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미혼 대기업 여성이 직장을 다녔던 진짜 이유
병가휴직 후 , 퇴사의 방아쇠를 당기다
병가휴직을 선언했던 그 순간부터 이미 나의 퇴사는 예정되어 있었다.
사람에게 일이 폭탄처럼 몰리면 이런 현상이 발생한다.
그 때 그 공간, 업무, 사람들만 봐도 트라우마가 생겨버린다.
가을에 선언했던 나의 휴직은 추운 겨울이 다가올때까지 제대로 수리되지 않았다.
[병가휴직 사용 후, 현장직으로 발령받다]
병가휴직을 쓰고 돌아왔을 때, 나는 경기도 외곽의 한직으로 발령받았다.
집과의 거리는 50km에 다다랐다.
사업장 사람들보다 더 일찍 출근해야 하는 상황으로 , 난 이른새벽 아침 문을 여는 직장인이 되어버렸다.
예비남편은 회사에서 10년간 일했던 결과가 결국 이런거냐며 무척 화를 냈다.
전혀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가 되어버린 나를 보며 회사에 분노했다.
그렇다. 궁지에 몰린 나를 받아줄 곳은 없었다.
퇴근하고 술 한잔 기울이자는 동료들을 뒤로하고 나만의 저녁 삶을 누려온지도 참 오래되었다.
그 곳엔 극도로 내 편이 없었던 것이었다.
유일하게 친했던 동료들 중 핵심 관리직급으로 올라간 인력이 극도로 적었고, 상위 직급인 그들에게 잘 보이는 법을 전혀 몰랐다. 나는 소심한 마이웨이 직장인이자 그들에겐 은근한 눈엣가시였을것이다.
무엇보다 10년간 일해온 업무가 적성에 전혀 맞지 않았다는 아픈 사실이 한몫했다.
[회사를 다녔던 진짜 이유]
적성에 전혀 맞지 않는 사무직 업무를 10년 이상 지속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모두가 우러러보는 대기업 소속이라는 명예 그리고 돈이라는 월급 뿐만은 아니었다.
내겐 일생일대의 더 큰 숙제가 있었다.
'배우자를 찾는 일'
30대 미혼 직장인이라면 모두 공감할것이다.
버티고 또 버티며 회사를 다녔던 이유, 내게 가장 중요했던 건 평생을 함께할 결혼상대를 찾는 일이었다.
운이 아주 좋게도 나는 지금의 예비남편을 만날 수 있었다.
우린 가치관, 생각, 경제관념, 화목한 가족관계 등 모든것이 놀라울만큼 잘 맞았다.
접점이 전혀 없는 위치에서 서로를 만날 수 있었던건, 남들과 다른 독특한 세계관을 갖고있던 우리에게 끌어당김 법칙이 작용했던것 같다.
우리가 만나게 된 과정을 돌이켜보면 여전히 신기하다. 난 인연의 힘을 믿는다.
[회사에서 당당해진 이유]
오랜기간 '쭈구리'처럼 조용함을 유지하던 내가, 부당한 일 앞에서도 죄송하다고 고개를 수그리던 내가, 당당하게 고개를 들 수 있는 강력한 동기가 생겼다.
병가를 선언할 수 있었던 이유, 퇴사의 방아쇠를 당길 수 있었던 이유는 지금의 예비남편 덕분이다.
예비남편은 침울한 나를 보며, 힘들면 언제든 회사를 나오라고 위로해주었다.
우리는 '회사가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으로 다른 방향을 함께 바라보고 있었고,
회사에 저당잡혀 행복을 뒤로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평생의 반려자'
오랜기간 기다려온 한 조각의 퍼즐이 끼워지는 순간, 난 두려울것이 없었다.
그의 응원을 받으며 오랜기간 품고있던 퇴사의 방아쇠를 당기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