓸하다. .. 



'골프가 내 인생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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