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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ecil Apr 07. 2023

희망 고문, 정신 승리, 자기 기만

카뮈, 부조리 그리고 '내일'에 대하여

<구두 한 켤레> 빈센트 반 고흐 1886

나를 파괴시키지 못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나를 강하게 만들 뿐이다.

-프리드리히 니체-

인터넷에서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뉴스를 자꾸만 찾아보는 경향을 '둠스크롤링(doomscrolling)'이라고 합니다. '불확실한 시대'라는 말이 자주 들어가는 뉴스를 자주 접하면서 부정적인 기사들에 빠져드는 현상을 나타내는 신조어입니다. 흥미롭게도 구글로 논문이나 문헌을 17세기부터 훑어 보아도 '불확실'에 대한 표현이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둠스크롤링'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했다고 '불확실'에 대한 부정적인 마음이 새롭게 등장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가 어느 때보다 불확실하다고 생각한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한 세기가 지나고, 새로운 문명이 속속 등장하면서 사회 구조에 대 변혁이 일어나는 시기에는 특히나 불안은 크게 가중되었습니다. 19세기 말 '자살론'을 쓴 프랑스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은 정신없이 변화하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개인이 느끼는 고립, 고독, 불안 상태인 '아노미'적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뒤르켐이 살았던 19세기후반에서 20세기 초반을 지나 20세기 중반을 향하던 시점에도 역시나 사람들은 아노미적 상태에서 자살을 선택하는 기현상이 지속되었습니다. 결국, 카뮈는 '자살'에 대해 심도있는 고찰을 하며 역작 '시지프 신화'에서 예측하지 못한 전개로 당황하며 불확실함이 증폭된 '부조리' 상황에서 '자살'이 아닌 '저항'으로 자신의 인생을 살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20세말을 지나 21세기가 시작된 지 23년이 지난 지금, 매일 달라지는 기술의 진보와 세계 정치의 구도의 불안은 아노미와 부조리가 뒤섞여 일부러  '둠스크롤링'하지 않아도 쉴 새 없이 불안으로 개인을 몰아넣습니다. 카뮈는 시지프 신화를 통해 '부조리'한 상태에서 나타나는 심리적 균열은 막연한 '희망'을 제시하고 무작정 '긍정'을 유도하면서 그저 잘 되기를 기대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고 강조합니다. 오히려 부조리한 자신의 상황에 깊이 파고들어 현재를 열정적으로 살아갈 때, 다음을 기약할 수 있습니다. 막연한 희망으로 자신을 고문하지 말고, 막연히 잘 될 것이라는 정신 승리를 그만 두는 순간 '현실'을 바로 보는 힘이 생깁니다.


눈과 손으로는 부정적인 '둠스크롤링'에 집중하면서 '다가올 미래는 잘 될거야'라는 막연한 희망은 불안한 자신을 애써 '긍정'으로 포장할 뿐 적극적인 해결이 될 수 없습니다. '자신감을 가지고! 자존감을 세우고!' 이런 진부하고 난해한 표어에 짓눌리기보다 지금, 이 순간 자신의 인생에 집중하고 현재를 적극적으로 살아가라는 카뮈의 말이 매우 와닿는 요즘입니다. 어려움이 가득한 현실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 저항하며 깨닫는 자신만의 '가능성' 안에 진정한 '내일'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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