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랏차차 아침의 힘찬 응원, 베이글

이거 먹으려고 아침에 일어납니다

by 구선생


베이글만으로도(물론 베이글만 있지는 않지만) 제법 그럴듯한 식탁 완성.



크림치즈와 딸기잼을 발라먹으면 꿀맛.



저녁을 먹고 나면 어김없이 다음날 아침 메뉴를 고민한다. 밥과 반찬은 확실히 제대로 먹었다는 느낌이 드는 데다 포만감도 오래 가지만, 따로 밑반찬을 해놓지는 않는 편이라 아침으로 밥을 먹겠다고 다짐한 다음날이면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반찬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 아침 일찍 일어나 냉동고에 잠들어있던 밥을 데우고 샐러드를 만들고 고기를 굽는 일은(우리는 아침부터 돈가스나 목살구이 먹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맹한 성정을 가졌다) 아침부터 뭔가 해냈다는 뿌듯한 성취감을 주지만, 그만큼 시간이 오래 걸리는 건 사실이다. 그래서 간단히 먹을 수 있으면서도 맛있고 포만감을 주는, 게다가 종류도 꽤 다양한 베이글을 밥과 번갈아가며 먹기 시작했다.


베이글로 아침을 여는 법은 간단하다. 우선 냉동고를 뒤져 오늘의 아침을 담당할 베이글을 꺼낸다. 냉동고가 협소해서 한번에 여러 종류의 베이글을 사다 얼려 놓지는 못하지만, 어쨌든 그날 나와 눈이 마주치는 녀석을 꺼내 접시에 올려놓은 뒤 전자레인지에서 빵 해동 모드로 2분 30초 정도 돌려준다. 빵이 전자파 샤워를 하며(이렇게 표현하니까 왠지 건강에 굉장히 안 좋아보이는군) 부지런히 돌아가는 동안 갈색 원목 식탁에 흰색 체크무늬 식탁보를 깔고 냉장고에 나란히 놓여 있던 크림치즈, 땅콩버터, 딸기잼을 꺼내와 나이프, 스푼 등과 함께 식탁 위에 조형미 있게 진열한다. 곁들여 먹을 샐러드나 과일, 또는 커피를 준비하기도 한다.


날카로운 삐-삐- 소리를 듣자마자 버선발로 뛰어가 전자레인지 문을 열면 그새 폭신하고 쫀득해진 베이글 두 개가 언제 꽁꽁 얼었었냐는 듯이 시치미를 떼며 자태를 뽐내고 있다. 속까지 제대로 익은 게 맞는지 확인차 손가락으로 살짝 눌러본다. 처음에는 왠지 썩 꺠끗해보이지는 않을 것 같아 동거인 몰래 눌러봤는데 동거인도 똑같이 한다는 걸 알고 난 뒤에는 마음놓고 눌러본다. 그러고 보니 문득 궁금해진다. 빵집이나 베이커리 카페에서는 빵이 제대로 구워졌는지 손으로 눌러보지 않고 확인하는 방법이 따로 있는 건가? 아니면 손님 몰래(?) 뒤에서 눌러보는 건가? 별게 다 궁금하다.


갓 데운 베이글과 크림치즈, 땅콩버터, 딸기잼만으로 꽤나 그럴듯한 식탁이 완성됐다. 베이글은 귀여운 모양과는 달리 꽤나 묵직한 존재감과 위엄을 갖춘 빵이다. 마치 ‘지금부터 분위기 좋은 브런치를 개시하노라’고 선언하는 듯한 엄숙함과 기품을 지녔달까. 그저 평소와 똑같은 아침식사 자리일 뿐인데, 예쁜 접시에 놓인 큼직한 베이글만으로도 순식간에 그럴듯한 무드가 형성된다. 베이글이 놓인 자리에 식빵이나 단팥빵 같은 다른 빵들이 대신 있는 모습을 상상해 보면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갈 것이다. 베이글은 분위기요 기세다.


쫀득한 결 따라 베이글을 찢으면 김이 모락모락 올라온다. 취향 따라 크림치즈와 딸기잼, 또는 땅콩버터와 딸기잼을 발라먹는다. 개인적으로는 블루베리 베이글에는 두 조합 모두 잘 어울렸고, 어니언 베이글과 시나몬레이즌 베이글에는 전자가 더 잘 어울렸다. 플레인 베이글은 뭐든 잘 어울린다. 워낙 듬뿍 발라먹다 보니 병이 비워지는 광경이 실시간으로 보일 정도다. 그렇다고 아껴 먹지는 않는다. 그저 조용히 재주문 버튼을 누를 뿐. 열심히 먹어치우다가 입이 너무 달 때는 미리 내려둔 커피(주로 라떼)를 한 모금 마신다. 역시 나는 커피와 빵을 먹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임에 틀림없다.


베이글의 쫀득함과 땅콩버터의 고소한 꾸덕함, 딸기잼의 상큼달달함과 커피의 쌉쌀고소함을 번갈아 가며 즐기다 보면 접시는 이미 깨끗이 비워진다. 입맛을 다시며 접시와 식기들을 치우고 설거지를 하고 양치질을 한다. 꼼꼼히 칫솔질을 하며 생각한다. 베이글이 두 개밖에 안 남았으니 이따 퇴근하고 나서 마트 가서 사 와야지. 쿠팡에서 주문도 해봤지만 역시 베이글은 이마트 지하에서 파는 아인슈타인 베이글이 최고야. 그동안 블루베리 베이글만 줄창 먹었으니 이번에는 어니언 베이글을 시도해 볼까. 그나저나 회사 가기 싫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을 치약 거품과 함께 씻어낸 뒤 입가에 대외용 미소를 장착하고 현관문을 나선다. 오늘 하루도 베이글의 이름으로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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