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 플로리스트
나는 호기심이 많다. 어디를 가도 항상 재미거리를 찾아낸다. 그래서 세상의 취미들에도 관심이 많다. 문화센터나 평생교육원에 있는 강좌들을 보면 모두 재미있어 보여서 직장을 다니고 육아를 하면서도 최대한 시간을 내어 이것저것 도전해 보았다. 원데이 클래스나 이벤트가 아닌 최소한 6개월은 지속한 취미들 중에 나와 맞는 취미를 찾는 여정을 기록하려고 한다.
항상 취미는 로망에서 시작된다. 현실적으로는 이렇게 내가 좋아하는 일로 창업은 할 수 없을까 하는 기대감도 함께한다. . '꽃을 만지는 직업은 얼마나 행복할까?', '플로리스트처럼 우아한 직업이 어디 있겠어?' 라는 설렘으로 플로리스트 과정을 시작했다. 선생님이 준비해 오시는 꽃들은 정말 아름다웠다. 꽃다발을 만들기 전에 줄기와 잎을 다듬어 주어야하는데 이 때 줄기를 가위로 자르고 잎을 떼어낼 때 아프게 하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했다. 꽃을 집에 가져오면 꽃의 아름다움을 최대한 유지하기 위해 줄기 끝을 사선으로 잘라 물관을 열어 주었고, 물이 탁해지지 않도록 하루에 한 번씩 물도 갈아주었다. 하지만 꽃을 결국에는 시들고, 쓰레기통에 줄기를 접어 버릴 수 밖에 없었다.
물론 나는 꽃을 선물로 주고 받는 것을 좋아한다. 플로리스트가 꽃을 다루며 사람들에게 기쁨과 위로를 주고, 중요한 순간을 빛내주는 아름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꽃이 시들어서 버려야 하는 상황이 오면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래서 나는 꽃을 그린다. 간직하고 싶을 만큼 아름다운 꽃을 발견하면 사진을 찍고, 그 순간의 아름다움을 그림으로 남긴다.
해바라기 그리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