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라이킷 15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아부다비 미식 탐험

by 누라 Apr 27. 2022

이번 주부터는 드디어 생활이 안정기에 접어든 것 같았다. 집도 이제는 내 집 같다는 느낌이 들었고, 회사생활에도 익숙해져 갔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좋은 인연들을 만들었다. 첫 주의 외로움과 막막함은 사라지고, 점점 여기에서의 생활에 익숙해지고 즐기고 있는 나를 볼 수 있었다. 아직 매일매일 낯설고 새로운 것들을 많이 마주하지만 막연한 두려움보다는 호기심과 즐거움으로 대할 수 있는 것 같다.


드디어 일주일 간의 반격리 생활이 끝나고 이번 주는 출근을 세 번이나 했다. 집에서 회사 셔틀버스 스탑까지의 거리가 생각보다 꽤 멀지만 출근길은 언제나 설렌다. 걸어서 한 15분 정도 거리인데, 나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으나 여기 사람들은 모두 놀라했다. 그 거리를 걸어간다고? 우리 집이 WTC몰 근처라고 설명했더니 다들 그 거리는 아부다비에서 '근처'라고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근처는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 즉 5분 이내이고, 그 이외의 모든 반경은 '차 타고 가야 하는 먼 곳'이라고 한다. 몇 번 왔다 갔다 해보니 그 말이 이해가 갔다. 8월의 아부다비는 정말 무시무시하게 덥다. 일사병 걸리기 최적의 환경이고 외출 시 선크림, 선글라스, 물은 필수이다.


아부다비 온 후 처음으로 배달 말고 레스토랑에 가서 식사를 했다. 저번 주 금요일에는 상무관님께서 호텔 뷔페에 데려가 음식을 사주셨는데 신선한 해산물과 프랑스 요리에 아랍식 twist를 더한 맛있는 요리를 맛볼 수 있었다.

Sofitel 내 Grills@Chill'O 식당 pooside로 뷰도 좋고 음식도 맛있었다Sofitel 내 Grills@Chill'O 식당 pooside로 뷰도 좋고 음식도 맛있었다

토요일에는 학교 선배 분께서 소개해준 현지인 친구를 만났다. 첫 만남인데도 불구하고 어색하지 않고 바로 친해져서 좋은 시간을 보냈다. 레바논 레스토랑에 같이 가서 처음으로 찐 아랍 음식을 맛봤다. 고기와 감자튀김을 많이 먹는데 향신료가 많이 들어가서 생각보다 느끼하지 않고 맛있었다. 아부다비에서는 외식 비용이 한국에 비해 비싸지만 그만큼 양이 정말 많다.

친구가 데려가 준 레바논 식당친구가 데려가 준 레바논 식당

그리고 이번 주 수요일에는 회사 한국인 직원분께서 터키 레스토랑에 데려가 주셨는데 그곳도 정말 맛있었다. 터키 음식이 세계 3대 음식 중에 하나라고 했는데 먹어보고 나니 납득이 갔다. 첫 주에는 혼자 있다 보니 밥도 잘 안 챙겨 먹고 맛있는 게 뭔지 잘 몰라서 비싼 배달 음식만 시켜 먹었었는데 점점 현지인 패치가 되고 나니 이곳에 세계 각국에 맛있는 음식들이 많고 괜찮은 가격에 먹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정말 맛있었던 터키 음식점!정말 맛있었던 터키 음식점!
단맛 끝판왕에 입에서 사르르 녹았던 터키식 디저트 쿠나파단맛 끝판왕에 입에서 사르르 녹았던 터키식 디저트 쿠나파
터키식 차이. 향이 정말 좋다!터키식 차이. 향이 정말 좋다!

매일 외식을 할 수 없으니 장도 몇 번 봤는데 장 보는 것도 재미있다. 워낙 다양한 국가의 식료품이 많고 마트들도 커서 장 보는 데만 한 시간이 걸렸다. 외국 브랜드 음식이나 건강식 등은 좀 가격대가 있지만 생각보다 식료품은 많이 비싸지 않다. 특히 열대과일은 한국보다 훨씬 싸서 좋다. 망고스틴, 납작 복숭아, 망고 등등 한국에서는 비싼 과일들을 맘껏 먹을 수 있다. 더워서 그런지 아부다비 음식은 단 것이 정말 많은데 그래서 당뇨 발병률이 매우 높다고 한다. 겨우 2주 있었지만 나도 정말 단 것을 평소보다 훨씬 많이 먹고 있는 걸 느낀다.

흔한 아부다비의 식료품점흔한 아부다비의 식료품점

집은 다행히 가구가 갖춰진 집을 찾아서 많은 것을 살 필요가 없었지만 그래도 필요한 몇 개의 생필품을 더 구비하고 책상과 의자를 사서 이제는 제법 홈오피스 + 휴식공간의 구색을 갖췄다. 중고로 좋은 가격에 겟해서 이제는 편하게 일하고 공부할 수 있다. 친구가 "여기 사람들은 300 디르함에 물건을 사고 5년 동안 쓰고 똑같은 가격으로 팔려고 해"라고 했었는데 정말 중고 사이트를 뒤지다 보면 맞는 말인 것 같았다... 그만큼 좋은 가격에 중고 물건을 겟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점점 살림 스킬이 늘어가고 있는데 씀씀이는 줄지 않는 거 같다. 예상은 했지만 여기 물가가 비싸고 돈 쓸 곳이 많아서 자칫하면 텅장이 될 수도 있다.

부동산에서 중고 거래까지 아부다비 생활에 필수적인 웹사이트 두비즐부동산에서 중고 거래까지 아부다비 생활에 필수적인 웹사이트 두비즐

그래도 아부다비 같이 특별한 곳에 살면서 일할 수 있는 것은 정말 큰 행운인 것 같다. 오기 전까진 워낙 아부다비에 대해 아는 게 없어서 좋은 곳인지 잘 몰랐는데 여기에 오래 있으면 있을수록 점점 더 이 도시에 매력을 느낀다.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면서도 고유의 정체성을 지키고 있고, 굉장히 현대적이면서도 또 전통을 잘 고수하고 있다. 여기에서의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고 이 도시에서 누릴 수 있는 모든 것을 최대한 누리고, 이곳에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배우고 가야겠다는 생각이다.

작가의 이전글 이보다 더 화려할 수 없는 아부다비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