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는 너무 어려운 온라인 수업

그래도 배움은 계속 되어야 한다 하니

by 보부장

아, 다시 오고야 말았다.


2020년 전 세계 학부모와 학생들을 공포와 분노에 떨게 했던 온라인 수업.


늦은 오후 갑작스럽게 상하이 내 모든 학교들은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한다는 공지가 내려졌고 중국사람들도 마찬가지였겠지만 새 학기가 일주일밖에 지나지 않은 한국학교의 학생, 학부모, 선생님들은 더욱 당황하고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화면으로 만나는 새 친구들과 새로운 선생님의 모습은 더 낯설 텐데.


사실 전 주부터 봉쇄 구역이 늘어나면서 한국 학교에서는 아이들이 갑자기 등교를 하지 못할 때를 대비하여

아이들에게 교과서를 학교에 두지 말고 매일 챙겨 다니도록 권유를 해 둔터였다.

그래서 지난 며칠은 필통만 달랑 들어있던 이전과 달리 군인들 처럼 무거워진 가방을 들고 다녀야 했다.

요즘 교과서는 먼지 냄새 폴폴 나던 우리 때 책과 다르게 빳빳하고 광택이 흐르는 칼라판.

보기에는 좋지만 훨씬 무겁다. 게다가 친절한 보충교재까지 세트로구나.


내가 어릴 때야 초등학교(실은 국민학교) 때부터 커다란 가방에 신발주머니, 고학년이 되어서는 도시락까지 지고 메고 1,2 킬로 미터쯤 넘는 거리를 잘도 걸어 다녔지만, 우리 아이들은 학교가 차로 왕복 한 시간 거리에 위치한 터라 스쿨버스를 타야 한다. 그래서 고작해야 단지 안을 걸어 나가는 정도의 시간이라지만 갑자기 무거워진 가방이 걱정스러웠다.


엄마 키를 훌쩍 넘어버린 중학생 아들은 그 무거운 가방을 한 손으로도 휙 들쳐 메고 나가버린다.

하지만 아직 초등학생인 딸아이는 현관에서 나뭇짐을 메는 지게꾼처럼 끙차 하며 몸을 앞으로 젖혀서야 가방을 멜 수 있다. 비틀거리는 모습이 안쓰러워 버스 타는 곳까지 도와줄까 어쩔까 싶었지만, 관두자. 언젠가는 다 네가 짊어져야 할 짐이야.




그러나 그것도 며칠, 3/11 금요일 하굣길에 갑작스럽게 온라인 수업 공지가 떨어졌다.

교과서를 챙겨 다니라는 공지는 결국 순진한 초등학생까지만 먹혔는지 아직 출발하지 않은 스쿨버스에 타고 있던 중고등학생들은 부랴 부랴 학교에서 다시 교과서를 챙겨 오느라 잠시 바빴다.

하지만 방역 문제로 외부 인원 출입을 통제하던 학교는 일부 아이들의 교과서를 가지러 오는 학부형들을 위해 주말동안 잠시 학교 문을 열어야 했다.


그리고 봉쇄가 미리 진행되어 학교에서 책을 가져가지 못한 아이들을 위해 교과서 수송 작전도 진행되었다.

담당 선생님이 무거운 교과서 보따리를 들고 봉쇄 중인 가정을 일일이 방문하였지만 아이들이나 학부형과 짧은 감사함도 안부도 나눌 수 없다. 접근 금지 테이프가 어지럽게 처진 아파트 입구를 지키고 있는 따바이(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흰 방역복을 입은 방역관리자)들에게 책을 잘 좀 전달 바란다며 빠이투어(拜托 부탁), 빠이투어 하는 수 밖에.




어느 아파트 단지에서는 철벽이 두터워 그런지 구조상의 문제인지 알 순 없지만 물건이 손에서 손으로 전해질 수 없다며 아직 두서너 장도 들쳐지지 못한 새 교과서 묶음이 아파트 단지 안으로 던져져야 했다 한다.

꽁꽁 싸매긴 했지만 터지진 않았어야 할 텐데.






한국 집이든 중국집이든 온라인 수업에 애들만큼 바쁜 사람이 엄마라는데 다행히 우리 집 학생들은 2년 전 경험이 있어 그런지 설비 세팅도, 로그인도 큰 문제없이 척척 진행하는 눈치다.

짜식들, 많이들 컸군.

기껏해야 블루투스 키보드를 연결하고 충전선을 꽂는 정도라해도 엄마 아빠를 불러대지 않으니 훨씬 수월타.


사실, 나라면 잘 하지 못 할 것 같다.

금방까지 자고 있다가 갑자기 일어나 등교랍시고 멀쩡한 척 출석에 대답하는 것도

종이 울리는 것도 아닌데 시간에 맞춰 비밀번호 같은 주소를 찾아 제 방으로 들어가는 것도

20분이든 40분이든, 네모 네모 네모가 가득한 화면만 바라보며 그렇게 앉아 있는 것도

푹신한 침 대과 소파를 옆에 두고 의자에 앉아 AI 같은 선생님의 목소리를 듣는 것도.

그리고 짧은 시간이나마 친구들과 팔짱을 끼고 화장실을 가거나

복도를 뛰어다니며 재잘대지 못하는 것은 더더욱.


우리 아이들, 그 어려운 일을 매일 해내고 있구나.

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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