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너무 빨라요
10대는 시속 10km 60대는 시속 60km로 인생을 달린다죠?
나이가 들 수록 시간이 빨리 간다는 말을 할 때 농담처럼 듣던 말인데
어른들 말, 진짜 틀린 말 하나 없나봐요
요즘 나는 월요일 아침에 눈을 떠서 하루를 시작하고
일요일 저녁에 하루를 마무리하며 투덜 투덜 잠자리에 드는 것 처럼 생활하고 있어요.
일주일이 하루 마냥 빨리 달아나요.
매일 신경을 긁는 주제만 조금 달라질 뿐, 오고가는 업무 메일, 나타났다 사라지는 메신저의 알림,
오늘은 뭐먹지, 매일 반복되는 질문 속에 살다보니 일주일이 지나도 하루가 지난듯
기억에 남는 일이 별로 없어요.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인생이라는 내 밥상 위에는
이것 저것 손질해야 할 재료들만 가득했어요. 이것도 해야겠고, 저것도 해야겠고
또 이것도 먹고 싶고, 저것도 먹고 싶어서 많은 재료를 준비했거든요. 그런데 그땐 정작 할 수있는 요리가 많지 않았어요
그리고 내일 하면 되지뭐, 아직 배가 고프진 않잖아 하며 미뤄두기도 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렇게 마련된 준비되어있는 꽤 괜찮은 음식들을
마치 씹지도 않고 허겁 지겁 삼키고 있는 기분이예요
내가 좋아하는 메뉴도 아니고,
누가 가져다 놓았는지 모르는 반찬도 있는데
그저 배를 채우기 위해,혹은 시간에 좇겨, 손에 잡히는 대로 우걱 우걱 꿀꺽 꿀꺽.
가끔 목이 메이기도, 지루하기도 해요.
언제쯤 이 잘 차려진 뷔페같은 중년의 인생에서
내가 좋아하는 음식들을 예쁜 접시에 잘 골라담아 천천히 즐길 수 있을까요?
이제 내 시간은 더욱 빠른 속도로 달리는 일만 남았으려나요?
지금이라도 하루 하루 새로운 재료를 담으며 살아봐야겠어요.
똑같은 재료로 다른 음식도 만들어 보구요
일주일에 묻혀 기억나지 않는 하루가 되지 않도록.
그럼 더 빠른 속도로 달려가는 내 인생의 기차도 속도를 조금 늦출 수 있을것 같으니 말이예요.
엄마도, 오늘은 다른 산책길을 걸어보아요,
낯선 길, 오랜만에 걷는 길이 엄마의 하루 같던 일주일에 기억에 남는 디저트 같은 시간이 되기를 바래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