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떠난 터키 여행의 시작
아부다비에서 서울로 가는 직항 티켓보다 아부다비에서 이스탄불을 경유해서 서울로 가는 티켓이 더 저렴하다는 것을 발견하고 즉흥적으로 터키 여행을 계획했다. 여행 일주일 전 Multi city trip으로 티켓을 끊고 하루 숙소만을 예약한 채로 조금은 무모하게 이스탄불로 향했다.
한겨울에도 따뜻한 아부다비와 달리 이스탄불의 새벽 공기는 매우 찼다. 공항에 도착해서 아부다비에서의 짐을 모두 담은 3개의 캐리어를 힘겹게 끌면서 공항버스를 타도 숙소로 향했다. 이스탄불의 모습은 이상할 만큼 한국과 비슷했다. 아부다비의 황량한 지형만 보다가 산과 들 그리고 나무를 보니 반가웠다. 버스, 그리고 택시를 타고 드디어 숙소에 도착해서 안락한 침대에 누우니 비로소 여행 온 느낌이 났다. 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를 읽으면서 잠시 여유를 즐겼다.
터키 여행을 계획한 후 상해에서 국제학교를 다닐 때 룸메이트였던 터키인 친구들에게 연락을 했다. 간간히 연락은 이어왔었지만 6년 만에 만나는 거라 너무 뜬금없다고 생각하지는 않을까 걱정했으나 고맙게도 너무나도 반갑게 맞아주었다. 학교를 떠나기 전 꼭 서로 나라에 언젠가 놀러 가자고 했었는데 드디어 기회가 온 것이었다. 한 친구는 대학교 마지막 학기 재학 중이고 한 친구는 인턴을 하고 있었는데 다들 바쁜 와중에도 내가 온다고 하니 어렵게 시간을 내주었다.
처음 한 일은 친구와 만나서 같이 이스탄불 시내 쪽을 탐방하는 것이었다. 탁심 광장 쪽으로 향했는데 우중충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풍경이 너무 예뻤다. 걸으면서 사진을 막 찍었는데 엽서처럼 잘 나왔다. 날씨가 너무 추워서 친구가 좋아하는 카페에 갔다. 골목 귀퉁이에 숨겨져 있는 곳이었는데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친구랑 6년간의 근황을 전하고 정말 오랜만에 국제학교에서의 추억들을 얘기했다. 그동안의 세월이 무색할 만큼 어색할 틈도 없이 대화는 끝없이 이어졌다.
해가 빨리 져서 어둑어둑해질 때쯤 갈라타 타워 쪽으로 걸어갔다. 갈라타 타워 위에 사랑하는 사람이랑 올라가면 그 사랑은 영원하다는 소문을 친구가 알려줬다. 줄도 길었고 우린 둘 다 싱글이기에 비싼 티켓 주고 올라가 보진 않았고 앞의 풍경을 보는 걸로 만족했다.
저녁 시간 즈음 다시 숙소가 있는 카디코이 쪽으로 지하철을 타고 돌아갔다. 인턴을 하는 친구가 퇴근을 해서 셋이 카페에서 만났다. 참 많이 변했으면서도 변한 게 별로 없었다. 서로 근황을 얘기하면서 catch up 하는데 기숙사 침대에 앉아서 수다 떨 던 고등학교 시절과 다를 바가 없었다.
고등학교 때 전학가면서 언제 친구들을 다시 볼 수 있을까 했었는데 이렇게 이스탄불에서 재회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감격스러웠다. 이스탄불 1일 차 아직 이 도시는 내게 생소하지만 익숙한 얼굴들이 있기에 친근하다. 벌써 이 도시의 매력에 빠진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