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 바리스타
로망으로 시작한 또 다른 취미는 '바리스타 되기' 였다. 로망은 프랑스어 'romance' 에서 유래해 한국어에서 사용되는데 '이상적인 꿈이나 목표, 동경하는 대상'을 가리킨다. 그래서인지 '하고 싶다.' 라는 욕망에서 시작한 취미에 쉽게 사랑에 빠졌다. 커피는 쌉싸름하면서도 새콤달콤하고 고소한 향을 가지고 있고, 카페인의 힘은 강력해서 하루를 더욱 활기차게 지내게 한다. 커피의 향과 맛, 카페인의 힘은 강력해서 마법같이 창조성까지 발휘하게 하는 완벽한 음료라고 생각했다. 에른스트 헤밍웨이, 파블로 피카소 등도 파리의 커피 하우스에서 자유롭게 이야기 하고 사색하면서 작품들을 탄생시켰다니 얼마나 낭만적인가? 빳빳한 앞치마를 입고 아침을 상쾌하게 커피를 내려주는 카페의 바리스타 사장님을 꿈꾸며 바리스타 수업을 신청하였다.
바리스타 수업에서 원두도 탐색하고, 적정한 크기로 갈고 탬핑을 적당하게 하여 알맞은 양의 커피를 추출하는 연습을 하였다. 라떼를 만들기 위해 우유 스티밍 하기, 드립커피 내리기도 배웠다. 다양한 방법으로 커피를 추출해 보기 위해서 프렌치 프레스와 커피 그라인더와 드립도구, 커피 핀(베트남 커피 추출도구)도 구입해서 집에서 실험해 보았다. 하지만 이 수업에서 알게 된 내가 바리스타가 되어 커피를 즐기기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으니 내가 카페인에 약하다는 사실이었다. 수업이 저녁이어서 여러 잔의 커피를 시음을 하면 잠을 들 수가 없었고 가슴이 너무 두근거렸다. 특히 드립커피나 아메리카노에 약했다. 라떼가 아니면 카페인 흡수 속도가 빨라서 위산을 과다 분비 시키는지 속이 쓰렸다. 내가 최대한 마실 수 있는 보통 에스프레소 1샷, 그것도 오전 중에 먹어야 수면을 방해하지 않고 내 일상을 적당히 기분좋게 유지할 수 있었다.
그마저도 40대가 되니 카페인에 더 약해져서 디카페인 커피를 마신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본인의 취향이 생기는 건 좋아하는 음식을 맛있게 오래 즐기고 싶어서인 것 같다. 그래서 나름의 루틴과 변형이 생겼다.
1. 위를 보호하기 위해 아침을 먹고 디카페인 커피를 마신다.
- 알리 디카페인 캡슐이나 스틱이 맛있는 편이다.
2. 홍차가 커피의 카페인이 나에게는 덜 자극적이어서 밀크티도 기분에 따라 마신다.
- 테일러스오브헤로게이트 요크셔 골드(Taylors of Harrogate Yorkshire tea) 가 잘 우려지고 향이 좋다.
- 라 빠르쉐(La Perruche) 앵무새 천연설탕을 넣으면 맛이 깔끔하다.
- 밤에 만들어 두고 자면 아침에 더 진한 밀크티를 마실 수 있다.
3. 맛있는 디카페인 원두를 취급하는 주변 카페를 이용한다.
4. 우유도 가끔은 소화가 안될 때가 있으므로 귀리우유와의 조합으로 마신다.
-오트사이드 바리스타가 맛이 진하고 커피와 잘 어울린다.
(인도네시아산이어서인지 베트남 커피에 이 오트밀크를 사용하는 곳을 여행갔을 때 많이 보았다.)
5. 유명한 커피 맛집에서 시그니처 커피를 마시고 싶을 때는 1샷만 연하게 넣거나 조금만 마신다.
6. 스타벅스에서 나만의 꿀조합도 만들어 둔다.
-디카페인 톨사이즈+샷추가+귀리우유( 우유 많이)
(아쉬운 건 이번 여름동안 수급문제로 귀리우유로 오트사이드를 사용해서 내 입맛에 맞았는데 다시 원
래 사용하던 귀리우류를 사용해서 내 취향은 아니라는 점. )
커피말고 다른 음료를 마시기보다 어떻게든 커피를 마시려고 노력하는 내 모습에 웃음이 나온다. 커피를 맛있게 만들어 다른사람과 공유하는 바리스타는 못 되었지만 나를 위한 맞춤형 바리스타가 되었다는 점에서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집 근처 내가 좋아하는 카페의 '디카페인 라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