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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라 Apr 27. 2022

아부다비 미식 탐험

이번 주부터는 드디어 생활이 안정기에 접어든 것 같았다. 집도 이제는 내 집 같다는 느낌이 들었고, 회사생활에도 익숙해져 갔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좋은 인연들을 만들었다. 첫 주의 외로움과 막막함은 사라지고, 점점 여기에서의 생활에 익숙해지고 즐기고 있는 나를 볼 수 있었다. 아직 매일매일 낯설고 새로운 것들을 많이 마주하지만 막연한 두려움보다는 호기심과 즐거움으로 대할 수 있는 것 같다.


드디어 일주일 간의 반격리 생활이 끝나고 이번 주는 출근을 세 번이나 했다. 집에서 회사 셔틀버스 스탑까지의 거리가 생각보다 꽤 멀지만 출근길은 언제나 설렌다. 걸어서 한 15분 정도 거리인데, 나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으나 여기 사람들은 모두 놀라했다. 그 거리를 걸어간다고? 우리 집이 WTC몰 근처라고 설명했더니 다들 그 거리는 아부다비에서 '근처'라고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근처는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 즉 5분 이내이고, 그 이외의 모든 반경은 '차 타고 가야 하는 먼 곳'이라고 한다. 몇 번 왔다 갔다 해보니 그 말이 이해가 갔다. 8월의 아부다비는 정말 무시무시하게 덥다. 일사병 걸리기 최적의 환경이고 외출 시 선크림, 선글라스, 물은 필수이다.


아부다비 온 후 처음으로 배달 말고 레스토랑에 가서 식사를 했다. 저번 주 금요일에는 상무관님께서 호텔 뷔페에 데려가 음식을 사주셨는데 신선한 해산물과 프랑스 요리에 아랍식 twist를 더한 맛있는 요리를 맛볼 수 있었다.

Sofitel 내 Grills@Chill'O 식당 pooside로 뷰도 좋고 음식도 맛있었다

토요일에는 학교 선배 분께서 소개해준 현지인 친구를 만났다. 첫 만남인데도 불구하고 어색하지 않고 바로 친해져서 좋은 시간을 보냈다. 레바논 레스토랑에 같이 가서 처음으로 찐 아랍 음식을 맛봤다. 고기와 감자튀김을 많이 먹는데 향신료가 많이 들어가서 생각보다 느끼하지 않고 맛있었다. 아부다비에서는 외식 비용이 한국에 비해 비싸지만 그만큼 양이 정말 많다.

친구가 데려가 준 레바논 식당

그리고 이번 주 수요일에는 회사 한국인 직원분께서 터키 레스토랑에 데려가 주셨는데 그곳도 정말 맛있었다. 터키 음식이 세계 3대 음식 중에 하나라고 했는데 먹어보고 나니 납득이 갔다. 첫 주에는 혼자 있다 보니 밥도 잘 안 챙겨 먹고 맛있는 게 뭔지 잘 몰라서 비싼 배달 음식만 시켜 먹었었는데 점점 현지인 패치가 되고 나니 이곳에 세계 각국에 맛있는 음식들이 많고 괜찮은 가격에 먹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정말 맛있었던 터키 음식점!
단맛 끝판왕에 입에서 사르르 녹았던 터키식 디저트 쿠나파
터키식 차이. 향이 정말 좋다!

매일 외식을 할 수 없으니 장도 몇 번 봤는데 장 보는 것도 재미있다. 워낙 다양한 국가의 식료품이 많고 마트들도 커서 장 보는 데만 한 시간이 걸렸다. 외국 브랜드 음식이나 건강식 등은 좀 가격대가 있지만 생각보다 식료품은 많이 비싸지 않다. 특히 열대과일은 한국보다 훨씬 싸서 좋다. 망고스틴, 납작 복숭아, 망고 등등 한국에서는 비싼 과일들을 맘껏 먹을 수 있다. 더워서 그런지 아부다비 음식은 단 것이 정말 많은데 그래서 당뇨 발병률이 매우 높다고 한다. 겨우 2주 있었지만 나도 정말 단 것을 평소보다 훨씬 많이 먹고 있는 걸 느낀다.

흔한 아부다비의 식료품점

집은 다행히 가구가 갖춰진 집을 찾아서 많은 것을 살 필요가 없었지만 그래도 필요한 몇 개의 생필품을 더 구비하고 책상과 의자를 사서 이제는 제법 홈오피스 + 휴식공간의 구색을 갖췄다. 중고로 좋은 가격에 겟해서 이제는 편하게 일하고 공부할 수 있다. 친구가 "여기 사람들은 300 디르함에 물건을 사고 5년 동안 쓰고 똑같은 가격으로 팔려고 해"라고 했었는데 정말 중고 사이트를 뒤지다 보면 맞는 말인 것 같았다... 그만큼 좋은 가격에 중고 물건을 겟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점점 살림 스킬이 늘어가고 있는데 씀씀이는 줄지 않는 거 같다. 예상은 했지만 여기 물가가 비싸고 돈 쓸 곳이 많아서 자칫하면 텅장이 될 수도 있다.

부동산에서 중고 거래까지 아부다비 생활에 필수적인 웹사이트 두비즐

그래도 아부다비 같이 특별한 곳에 살면서 일할 수 있는 것은 정말 큰 행운인 것 같다. 오기 전까진 워낙 아부다비에 대해 아는 게 없어서 좋은 곳인지 잘 몰랐는데 여기에 오래 있으면 있을수록 점점 더 이 도시에 매력을 느낀다.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면서도 고유의 정체성을 지키고 있고, 굉장히 현대적이면서도 또 전통을 잘 고수하고 있다. 여기에서의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고 이 도시에서 누릴 수 있는 모든 것을 최대한 누리고, 이곳에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배우고 가야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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