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잃어버린 날

4화. 우리 아는 사인가?

by 글쟁이

– 윤찬섭 이야기

“삐용, 삐용, 삐용…”
또… 그날이다.
사이렌 소리가 귀를 뚫고 들어온다.
늘 반복되는 그 장면.

짙은 안개가 있었던가?
아니, 그냥 검은 공간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나는 또 뛰어간다.
어디론가, 누군가를 향해, 숨이 찰 때까지.
앞이 흐릿해질 때쯤,
마치 영화처럼 장면이 또렷해진다.

재형이가 쓰러져 있다.
이마에서 흐른 피가 얼굴 절반쯤을 뒤덮고,
그 얼굴로 나를 보며
마치 아무 일 없다는 듯,
“괜찮아”라는 눈빛으로 웃는다.

그 옆에서 나는
그의 옷을 움켜쥔 채 울고 있다.
하염없이 멍하니, 그렇게.

들것에 실린 재형이가 실려 가고,
사이렌 소리가 멀어진다.
나는 눈을 뜬다.



그 사고 이후,
이런 꿈을 수도 없이 꿨다.

장례식이 끝나고도
재형이는 내 꿈을 떠돌았다.

처음엔 그냥 그가 나를 보러 왔다고 생각했다.
걱정하지 말라는 인사 정도로,
그렇게 해석하고 넘겼다.

하지만 그건,
내 죄책감을 덮기 위한 얕은 자기 위안이었다.

재형이가 내 꿈에 찾아오는 날이면
그날의 날씨와 상관없이
기분은 축 처졌다.
마치 온몸에 납을 달고 다니는 것처럼



내가 학교를 자퇴를 한 이후
부모님은 검정고시를 따서 대학교를 가기를 원하셨다.

아마 대학교의 다양한 사람을 만나다 보면
사고 이후 사람들과의 관계를 전부 차단한 내가
달라질까 하셨던 거 같다.

난 더 이상 부모님을 걱정시킬 수 없었다.

아주 조용히 학원을 다녔다..

“나 정도면 000 학교 정도는 갈 수 있지 않을까?”

재형이가 한 말이 생각났다.

그 학교는 서울에서 꽤 나 알아주는 학교였다.
검정고시를 붙은 후 1년은 미친 듯이 공부만 했다
공부를 하는 동안은 재형이가 꿈에 나타나지 않았다.

대학교를 들어간 후
누구와도 친해지고 싶지 않았고,
그럴 자신도 없었다.

그런데 그날,
한 녀석이 눈에 띄었다.
시끄럽고, 눈에 잘 띄고,
괜히 잘 웃는, 그런 녀석.

이름은 이재희.

그를 보는 순간,
나는 또 재형이를 떠올렸다.

웃는 얼굴.
겁 없이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태도.
그게 닮았다.
그래서 괜히 인상이 찌푸려졌다.

그런데 그 녀석이
슬쩍 내 옆에 다가와서 이렇게 말했다.

“넌 왜 표정이 맨날 심각하냐?”



이게, 이재희와 나의 첫 만남이었다.
그리고 어쩌면,
그 사고 이후 처음으로
누군가와 가까워지고 싶다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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