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도 모르는 너와 사랑에 빠졌어

by 김다희

처음 만난 너는 작은 동그라미에 불과했다.

사람이라기보다는 포도송이 같았던 너를 보고, 한눈에 사랑에 빠지기는 어려웠다.

내가 느낄 수 있었던 건,

알 수 없는 변화에 대한 두려움, 막연함 그리고 당혹스러움뿐이었다.


사람이라기보다는 포도송이 같았던 너


다시 너를 만나기까지는 2주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간 나는 입덧의 괴로움 속에 허우적대고 있었다.

임신이라는 건 그저 고통의 연속이라고만 생각하면서.

원망으로, 눈물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다시 너를 만났다.

짧은 시간 동안 몰라보게 자란 너는 젤리곰의 모양을 하고 있었다.


짧은 팔과 다리를 움직거리는 너의 모습을 보았을 때,

나는 순간적으로 차오르는 사랑에 짐짓 황홀함마저 느끼고 말았다.

얼굴도 모르는 너를 그만 사랑하게 된 것이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누군가를 존재 그 자체만으로 사랑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날,


나는 이 입덧의 시간도 꼭 견디어낼 수 있을 거라는,

알 수 없는 용기로 가득해졌다.


사랑에 빠지는 순간-


별이 반짝였고,

나는 너를 사랑할 수밖에 없음을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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