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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긋방끗 Oct 21. 2024

취미 수집가 (발레)

ep3. 발레

 발레는 꽤 오랜 기간 했다. 대학교때 6개월, 30대에 1년, 40대에 2년 가까이 했었다. 띄엄띄엄 하기는했지만 기회가 닿을 때마다 놓치지 않고 발레를 이어갔다. 발레를 시작하게  된 건 아름다운 몸의 움직임에 반했기 때문이다. 발레 공연을 가면 무용수들이 손가락 끝까지 영혼을 담아 춤을 추고 있는 듯해서 가슴이 뭉클했다. 나도 그들처럼 꼿꼿하게 서서 우아하게 움직여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발레를 시작하였다.  


 발레는 생각보다 코어 근육의 힘이 많이 필요해서 수업 시간의 거의 절반은 복근 운동과 스트레칭에 할애되었다.  '등을 붙이고 다리를 들어올리세요. 하나, 둘, 셋.... '. 나는 열 번을 끝까지 채우기가 어려웠다. 항상 배가 찢어질 듯 아팠다. 그래도 숫자를 다 채워야한다는 생각하면서도  '... 여덟, 아홉, 열' 이라는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릴 쯤에 이미 내 다리는 천천히 움직이고 마음 속으로는 동작을 끝내고 있었다. 스트레칭도 마찬가지였다. 햄스트링이 너무 뻣뻣해서 다리찢기 동작은 늘 고통스러웠다. 50분 수업 중 25분의 스트레칭과 복근운동을 통과하면 비로소 발레 동작을 할 수 있었다. 15분은 바(Barre)를 잡고 동작을 하고, 나머지 10분은 플로어 동작을 했다. 

  

  바를 잡고 포인(발끝을 최대한 밀어냄), 플렉스(발끝을 몸 쪽으로 당김)를 반복하며, 5가지의 발동작을 4가지의 손동작과 함께 했다. 이어서 이름만으로도 우아한 플리에, 탄듀, 제떼, 롱드잠 아떼르, 폰듀, 롱드잠 앙레르, 프라페, 아다지오, 그랑바뜨망, 림바링을 했다. 발끝부터 종아리, 허벅지, 엉덩이까지 잔뜩 힘을 주고 팔은 나비처럼 나풀나풀 동작하는 것이 힘들었다. 하지만 티내지 않고 동작을 해내면 묘한 성취감이 들었다. 여러 용어들이 있는데 선생님을 보고 동작을 따라하느라 머리와 몸이 바빠서 정확하게 용어들이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플로어에서는 바워크에서 배운 기초동작을 연결에서 연습을 했다. 보통 3, 4가지의 동작을 연결에서 하는데, 내 차례가 오면 긴장되었지만 시솟느같은 점프 동작을 하며 연습실을 가로지를 때면 정말 기분이 좋았다.

 

   나는 왜 발레를 좋아했을까?  우선 클래식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 차분해지고 힐링이 되었다. 동작을 거울속 나의 모습을 보며 몸을 최대한 아름답게 보이도록 노력하는 과정이 뿌듯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거울에 비친 나의 모습이 조금씩 나아지는 것을 확인하는것도 큰 즐거움이었다. 클래식 음악과 함께 부드럽고 정제된 동작을 하다보면 복잡한 생각은 잠시 멈추고 내 몸의 움직임에만 집중하게 되었다. 팔과 다리가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 발끝과 손끝의 움직임을 하나하나 확인하는 순간, 나는 여기 존재하는 나 자신을 물리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발레는 단순한 운동을 넘어 이러한 몰입을 통해 나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마지막에는 수강생 부족으로 폐강이 되어 너무 아쉬웠다. 기회가 된다면 다시 발레를 하고 싶다는 마음은 여전히 내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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