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10년차의 생각많은 에세이
대기업 근속년수 10주년을 앞두고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퇴사를 할 것이냐 말 것이냐'
퇴사는 무서운 선택이었다.
10년동안 다달이 들어오던 수입이 0원이 되는 순간을 마주하기가 두려웠다.
120개월간 다달이 들어오던 월급이 끊긴다는건, 생계와 연관된 일이다.
회사를 그만둔 이후, 소속감이 없는 내 모습이 두려웠다.
'어디가서 백수라고 말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어떨까?' 벌써부터 무서웠다.
회사생활이 좋을 때도 있었지만, 과도한 업무는 언제나 내게 큰 스트레스였다.
회사는 채찍이었고, 월급은 당근이었다.
일을 몰아줘도 묵묵히 받아줬고, 부당한 일 앞에서도 아무말을 못했다.
상대방의 말도 안되는 무논리(가스라이팅)를 수용하고 이해하는척 해주니, 그는 본인말이 진실이라고 점점 믿고 있었다.
이런 나의 성격도 마음의 병을 얻는데 크게 한 몫 했다.
돌이켜보면 뒷말이 무성한 조직생활 속에서 꿋꿋히 견뎌내고, 휘몰아치는 과도한 업무량을 10년간 받아낸 내가 참 대단했다.
10년, 정말 오래 버텼다.
누군가 이 자리를 간절하게 원하고 있는걸 볼 때마다 , 다시 퇴사 카드를 마음속에 묻어두었다.
학벌 좋은 동창친구는 나의 회사로 이직 욕심을 내비췄다.
15년전 학창시절, 내 성적을 깔보고 무시하는듯했던 그녀.
취직한지 7년이 넘었건만 여전히 나의 회사로 이직을 갈망한다. 그럴때마다 나의 어깨는 은근히 치솟았다.
퇴사를 하면 이런 명예도 다 포기해야한다.
지금보다 복지가 더 좋은 회사로 이직할 수 없을거라는 생각은 내게 절망감을 준다.
혼란스러웠다. 회사에 발을 걸친 채
휴직을 신청했다.
반년간의 휴직생활동안 지나온 회사생활을 되돌아보았고, 앞으로의 인생을 생각해보았다.
난 배우고 싶은게 명확했고 , 쉽지 않겠지만 도전해보고 싶었다.
명예와 월급을 포기해야하는 이 직업, 나는 여전히 고민중에 있다.
그렇게 6개월간의 휴식기가 끝나고 복직을 한 지금도 '명예냐, 돈이냐 vs 자율성이냐 , 행복이냐'로 저울질을 하고 있다.
퇴사에 대한 나의 생각은 해가 거듭될수록 바뀌어왔다.
생각해보면 '대기업 직장인' 타이틀이 내게 주는 행복감은 아주 잠깐이었다.
이 명예를 유지하는 가장 큰 목적은 조금이라도 더 나은 이성을 만나기 위함이라는걸 인정해야했다.
내게 대기업이라는 명예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대기업 타이틀을 통해 원하는 이성을 고르고 싶었고 그에게 신뢰감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좋은사람을 만나 사랑을 받고 싶고 결혼을 할 수만 있다면 , 이성의 가치가 대기업이란 명예가 주는 가치보다 훨씬 클거라 확신했다.
결혼을 하면 회사를 그만두더라도 '백수'가 아닌 '주부'가 된다.
대한민국에서 백수는 용납할 수 없지만, 백수 주부라면 오히려 부러움의 대상이다.
남편에게 소속이 되었다는 베이스는 인생에 큰 안정감을 준다.
가장 고민하는건 생계이다. 남편에게 생계를 기대고 싶지 않았다.
만약 퇴사를 하게 되더라도 나는 일을 할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든, 아르바이트를 뛰든.. 그리고 그토록 원하던 자율성과 행복을 얻을것이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새로운 미래를 꿈꾸고 있다.
그와 난 미래에 대해 정말 많은 대화를 하며 서로가 꿈꾸는 미래를 그려나아가고 있다.
우리에겐 돈과 명예보다 자율성과 행복이 더욱 중요하다.
그리고 때가 오면 회사에도 알릴것이다.
'더 이상 나의 인생을 이 곳에서 낭비하고 싶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