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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 Oct 31. 2020

지금 이 순간을 살 것.

2020 코로나 시대 : 엄마와의 여행


[8월의 기록]


지금 보니, 엄마와 보냈던 3주간의 시간은 유독 특별한 선물이라 느껴졌던 순간이다.

한국과 헝가리. 잠시간 주춤했던 여름의 코로나.


2020. 8.10-8.31 : 예기치 않았던 엄마와의 헝가리 여행


헝가리에서의 3주를 뒤로 하고 엄마가 한국으로 돌아간 그다음 날(9/1), 헝가리는 다시 국경을 봉쇄했다.



 




나흘 전(2020.08.10), 엄마가 헝가리에 왔다.



우선 한국은 헝가리에서 녹색국에 해당하기 때문에, 코로나 자가격리가 없이 입국이 가능하다.

(외교부에 따르면 헝가리 정부는 세계 각국을 코로나 19 상황에 따라 녹색, 황색, 적색으로 나누고 한국을 포함한 녹색국에 대해서는 지난 15일부터 제한 없이 입국을 허용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 20일부터 인천-부다페스트 직항 편 주 1회 운항도 재개됐다. 헝가리는 지난 4월 30일부터 아시아 국가 중에는 유일하게 한국 기업인 입국을 허용했다_출처-7.27일 자, 뉴스 1)



물론 한국으로 돌아가면, 자가 격리 2주를 해야 한다.



나의 권유에 의해서 갑작스레 티켓을 끊고, 이곳으로 온 우리 엄마. 헝가리 방문은 세 번째다. 이제 매년 여름 연례행사처럼 오게 되는 헝가리 -



비행기 도착 시간이 14:30분인 걸, 오후 4시 30분으로 착각한 나(더위 먹었는가 보다).



부랴부랴 공항으로 달려오니, 엄마는 이미 마스크를 쓰고 공항 내에 우두커니 앉아있다. (녹색국이라 그런지 입국 심사 통과도 빠르다)

어찌나 죄송하고, 나 자신이 밉던지.



2020.08.10 한산한, 부다페스트 리스트 페렌츠 국제공항_터미널 2B



이틀간, 시차 적응도 하고, 이곳 지인도 만나고, 부다페스트 시내도 쉬엄쉬엄 돌고, 이미 이곳 지리는 빠삭한 분이라 혼자서도 척척! 다니신다.


코로나가 여전히 기승이고, 그 코로나 때문에 인도에 계신 아빠와는 생이별 상태이고, 또 극심한 장마 속에 갇혀 있다 와서인지, 그냥 거닐기만 해도 행복하고, 감사하다는 엄마.






오늘은 아침부터 정신을 단디(!) 붙잡고, 헝가리 지방도시로 향했다. ‘Debrecen'(데브레첸)이라고 하는 헝가리 제2의 도시로 지도에서 표시된 바와 같이, 루마니아와 거의 근접해 있다.


데브레첸_2020.0813


데브레첸 :
헝가리 동쪽에 있는 허이두비하르주의 주도이다.
헝가리에서 부다페스트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도시로 북부 대평원 지역의 중심도시이다. 18세기에는 헝가리의 가장 큰 도시였고 19세기와 20세기에 각각 잠깐 동안 헝가리의 수도였다.
(중략) 데브레첸은 13세기 중엽 이후 빠르게 발전했다. 1361년에 너지 러요시 왕은 데브레첸 시민들에게 재판관과 의회를 선발할 권리를 부여했다. 이는 도시의 자치를 위한 기회를 제공한 것이었다.
16세기 초에 데브레첸은 중요한 상업도시였다.



영어식으로 표기되는 구글맵_헝가리어로는 데브레첸이 옳다.


M3(고속도로)를 타고 부다페스트 기준, 동쪽 끝으로 향하는 길_(승용차 기준, 약 2시간 20분 정도가 소요된다)



헝가리는 국토의 70%가 평지이다. (우리나라 한국과는 정반대) 대평원을 달리며 만끽하는 기분이 참- 좋다.

이곳에서 오래 산 교민들을 이제는 이 평야의 전경이 밋밋하게 느껴지고 한국의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풍경이 그립다고들 이야기한다.



헝가리에 지내면서, 주요, 근교 도시들을 많이 가봤지만, 이곳(Debrecen)은 처음이다.


우리나라 학생들이 헝가리로 유학 올 때, 의대 진학을 목적으로 오는 경우가 많은데, 4개의 도시로 집중된다(부다페스트, 세게드, 피츠, 그리고 '데브레첸').

이 도시에 대한 그 외 정보는 내게 없다. 선입견(이라 쓰고 정보라 읽는다)을 갖지 않고, 그 장소가 주는 느낌을 먼저 흡수하고 싶다. 공부는 그다음이다. (주로 내 여행 패턴이 그렇다)



오며 가는 마음에 품고,
눈에 담는 순간이 바로 '여행'



데브레첸 도착! 첫인상 : 한적하고, 정갈하고, 제2의 도시라는 명성 치고는 소담하다.


맑고 푸른 하늘, 헝가리의 여름_2020.08.13



금강산도 식후경!!  우선 중심가로 향해본다. ('중심가가 어디지? 성당이나 교회를 찾자!' 그곳이 바로 중심가)



사람들이 눈에 띄기 시작한다. 건물이 전체적으로 멀끔-하다.


데브레첸 개혁교회_이곳이 바로 Belvaros_벨바로쉬(헝가리어)! (Centrum : 중심가)




*데브레첸 개혁교회는 헝가리 프로테스탄트교회의 상징이며 데브레첸이 종종 '칼뱅주의자 로마'로 불리는 것도 이 교회가 있기 때문이다. 헝가리에서 가장 큰 프로테스탄트교회인 이 교회는 또한 가장 큰 종을 갖고 있기도 하다.



개혁교회를 중심으로 이 도시의 중심가 Kossuth(코슈스) 광장이 기다랗게 펼쳐진다.


데브레첸 시민문화회관 건물 (핑크색) : 하늘과 분홍빛의 조화가 어여쁨을 뿜어낸다.


스타벅스가 있다면, 그곳은 대도시이지요. (데브레첸 내, Starbucks)



벨바로쉬 (도시 중심) + 피아츠 우쩌 (시장 거리)


극강의 더위, 그럼에도 행복한 여행.


광장 자체만으로도 데브레첸에 대한 호감도가 상승한다. 광장이라는 명칭에 걸맞게 화끈하게 트여있다.




'나는 왜 이 광장에서 벨기에가, 스페인이, 네덜란드가 스쳐갔을까’ 그러고 보니, 내가 떠올린 곳들이 모두 서유럽이네.


헝가리 동쪽 끝으로 와서, 루마니에게 근접하다면 동유럽의 끝판왕스러워야 하는데, 왜 서쪽의 나라들이 내 속에서 꿈틀거렸을까.

(아마도 '작열하는 태양 아래'라는 이글거리는 도시 열기가 내가 기억하는 서유럽의 한 광장으로 나를 이끈 것이 아닐까, '닮아서라기보다 기억 속 분위기가' 그 장소들을 떠오르게 한 건 아닐까, 하고 생각해본다.)


그리고 헝가리의 지방 도시로 떠올린 이미지(주로 소박하고, 아담한)보다는 현대적이고, 정갈(도시 정리가 잘 되어 있는 느낌)했다.


우선은 대륙 국가의 헝가리 여행은 다른 나라 국경에 가까워질수록 이국적이고, 옆 나라의 특성을 조금이나마 닮아 가는데, 내가 경험했던 루마니아는 이 모습이 아니거니와,


아무래도 이곳이 과거 헝가리의 수도 역할을 잠시나마 했던 곳으로, 부흥기의 모습이 잔류해 있고, 1857년 이후로 급속히 발전하기 시작했다고 하니, 여러모로 부다페스트를 대체할만한 도시의 모습을 갖췄을 테고, 지금의 멀끔한 정장을 입은 신사 같은 모습으로 남아있는 것이 아닐까.






헝가리에선 오리를 먹어야 해요! (DUCK Rissoto, fungi pizza, seafood spagetti)



점심을 든든히 먹었으니, 맛있는 커피를 찾아 나선다.

걷고, 걷다가 광장 옆, 또 다른 작은 광장을 발견했다.



Halköz tér (광장은 모두 Ter) _ 그 이름도 어여쁜, (풀이하면) 물고기 광장





배에 기름칠(!)도 했고, 입가심도 했으니,

다시 걸어볼까 -



다시 보이는 '데브레첸 개혁교회'


코슈스 광장



'데브레첸' = '광장'

이 도시는 '광장이 다 했다'라고 할 정도로 정말 광장만이 제 몫을 다 했다.


주변에 동물원, 박물관, 국립공원 등 가볼만한 장소들이 꽤 있지만,

오늘은 이 도시의 공기를 마시고 왔단 것만으로도 설렘 지수가 힘껏 상승되었기에,

(* 지난 1월 한국에 갔다가 코로나로 인해 다리 꽁꽁 묶여 개방적 고립에 몰렸던 나. 반년만에 컴백한 헝가리에서의 첫 여행은 찬란했다. 엄마 역시 코로나 시대에 매몰됐던 일상과 그칠 줄 몰랐던 한국에서의 장마 등 곤비했던 몸과 마음에 윤활유 역할을 해줬던 헝가리의 해와 공기였다. 우리의 여름 첫 여행은 이렇게 걷고 웃는 것만으로도 성공적인 날이었다 볼 수 있었다.)



다시 '부다페스트'로 향한다.





태양아, 너 따라 나도 귀가한다. 오늘따라 분위기 있다, 너.




오랜만에 부다 초입에 위치한 '갤리르트 언덕' (한국 관광객들에겐 '갤레르트(영어식) 언덕'으로 불린다)에 잠시 짧은 인사를 건넨다. '언덕 아래 야경아! 잘 있었니? 여전히 빛나고 있는 너'


유럽 관광객들이 꽤 많이 눈에 띈다.

(올초까지는 한국인들의 성지였는데...)


유럽의 3대 야경 중 하나인, 부다페스트 야경 (좌_부다왕궁, 중앙_세체니 다리, 우(다리 넘어)_국회의사당)


못 보던 노천 테이블이 생겼다.

관광객 유치 작전, 혹은 헝가리인 포섭 작전으로 보인다.




언덕 꼭대기 '자유의 여성상'이 지키고 있는 곳을 올라와보니, 또 못 보던 '뮤지션'들이 있다.

흡사 헝가리판 '비긴 어게인'이 펼쳐지고 있다. ▼



또 하나의 야경 절경_자유의 다리






반년 만에 떠났던 헝가리 내 장거리 여행,

반년 만에 찾아온 갤리르트 언덕.


엄마가 함께여서 가능했던 시간들이 아니었을까.


혼자서도 잘 지내는 나는,

가끔 혼자서 어떻게 지냈나 싶게 온 정신이 번쩍 뜨일 때가 있다.


그럴 때 찾아오는 가족 특효약.


사실 엄마가 오는 것이 달갑지만은 않았다.

함께함으로 누리는 충만함이 '100'이라면, 떠나고 난 자리의 허전함이 '1001'쯤 되기 때문에.

내가 이곳을 씩씩하게 지키고 서있는 이 마음이, 엄마랑 떨어진다는 애틋함과 교차되는 순간, 중간의 심정이 아니라 복합적인 감정이 뒤섞여, 스스로가 나를 더욱더 난해한 이로 몰고 간다.


감정의 색깔과 높낮이의 폭은

첫 헤어짐이었던 5년 전 다르고, 4년 전 다르고, 작년도 달랐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혹은 그때 상황에 따라, 제각기 달랐다. 이번에도 다를 것이고.


코로나를 맞이하고, 겪고 있는 지금 이때에

나도 엄마도, 모두가 정체하거나 급변하는 이때에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자, 난 이 글을 쓰고 있고, 엄마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동시에 다짐한다.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올 것이고, 겨울이 또 온다. 그리고 그다음 봄 꽃이 필 것이고.


그럼 지금 나는 무엇을 해야 하나. 내일은 무얼 바라고 꿈꿔야 하나..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모두가 쉽게 실천하기 어려운 단 하나, 그것을 해보자.



'오늘을, 지금 이 순간을 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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