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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 Oct 31. 2020

헝가리, 어디까지 가봤니?

도자기 마을, 헤렌드



헝가리에 살면서, 많은 도시들을 다녀봤지만

이번 헤렌드로 가는 길목은 남달랐다. '남다르게 다가왔다'가 맞는 표현인가.


고속도로와 국도가 주는 느낌이 기존에 내가 알던 헝가리가 아니었다. 관념을 깨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여행이 시작된다! 이렇게 또 다른 헝가리를 발견하면 '난 이곳과 사랑에 빠진 것이 감사하다'라는 고백이 늘 뒤따른다.


생각해보니, 난 참 행복한 사람이다.

내가 좋아하는 나라에 마음먹고, 살 수 있는 기회가 허락됐고, 사랑하는 엄마와 이렇게 특별한 여행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번 여행은 특히, 아빠 생각이 많이 났다.

웬만해선 무엇이 하고 싶다는 본인의 욕망을 잘 드러내는 분이 아닌데, 한번은 "네가 있는 헝가리, 그리고 아빤 독일이 가보고 싶어"라고 말했던 아버지.

건축업에 종사하는 아빠가 이곳에 온다면, 얼마나 호기심 어리게, 유럽의 건축물들을 마주할까. 소년의 눈빛으로 반짝이겠지!


요즘 따라 인도에 계신, 아빠가 부쩍 보고 싶다.






부다페스트에선 웬만한 곳을 다 가본 엄마와, 어디를 가면 좀 더 특별하게 시간을 보낼까, 고민하다가

친구의 추천 리스트였던 '헤렌드' 마을로 향해본다.


헝가리 = '헤렌드'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명실상부한 이 나라 대표 도자기이다.


부다페스트 어원 자체가 물과 도자기의 도시이고,

헝가리는 유럽의 4대 명품 도자기 중 하나인 '헤렌드'의 원산지이다. (영국 빅토리아 여왕이 '찜'한 도자기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 여기서! 유럽 4대 도자기란 : 독일 '마이센', 덴마크 '로열 코펜하겐', 영국 '웨지우드', 그리고 헝가리 '헤렌드')



자기 브랜드로, 본사는 헝가리 헤렌드(Herend)에 있다.

고령토, 장석과 석영(수정) 혼합물을 사용하는 경질 자기로 만들어지며, 수작업으로 화려한 그림을 그리고 금빛으로 도색한 것이 특징이다. 고령토, 장석과 석영(수정) 혼합물을 사용하는 경질 자기로 만들어지며, 수작업으로 화려한 그림을 그리고 금빛으로 도색한 것이 특징이다. 1826년 빈체 슈팅글 (Vince Stingl)은 질그릇 도자기 공장으로 회사를 설립하였다. 그러나, 자금난을 겪으며 파산하였고, 1839년  모르 피셔(Mór Fischer)가 공장을 인수하였다. 그는 예술적인 요소를 가미한 자기 제조를 하였고, 1840년 헝가리 귀족의 지지를 얻었다.
짧은 기간 내에 큰 성공을 거두었고, 비엔나, 런던, 파리, 뉴욕 등의 박람회에서 호평을 얻었다.
이러한 결과 영국 빅토리아 여왕 및 프란츠 요셉 1세 등 왕실 등의 주문을 받았다. 특히, 1851년 런던 세계박람회에서 선보인 중국 스타일의 나비와 꽃줄기가 그려지고 생동감 있게 색칠된 헤렌드 양식은 빅토리아 영국 여왕의 디너 세트로 사용되었으며, 이후 ‘빅토리아(Viktória)’ 양식으로 불렸다. 또한, 그는 19세기 중엽 합스부르크 왕가 조달 업자로 유럽 전역의 귀족들을 고객으로 두었는데, 1865년 프란츠 요셉 1세가 그의 자기 예술을 칭송하는 의미에서 귀족 자격을 부여하였고, 1872년부터 왕실 조달 업자로 비엔나 양식과 자기 모양을 사용하도록 자격을 부여받았다.
이로써  첫 번째 헤렌드 황금시기를 맞이하였다.

두산 백과



도자기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이름, 헤렌드(Herend).

한국에 갈 때, 자가를 좋아하는 엄마 선물로 종종 사가기도 했는데, 직접 그 본고장으로 가 눈으로 보고 겪는 것이 엄마에게도 나에게도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라 생각하고, 바로 그곳으로 향했다.



부다페스트에서 약 130k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작은 마을, Herend (작은 표지판이 보인다)


Welcome to Herend -



헝가리를 참 좋아하는 나이지만, 자주 이곳저곳을 다니다보며 ‘이젠 다 거기서 거기’ 같은 사치스런 권태의 감정이 생긴다. 아무 기대 없이 간 이 동네.

이번엔도 그냥 '예쁜 도자기 하나 사 오면 되겠다!' 하고 갔는데, 눈이 휘둥그레!



참하고, 정직해 보이는 헤렌드 마을.

매력덩어리라는 느낌이 온다.전체적인 구성도 마음에 들었다. 작정하고 만든 듯한 헝가리 대표 도자기를 전심으로 담은 이 마을.



우선, 주차를 하는데(주차 무료), 저 멀리 외국인 관광버스 한 대 보였다. 원래대로라면, 지금 한창 성수기였을 헝가리인데.., 이들도 매우 속상하겠지.



"자! 그럼 걸어서 헤렌드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계단을 오르면 곧 펼쳐질 헤렌드의 세계


두근두근!



이 작은 광장을 기점으로 4면이 '헤렌드'의 시작에서 끝으로 둘러싸여 있다.



굳이 순서를 따지자면,

'헤렌드 제작 과정을 보여주는 작은 공장 > 헤렌드 작품 전시 박물관 > 헤렌드 카페 > 헤렌드 상점' 등으로 보면 좋다. (아래 2,3번의 순서가 바뀌어도 좋다)



1. 헤렌드 제작 과정을 보여주는 작은 공장 : 큰 공장은 관광객 입장 불가라, 'minimanufaktura'에서 한 땀 한 땀 만들어지는 도자기의 제작과정을 살핀다.


2.  헤렌드 박물관 : 헤렌드의 역사와 진귀한 작품들을 감상한다. 점차적으로 감탄사를 연발하게 될 것이다. 오랜 역사 속 성실에 대하여...


3.  헤렌드 카페 : 입장권을 끊으면 카페에서 커피(or 차) 한 잔을 즐길 수 있도록 쿠폰을 주는데, 헤렌드 찻잔에 마시는 커피도 일품이고, 카페 분위기가 고풍스러워, 빅토리아 여왕이 된 듯한 착각이 든다.


4.  헤렌드 상점 : 이쯤 되면, 헤렌드에 대해서 공부도 했겠다, 뭐 하나 안 사고 못 베기는 심정이 된다. 헤렌드에 대한 열망이 극대화가? 되었을 때쯤 마음에 드는 헤렌드 제품을 pick 한다. 일명 쇼핑 타임 : ) (단, 충동구매는 자제하시길! 평소 눈여겨보던 제품이 있다면 그걸 사도록 하자)




헤렌드 박물관


헤렌드 자기를 입은 사자라니! 자태가 곱다.


자! 그럼 입장해 볼까!


입구에 안내데스크가 마련되어 있고, '공장&박물관' 입장권을 구입하면 된다. 공장 & 박물관 티켓 & 커피 쿠폰  (*1인 기준 3,500ft - 한화, 약 15,000원)


이곳에서 오늘의 헝가리 가이드(영어 해설)와 인사를 나눈다.
헤렌드 도자기로 만든 세계지도   (우리의 가이드, 마스크 쓰고 열일 중이다)


오스트리아 마리아 테레지아 여왕의 그릇. 실제로 보면           도자기로 이러한 결과물이 도출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도자기 제작 기법을 형상화 해놓은 건물의 천장


저 멀리 도자기를 제작하는 모습이 보인다.


한 땀, 한 땀 /한 사람의 손 끝을 거쳐 탄생하는 명풍 도자기/도자기에 칠을 하는 색감의 조합만 해도 수천 가지가 넘는다 한다.
빅토리아 여왕 문양 중 하나인 ‘꽃과 나비’



하나, 하나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며,

괜히 국가를 대표하는 것이 아니구나.. 싶었다.


가이드의 영어 설명이 참 좋았다. 엄마에게 내가 해석하여 전달할 때, 적당히 멈춰주는 센스 하며, 설명할 때의 속도감, 정확성, 이 일에 담긴 열정까지 느껴지는 이 가이드를 만난 것이 행운이라 생각될 정도로..


팁을 바라지도 요구하지도 않은 눈치였지만, 만족감 200%에 넌지시 2,000ft(약 6유로)를 건네주었다. 내심 놀라는 눈치였지만, 내 마음 전달엔 이 돈도 부족해 보였다 : )



헤렌드 도자기 박물관으로 가기 전, 마스크 착용을 하고 공장을 둘러보니 갑갑하고, 당 떨어지는 기분에 먼저 커피를 마시고 다음 코스로 향하자고 의견을 통일했다.

(식사도 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코로나 때문인지 서비스가 안 된다고 한다)


카페에서의 메뉴는,

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 카푸치노, tea - 이 중에서 고르기!


헤렌드 찻잔 세트로 풀 장착된 카페


한산한 카페 내부. 앤틱한 분위기로 헝가리 옛 귀족들이 담소를 즐겼을 법한 장소이다.


보기 좋은 네 식구, 이런 그림을 볼 때마다 내 마음에 꽃 향기가 부는 것 같다.



카페인을 섭취했으니, 이젠 박물관으로 향해보자! ▼

헤렌드 박물관 입구


장인 정신이 묻어나는 헤렌드의 역사/ 도자기 굽는 가마/ 헤렌드 도자기 전시관/ 헤렌드에 아트 접목하기


헤렌드 간행물 변천사





오늘의 하이라이트!

직접 보고 느낀 헤렌드를 만나는 시간이다.

엄마는 접시와 bowl, 나는 찻잔 세트를 벼르고(?) 왔다.

이때쯤 접어드니 하루 종일 마스크 쓰고 다니느라 지치기도 했고, 배고픔이 극도에 달하고 있을 때라, 매의 눈으로 샤샤샥- 훑어보고 각자의 목표물(!)들을 사고 나왔다.



헤렌드 매장 내부






헤렌드 마을에 다녀오면서, 내 마음이 정화가 되어있음을 느낀다.

고즈넉한 마을, 헝가리의 전원 풍경, 엄마와 함께하는 의미 있는 시간, 그동안 묵혀왔던 걱정들이 희미해지고, 내가 이곳에 존재한다는 것이 충만함으로 가득 부풀어 오르면서


다시 한번 확실해진 , 계속해서  허락된 길을 걷자는 .







아직도 내가 모르는 수많은 헝가리가 곳곳에서 날 기다리며 손짓하고 있다.


코로나 전, 헝가리에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들고, 여러 한국 회사들이 들어오고, 이곳이 대중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이제는 더 이상 나만의 도시가 아닌, 모두의 것이란 생각에 애인 빼앗긴 마음도 들고, 괜스레 서운한 맘이 들곤 했다.

내가 사는 이 나라, 이 도시, 부다페스트가 조금만 더 천천히, 더욱더 잔잔하게, 매력이 벗겨지길.. 바랐었다.


따뜻한 이 도시가, 나에게만큼은 천천히 지치지 않고 다가와주길, 나 또한 그것에 진심으로 화답하길..

아일랜드에서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이 땅을 발견하지 않았더라면'이라는 가정은 이제 더 이상 희미해질 정도로 내 모든 감각에 강렬하게 스며든 헝가리의 공기.

그것이 새삼 상기되었던 이번 여행길, 헤렌드 -



헝가리에서의 여정이 늘 아름답다고만은 할 수 없다.

때론 푸석한 사막 같고,

때론 몽롱하게 취기 오르는 와인 한 잔 같고,

때로는 다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허무함 속에 가득한 어느 노인의 삶의 끝자락 같기도 하고,

그러다가 또 방긋 피어오르는 꽃 열매 같은.. 그런,



결코   없는 길이기도 하지만, 하나 확실한 ,  이곳이어야 내가  다울  있다는 .

무너져도, 휘청거려도, 이곳이라면 오뚜기처럼 일어날  있을 것이란 믿음이 내가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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