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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 Nov 01. 2020

"헝가리에선 뭘 먹고 살아?”

헝가리 음식 이야기




헝가리 음식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이 나라의 역사적 배경과 지리적 특성을 빼놓을 수가 없다.

'언어를 알면 그 나라가 보인다'라는 말이 있듯이 음식도 매한가지이다.



예전엔 여행을 다니면, 맛있고, 그럴싸하고, 내 입에 맞는 것 등을 외쳤다면 지금은 그곳이 아니면 접해볼 수 없는 음식들을 경험해보고, 어찌하여 이 음식이 탄생하게 되었는지 등에 대해 공부하고 알아보는 스타일로 변하고 있다. 점점 더 식도락 여행을 즐기는 내가 된다.



'헝가리'하면 떠오르는 타이틀은?



1. 공산주의 국가

2. 글루미 선데이 (영화)

3. 헝가리 무곡 (요하네스 브람스)

4. 최고의 야경을 가진 동유럽 국가

5. 다뉴브강(두너강)의 진주

6. 드라마 아이리스 촬영지

7. 굴라쉬 수프


등등.. (혹은 아무 생각 없다?, 내가 그랬다. 이 나라를 오기 전에 헝가리에 대해 무념무상인 상태였다)







dreamstime.com




헝가리는 한이 많은 나라다.

지도를 보면 유럽 정 가운데에 자리하고 있으며, 7개의 나라 사이에 끼어서(?) 이리저리 치이고, 과거 냉전시대와 공산주의 이념 등의 영향을 많이 받은 나라이다. 그래서인지 공산국가였던 헝가리에 대해선 한국에 알려진 바가 많지 않았다. (최근엔 하나둘씩 헝가리에 대한 인식이 생겨나고 있다.)



동구권 유럽? 하면 '공산주의'라는 타이틀이 늘 뒤따른다. 아직도 헝가리가 공산주의 국가이지 않냐고 묻는 이들도 있다.

헝가리는 1944년 사회주의 공화국 임시 정부 수립 후, 1946년 공식적으로 공산주의 체제 하에 들어가게 된다. 그로부터 43년이 지난 1989년, 민주주의 체제로의 전환이 이루어진다. 동유럽 중 구공산주의 국가로는 최초로 우리나라 대한민국과 수교를 맺은 나라이기도하다. 체제 전환이 이루어진지 30년이 넘었는데도, 여전히 이 나라엔 과거의 그 이념들이 곳곳에 드리워 있다. (건축물의 형태, 서비스 마인드, 노동자의 태도, 업무 효율성 같은 면에서 자주 느낀다.)



많이 부끄러운 이야기이지만, 나는 우리나라 역사 상식에 빠삭한 편이 아니다.

그렇지만 헝가리라는 나라에 관해서는 어설프게 알고 있는 사람보단 낫다고 자부할 만큼 한동안 이 나라 역사, 문화, 언어에 관련해 탐닉하였었다.

한 일화로 부다페스트 두너 강 위에 다리가 총 몇 개인지는 알았어도, 우리나라 서울 한강에 다리 개수가 몇인지엔 관심이 없었다. 한국에서 온 한 분이 내가 하도 부다페스트, 부다페스트 하며 자랑하니까 "그럼 한강엔 다리가 총 몇 개인지 아느냐?"라고 물었을 때, 화끈거렸던 그 민망함은 지금 떠올려봐도 생생함으로 표출된다. 그날 저녁, 구글 서울 지도를 펼쳐놓고 한강을 중심으로 다리 개수 세기에 바빴던 기억이 난다.







헝가리는 150년간 터키의 지배를 받았고, 200년간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가의 지배를 받은 역사도 있다. 지리적으로 중간에 걸쳐 있다는 것이 이렇게까지 서러워야 할 일인가 싶을 정도로 고난을 많이 겪었던 나라다. 당연히 설움이 많다. 우리나라, 대한민국처럼..


그래서인가 헝가리 사람들의 첫인상은 좀 투박하고 무뚝뚝하다. 늘 어딘가에 미미한 적대감과 고집스러운 표정이 드리워져 있다. 깊게 알고 보면 순박하고 잔정이 넘치는 이들인데, 너무한다 싶을 정도로 꾸며대는 것이 전혀 없다. 난 이것에 꽤 매력을 느낀다. (소탈하고 진정성 있는 모습이라고 생각하기에) 본인들이 과거에 (나라를) 지키고자 했던 의식적 습성이 묻어나는 것 같다. 이것도 역시나 한국처럼 말이다. (외국을 다니다 보면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가, ‘한국인은 표정 변화가 크지 않다는 것. 어투도 단조롭고..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뭔가 배타적이다.’ 이런 류의 것들이다. 한국인들 이래 봬도 초코파이 '정'을 탄생시킨 나라인데)


또 헝가리는 수많은 전쟁을 겪은 나라다. (이것도 한국과 비슷하다. 가끔 생각해보면 이러한 비슷한 역사적 배경이 묘한 동질감을 불러일으켰기에 내가 헝가리에 더 매료가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하기도 한다. 이곳에 처음 왔을 때는 이런 상식이 전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결국 끼리끼리 여서 끌리는 것이 아닐까?) 제1차 세계대전의 패배와 1956년 반공시위에 이르기까지 고난의 연속이었던 헝가리 사람들은 '가난'이라는 삶의 무게가 늘 뒤따라 왔다.



그래서인지 헝가리의 음식은 소박하다.  이 나라 음식 문화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유목민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는데..

유목민 이야기를 시작하면 또 하염없이 포스팅이 길어지기 때문에, 염려가 되지만 살짝 언급해 보자면 '헝가리는 유럽에서 유일하게 아시아 민족이 조상인 나라'라는 타이틀을 지니고 있다.


두 가지의 설이 가장 대중적인 정설로 알려져 있는데,


1. Hungary = '훈족이 일군 나라'

2. 중앙아시아로부터 넘어온 7개의 부족 머저르족(Magyar)이 이 땅을 발견했다 해서 그 명칭을 따라 Magyarorszag(머저르오르사그) = '머저르족의 나라'


헝가리인들은 2번으로 이 나라를 칭한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대한민국이 영어로는 Korea, 한국어로 '한국'이라고 불리듯이, 헝가리도 영어로는 Hungary, 헝가리어로는 '머저르오르사그'라고 불린다(‘orszag'는 '국가'라는 뜻이다).



헝가리 하면 또 떠오르는 것이 '칙칙한 날씨에 울적함이 연상되는 나라'이다. 아무래도 우리나라 드라마(아이리스, 닥터 이방인 등)에서 뭔가 음울한 분위기로 연출된 영향이 큰 것 같고, 헝가리, 독일 합작 영화 '글루미 선데이'의 배경인 헝가리가 영화 제목 그 자체로도 그렇고 내용도 글루미로 시작해서 글루미로 끝났던 것이 문제인 것 같기도 하다. 이 고정관념이 잘 깨지지 않아서 걱정이었는데, 최근 5년 사이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에 밝은 헝가리의 모습이 비치고, 헝가리 여행객들이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헝가리, 멋진 나라' 이런 별명들이 하나둘씩 생겨나고 있음이 고맙고 그렇다. (왜 내가 고마운지 모르지만, 그냥 그런 마음이 절로 든다)



그리고 헝가리는 지중해와 대서양의 영향을 받는 대륙성 기후를 나타내고 있다. 그것도 온화한 대륙성 기후! 사람들이 살기에 매우 좋은 땅덩어리다. 서유럽에 비해 덜 발달된 탓에 공기도 여전히 청정하다. 특히나 지중해성 기후의 영향으로 포도주를 생산하기에 좋은 요건이 허락되어 '와인의 나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전 세계 10대 와인 생산국 중 하나가 헝가리이니, 이 분야에 자부심 또한 대단하다. 이 나라 사람들은.






수백 년을 이민족의 지배를 받고 전쟁을 거쳐 온 헝가리. 그래서 요리마저도 복합적이다. 터키 음식, 오스트라이 음식 등등. 주변국 음식들의 특징을 다 끌어모아 자신들의 방식으로 변형시켜 이들만의 고유한 요리가 탄생했다.


헝가리의 전통적인 식생활은 아시아 대평원에서 방목하던 유목민들에 의해 형성되었다고 보면 된다. (들판 한가운데서 불을 피워 솥을 걸고 고기나 생선을 넣어 수프나 스튜를 끓이는 그런 그림, 가슴속에 하나씩은 품고 있으시죠?)



사진 출처 : Pinterest / 굴라쉬 수프 만드는 모습


사진 출처 : History Today




헝가리 음식의 주요한 특징은,



    

1. 소박함 : 특별한 날에서 일상 식사에 생선 수프(할라스 리) 같은 정성이 담긴 요리 하나 정도 더해지는 게 전부일 정도로 투박하다.


2. 육류 위주의 요리, 돼지고기(동물성 기름) : 주식으로 밀가루와 감자 같은 음식을 주로 먹는데 여기에 돼지기름을 첨가하면 열량도 높은 뿐 아니라, 헝가리식 요리 맛을 내는 데에도 일조를 한다. 그리고 헝가리는 소고기보다 돼지고기가 더 맛있다. 망갈리차(양의 모습을 띈 돼지)의 원산지로도 유명하다. 그 외 오리고기도 어딜 가나 맛있다.


3. 수프 or 스튜 : 헝가리 사람들은 수프를 좋아한다. 헝가리를 대표하는 음식 중 No.1은 '굴라쉬 수프' (Gulyas leves, 헝가리어로 '구야쉬 레베쉬')인데, 우리나라 육개장이랑 95% 이상 흡사한 맛이 난다. 고기, 각종 채소, 파프리카, 밀가루 등을 넣어 한솥 끓여내는데, 이 수프 하나로 한 끼 식사를 해결하기도 한다. 이들에게 빵에 곁들여 먹는 굴라쉬 수프는 매우 훌륭한 식단이 된다.


4. 매운 음식 : 유럽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매운 음식을 먹는 나라가 헝가리이다. 이 나라의 대표 특산품이 '파프리카'인데, 이 식재료를 넣어 요리를 많이 한다.(안 매운 것부터 매운 청양고추의 맛까지 다양한 종류가 있다.) 웬만한 식당에서 파프리카 가루나 소스(한국으로 치면, 고춧가루, 다진 양념 같은)를 요청하면 다 구비되어 있으니 요청하면 된다. (식당에 따라 추가 요금을 받기도 함)


5. 달달한 후식 : 수프나 음식이 짠맛을 많이 내서인지, 단 케이크나 디저트 와인(Tokaj wine, 토커이) 등을 즐겨한다.


6. 맥주와 와인 : 헝가리인들은 음주를 매우 즐긴다. 유럽의 대부분의 나라들이 저녁 6시 이후로 조용해지는 것과 달리 헝가리 사람들은 그때부터 달리기? 시작한다. 한국처럼 굉장한 주량을 자랑한다기보다 적당히 즐길 정도의 양을 마시고, 그 시간을 만끽한다. 그리고 이 나라엔 헝가리인들의 긍지이자, 자랑인 토커이 와인이 있다. (나중에 와인 관련 포스팅을 할 예정입니다.)

헝가리어에도 '건배'가 있다. ‘egészségedre' (에기쉬이게드레)! 우리나라처럼 '(건강을) 위하여!'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단,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이 나라 사람들은 맥주잔을 절대로 부딪히지 않는다는 것. 19세기 역사로 거슬러 올라가서 그때 당시 오스트리아인들이 맥주잔을 부딪히며 헝가리 순교자들의 사형을 축하했다고 하는 데에서 유래해 지금까지도 금기시되는 분위기이다.



위와 같은 이유로 헝가리 사람들은 그들의 음식에 대한 커다란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전 세계 3대 음식 '프랑스, 중국, 터키'와 함께 헝가리, 이탈리아 '5대 음식'으로 포함시킬 정도이니... (한국 음식을 모르고 하는 소리인 것 같다)




헝가리 대표 음식



헝가리 대표 음식 : 굴라쉬 수프


살라미


할라스리 (생선 수프)


파프리카 치킨 (위에 sour 크림을 얹어 먹는다.)


도보쉬 또르타


뚜로


똘또뜨 카포차 (위에 sour 크림을 얹어 먹는다.)


헝가리식 피클



1. 구야쉬 레베쉬(gulyásleves) : 한국의 육개장 같은 요리

2. 살라미 (salami) : 이탈리아식 소시지, 소금과 향신료 등을 넣어 건조시킨 소시지라고 보면 된다

3. 할라스리 (halászlé) : 생선 수프 (헝가리인들이 크리스마스에 먹는 전통 음식, 한국 음식 매운탕과도 비슷한 맛이 난다)

4. 똘또뜨 카포차 (töltött káposzta) : 김치찜 같은 맛, 돼지고기 다진 것에 절인 양배추를 감싸 익힌다.

5. 퍼프리카쉬 치르케 (Paprikas Chirke) : 파프리카 소스를 곁들인 치킨 요리

6. 도보쉬 또르따 (dobos torta) : 헝가리 대표 디저트

7. 뚜로 (Túró Rudi) : 헝가리 국민 간식 (겉은 초코릿, 안엔 꾸덕한 치즈가 들어가 있다)



그 외, 헝가리 음식에서 제일 신기했던 건, '피클(pickle)'이었다. 이들도 오이, 양배추, 파프리카 등을 절여서 먹는다. 여러모로 한국스럽다.

마트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으니, 한 번씩 경험해 보시길!

레모네이드(헝가리어 발음으로는, 레모나디)도 맛있다. 동유럽은 물에 석회질이 섞여 있기 때문에, 이를 중화시키기 위해 산성인 레몬과 레모네이드를 많이 먹는데, 그래서인지 어딜 가나 레모네이드의 맛은 실패가 없다. (헝가리 어딘가에서 맛없는 레모네이드를 마셨다면, 보기 드문 경험을 한 것이니, 자축하시라!) 레모네이드의 종류도 매우 다양하니, 음료 메뉴를 자세히 살펴보고 취향에 맞게 고르면 된다.



(2020.01) 어학원 수업 마지막 날, 각자 본인 나라의 음식을 만들어와 스몰 파티를 열었다.



본인이 해 온 음식에 대해서 설명하는 시간 조차 수업의 일환이었다.   헝가리 선생님은 ‘뚜로’를 직접 만들어 왔었다.   (그나저나 사진에 내가 없는 이유는?)



작년에 이곳에 놀러 온 남동생이랑 센텐드레에 갔을 때, 오리 고기와 돼지고기 요리 (훌륭한 맛이었다.)


할라스리(생선 수프) 기똥차게 맛있는 곳


오리 고기 & 리조또 & 레모네이드


한국에서 친구 셋이 놀러 왔을 때 갔던 센텐드레 맛집 (스테이크 & 연어 요리 & 피클 등)
헝가리 식당에서 먹은 송어 요리 (대룩 국가인 이곳은 해산물이 귀하다. 생선은 민물 생선 요리가 주를 이룬다.)
뉴욕 카페에서의 커피와 디저트


헝가리에선 연말연시 카운트다운을 외치며 이 나라 전통 음악을 노래하고, 이렇게 샴페인으로 새해인사를 나눈다.


음식을 먹으면서 소통하고, 친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디나 다 마찬가지다.

2019.12 (동유럽에서 최고로 예쁜 부다페스트 크리스마스 마켓)
부다페스트, 크리스마스 마켓



매년 11월 중순부터 해가 바뀐 후, 연초까지 각 유럽엔 자기네가 최고라고 자랑하는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린다. '유럽의 겨울은 피하라!'라고 누가 말하는가. '유럽 여행의 정수는 12월'이다,라고 감히 단언해본다.  


부다페스트의 크리스마스 마켓은 주변 국가들 사이에서 겨울만 되면 머스트 go city로 회자될 만큼 그 명성이 자자하다. 비엔나와 부다페스트, 프라하 마켓 등이 앞을 다투며 경쟁? 하는데, 나는 단연 Budapest 마켓을 최고로 여긴다. (객관적으로도 그렇고^^) 비엔나 마켓도 어여쁘다. 프라하는? 거기도 예쁘네. 다 좋다.


크리스마스 마켓에 가면 각종 헝가리 음식이 호사스럽게 마련되어 있다(단 시즌 특성상, 매우 비쌈!). 한 번에 같은 장소에서 이 나라 음식을 모두 누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위장이 허용한다면 말이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어둠에 짓눌려 있던 도시 전체가 불을 환히 밝힌다. 겨울에 동유럽을 여행한다면 꼭 연말연시에 맞춰서 오길 추천한다.


나의 대학 친구 S, 그녀는 나를 보러 놀러 왔다가 이 몸과 마찬가지로 부다페스트와 사랑에 빠졌다. 이곳이 하도 좋아 봄, 여름, 겨울 3년에 걸쳐서 세 시즌을 방문했었는데, 겨울의 부다페스트가 제일 좋았다고 한다. 

내가 이곳 겨울을 이겨낼 수 있는 이유 중 유일한 것이 바로 이 마켓 시즌!

올해(2020년) 크리스마스 마켓은 11.20일부터 1.1일까지 열린다. 헝가리 친구들 일은 설렁설렁 해도, 노는 거 하나만큼은 최고로 부지런하다.




유럽에서 식도락 여행으로 추천할만한 곳은 바로 헝가리, 부다페스트이다.
이곳에서 중부 유럽의 맛에 흠뻑 취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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