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드림트리 Aug 03. 2024

대기업 입사 2년 차부터 퇴사를 생각했던 현실적인 이유

퇴사준비, 11년이 걸렸다.


[잘못 끼워진 첫 단추, 인성실격 상사를 만나다]

총괄 관리자로써 본인 잘못을 16살 어린 실무자에게 미루고, 미꾸라지처럼 홀로 교묘히 빠져나가는 비열함을 가진 그를 만난 것. 그것이 잘못된 만남이자 시작이었다.

조직생활 10년이 지난 지금도,

상사의 위치에서 행했던 그의 행동은 도저히 이해하기가 어렵다.

뒤늦게 그를 분석하며 깨달은 건 그는 삶에서 자연스럽게 쌓인 열등감, 가난하고 궁핍하게 자란 환경에서 받은 결핍, 화목하지 못한 가정의 무관심을, 어린 초년생의 나에게서라도 인정받고 싶어 했던 것 같다.

그는 나의 위에 군림하여 상사로 깍듯이 대접받고자 했고, 그처럼 회사에 충성하는 삶을 강요했다.

그것이야말로 그가 조직 내에서 살아남은 방식이었고, 이보다 더 나은 삶은 없다고 믿고 있는 듯하였다.


사회 초년생의 나는 그의 존재를 본능적으로 거부하고 있었다.

인성이 안된 상사에게 깍듯이 대하고 거짓으로 존경을 담아 대할 수가 없었다.

10년 이상의 사회생활을 통해 알게 된 건, 나는 인성에 결격사유가 있는 사람에게 조금의 자비심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건 상대의 나이와 직위가 무엇이든 , 전 세대를 통틀어 동일했다.  


상사의 심각한 인성의 결격사유는 사회생활의 불타는 의지를 떨어뜨렸다.

그는 충성을 강요했지만, 나는 퇴사라는 반대방향을 생각하게 되었다.

도저히 동기부여를 찾을 수 없었다.

은밀하게, 아무도 모르게, 나에게 회사는 그저 돈을 버는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었다.

재테크를 하여 자산을 늘리고, 나만의 독립적인 길을 가기 위해 퇴근 후의 삶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창살 없는 감옥]

'자리를 30분 이상 비우지 말 것' ,

즉, 업무가 없어도 자리는 지키라는 뜻이다.

자리를 잘 지킨다는 것은 성실함을 의미하고, 타의 모범이 되는 모습을 의미한다.

(자리를 자주 비우는 모습으로 인해 일이 없다고 판단할 것이고 사무실의 분위기를 흐린다는 것이다.)

나는 시키지 않아도 업무를 만들어내고 찾아서 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높고 푸른 하늘을 창문을 통해 바라보며 , 이 공간이 창살 없는 감옥처럼 느껴졌다.   

어쩌면 사회초반부터 나는 사무실 생활에 적합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을지도 모른다.


[대기업 사무직의 한계]

첫 사회생활 2-3년은 엑셀, 보고서 작성, 품의, 결재 등 처음 접해보는 신선한 시스템들을 배우는 과정이다.

사무직은 한 번쯤 경험하기에 유익하다.

다만, 한계를 빠르게 파악하는 것도 필요하다.

(회사밖에서는 무의미한) 특정 시스템 안에서 루틴하고 반복적인 업무를 하다 보면 , 뇌가 마비되고 정지되는 느낌이 든다. 주어진 업무만을 수행하는 나의 직군에선 인간적인 회의감이 많이 느껴졌다.

 '업무의 발전성이 있는가' , '회사밖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인가' , ' 성취감이 있는가 ' , '노력과 성과에 보상을 해주는가'

모든 것이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

노력과 성과대비 제대로 된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건 매출은 내는 부서가 아니었기 때문이고, 얘기하면 길지만 (6년간 가스라이팅으로 판단능력을 잃게 만든) 상사의 괴롭힘도 한몫했다.

아무리 노력해도 돌아오는 보상이 없었다.

게다가 9시 ~ 18시 그리고 야근, 주말근무까지 너무 많은 시간이 회사 실무 업무에 소요되었다.

나는 이 한계를 명확히 느끼며, 자기 계발의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퇴사가 어려운 이유]

나의 미래가 곧 옆자리의 차장님, 부장님이라고 생각하니 매우 답답했다.

사회초년생의 나는 업무에 찌들어 있는 그들이 전혀 부럽지 않았다.

그럼에도 , 사회생활도 제대로 안 해본 상태로 퇴사 선언은 너무 이르다고 생각했다. 남들이 다 해봤다는 사회생활을 초년생에서 끝내고 싶진 않았다. 점점 나는 무덤덤하게 모든 걸 받아들이는 어엿한 직장인이 되어버렸다.


'퇴사하기에는 매달 꼬박꼬박 나오는 월급이 아쉽다.'

'나가더라도 당장 이보다 나은 대안이 없다.'

모든 직장인들이 퇴사를 못하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그렇게 나 또한 월급의 단맛에 빠져버렸다.

젊음의 시간과 에너지를 돈과 맞바꿨다.

그만큼 돈은 내게 달콤함을 선사해 주었고, 대기업 소속이라는 사회적 명예는 덤이었다.


[보통의 직장인]

여느 누구처보통의 사회인이자 직장인이 되어버렸다.

평일에는 무조건 회사를 가야 한다는 관성의 법칙은 점점 나의 삶에 깊이 스며들어버렸다.

회사원으로 익숙해져 버린 나는 미혼의 상태로 당장 퇴사 결단을 내리는 것이 불가능한 일이라고 느꼈다.

솔직하게 겁쟁이였고 용기가 없었다.

큰 결단과 도전은 이르다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간을 보며 기회를 엿봤고, 배움을 멈추지 않았다.


[내가 원하는 삶]

언젠가 때가 들어맞을 때, 다른 미래로 나아가고 싶다는 강한 열망을 느꼈다.

나는 시간부자가 되고 싶었고, 내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일을 하며, 주도적으로 사는 삶을 꿈꿨다.

꺼지지 않을 희망의 불씨를 마음속에 품으며...

퇴사를 준비했다.
 11년이 걸렸다.




작가의 이전글 대기업 퇴사자에게 보이는 현직자들의 본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