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4. 양식 조리사 자격증
나는 계란말이를 잘한다는 칭찬을 듣는다. 하지만 이 칭찬을 들을 때마다 웃음이 쿡쿡 나온다. 내가 계란 말이를 쉽게 하는 이유는 양식조리사 자격증을 따느라 오믈렛을 많이 연습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서양 요리사 자격증은 아이를 낳고 육아휴직하는 동안 취득하였다. 아이가 태어나고 이유식을 하려고 하는데 채소를 작게 썰고 죽을 끓이는게 너무 어려웠다. 이참에 요리를 제대로 배워보자는 생각으로 요리 관련 수업을 평생학습관에서 찾아보았다. 그런데 내가 갈 수 있는 시간은 '양식 조리사 기능사'반밖에 없었다. 처음엔 자격증까지 딸 생각은 없었지만, 열정적인 요기 선생님이 '이왕하는 거 자격증까지 도전해 보자'고 격려해주셨다. 나는 첫 시간에 '칼은 어떻게 잡나요?'라고 물을 정도로 초보였지만 주변 수강생들의 열정에 휩쓸려 아이를 재운 후엔 필기 시험을 공부하고 틈틈이 요리 순서를 외웠다. 매일 2가지씩 요리를 배웠는데 순서를 생각해서 재료를 손질하고 조리하고 나면 3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몰랐다.
실기 시험날 하얀 부직포 모자를 쓰고 앞치마를 하고 내가 무슨 요리를 할 지 긴장되는 마음으로 조리대 앞에 서 있었다. 그 날의 요리는 '오믈렛'이었다. '오~ 이거 통과할수도 있겠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후라이팬에 계란물을 추가하고 팬 위에서 요리조리 움직여가면 노랗고 통통한 오물렛을 완성하였다. 그 결과 나는 양식 조리사 자격증을 딸 수 있었다. 하지만 자격증 요리들을 준비하면서 연습했던 음식 중에 내 입맛에 맞아 자주 해먹는 음식들은 없다. 그래도 자격증 준비를 위해 쌓은 연습 덕분에 그 실력이 계란말이에서 발휘되는 것 같아 그 칭찬을 들으면 웃음이 나오는 것이다. 계란말이는 푱소에는 잘 하지 않는다. 계란 후라이를 하면 후라이팬에 직접 계란 깨서 익히기만 하면 되지만 계란말이는 굽기 전에 계란을 풀어야하고, 구우면서 모양을 잡고, 썰아야 하니 시간도 오래 걸리고 설거지 거리도 늘어나서 나도 모르게 계란 후라이나 스크램블을 자주했던 것 같다.
얼마전에 부모님이 집에 오셨을 때 계란말이를 반찬으로 준비했다. 요리의 달인인 엄마가 내가 계란말이하는 것을 보더니 '뚝딱뚝딱 참 잘한다.'고 이야기를 해주었다. 아마도 사각팬이나 뒤집개를 사용하지 않고 평소에 사용하는 후라이팬과 나무수저 2개로 모양을 잡는 걸 엄마가 보셔서 인것 같다. 반찬으로 내 놓은 계란말이를 보고 남편이 계란말이를 누가 했냐고 물었다. 왜냐고 하니 '장모님이 하신 줄 알았지. 이 실력을 왜 숨기고 있었어?' 라고 했다. 아들도 '엄마~ 할머니가 오니까 계란말이도 먹을 수있고 좋다.' 며 즐거워했다. 이쯤되면 '내가 잘 하는 일 목록에 계란말이를 추가해도 되겠군.' 하고 흐뭇해 진다. 물론 앞으로 더 자주 할 음식은 손쉬운 계란후라이겠지만 말이다.
<계란말이 만드는 법>
1. 도구
: 후라이팬, 나무숟가락 2개 준비
(테팔 원픽냄피펜 24cm가 크기도 적당하고,
깊어서 기름도 잘 튀지 않음.)
2. 재료
: 계란 5개
(1개가 60g정도여서 5개면 통통한 계란말이 가능)
3. 순서:
- 계란을 잘 섞고 양파, 버섯, 파프리카, 당근 등 집에 있는 야체 잘게 썬 것을 추가한다.
- 팬을 달구고 기름을 얇게 두른다.
(건강을 위해 아보카도 오일 사용)
- 기름이 달구어 지면 계란을 얇게 전체적으로 두르고 바닥이 살짝 단단해질 정도롤 익힌다.
- 나무 숟가락 2개로 계란을 말아 팬 한쪽 벽면에 붙인다.
- 팬의 남은 공간에 계란물을 추가로 붓는다.바닥이 찢어지지 않을 정도로 익으면 다시 말아준다.
- 이 과정을 한 번 더 반복한다. 말았을 때 안쪽 부분은 덜 익은 상태여도 겉의 잔열로 익히기 때문에 너무
오래 익히지 않는다. (과하게 익히면 잘 말리지 않고 계란 말이가 딱딱해짐)
글로 써보니 나도 모르게 나름의 노하우가 쌓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런데도 '계란말이를 조금 더 익숙하게 하는게 뭔 자랑이라고 요리사도 아니면서 이렇게 만드는 법까지 쓰냐'고 말하는 내부 비판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나는 전문요리사도 아닌데, 이런 걸 굳이 쓰는 게 맞을까 싶다. 하지만 동시에 '왜 나의 작은 성취들을 무시하지? 별 것 아닌 것처럼 여길 필요 없잖아.' 라는 또 다른 목소리가 들린다. 나는 나의 성장과 도전을 응원하고 싶은 마음으로 <취미수집가> 10편의 글을 쓰기로 하였다. 매일의 성장을 꿈꾸며 끝까지 마무리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