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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 Oct 25. 2022

나는 여전히 한국어가 어렵다

안티에이징 배움

학교 다닐 때는 한글날 기념으로 글짓기 행사도 많이 하고 했는데 졸업한 이후론 한글날에 글을 쓰는 일도 소원해졌다. 그래서 오랜만에 한글날 특집(?)으로 글을 써보고자 했으나 또다시 내 안의 게으름이 거드름을 피우며 오늘까지 그 일을 미루고 말았다. 그래서 애초에 기획했던 한글날 특집과는 멀어졌지만 꼭 한글날이 아니면 어떤가. 어차피 한글, 정확히는 국어가 어렵다고 푸념을 늘어놓을 것이라서. 푸념이라고 쓰지만 실상 작가가 되려는 나에게 국어가 어렵다는 것은 수치에 가까운 고백이다. 


영단어를 외울 것이 아니라 정말 한글 단어를 외워야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적합한 단어를 떠올리지 못하는 것은 다반사고 이건가 저건가 헷갈리는 것 또한 이루 말할 수 없다. 띄어쓰기는 또 어떤가. 언제 띄어 쓰고 어디를 붙여야 할지 가늠하지 못하는 것은 인간관계에서 적정 거리를 찾지 못해 불협화음을 내는 것 마냥 스트레스다. 어떤 책에서 단어를 제대로 떠올리지 못하면 그냥 모르는 것이라고 했는데, 어쩌면 내가 진짜 정말 멍청할 수 있겠다 싶어 좌절한다. 어떡하랴. 멍청하면 배워야 하는 것을. 그래서 늘 사전을 찾는다. 사전을 찾음에도 불구하고 응용이 안 되는 것 또한 힘들다. 


그러다 문득 왜 나는 이렇게 죽도록 공부해야 하는 생각에 퍽 서글퍼졌다. 머리가 나쁜 것도 한몫하리라 짐작은 하지만 최후 결론은 그렇게 내리기 싫다. 처음에는 그저 아직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한 망생의 인생을 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남들처럼, 그놈의 '남들처럼'이라는 말처럼 때 되면 좋은 대학에, 좋은 회사에 턱턱 들어가고 또 때 되면 승진하고 사회에서 굳건한 입지를 다졌다면 더 이상 공부하지 않았을 것 같았다. 이 무슨 과대망상인지, 사실은 그러기 위해 더 많은 공부를 했어야 할 것을; 어쩌면 꿈을 빨리 이루고, 행복을 만끽하고 싶은 마음에서 환상을 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고 그 망각한 시간만큼 세상은 변하고 있다는 것을. 그래서 사람은 본디 죽을 때까지 끊임없이 공부해야만 하는 존재라는 것을. 


예전에 꽤 괜찮게 읽었던 작품의 작가가 어떤 예능에서 사람들의 뭇매를 맞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나 역시 그때 그 작가에게 적잖이 실망을 해서 굳이 작품과 작가를 언급하지는 않겠다. 당시 성인지 감수성이 모자란 유명인의 성추행과 그 재발 방지 대책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성인지 감수성 교육을 해야 한다는 패널의 말에 그 작가가 이미 꽤 나이를 먹은 사람을 어떻게 교육하냐는 실언을 했고 사람들은 경악했다. 나 역시 그랬다. 나이에 상관없이 세상이 변하고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은 사회가 되면 그에 맞는 교육과 실천이 필요하다. 팔십 노인도 세 살 먹은 아이에게 배울 것이 있다.


변화는 국어에서도 일어난다. 예전에는 맞았던 맞춤법이 지금을 틀리기도 하고, 예전에는 틀렸던 말이 지금은 맞기도 하다. 시류에 따라 변모해가는 것이다. 서글프게도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변화를 싫어하게 되고 무언가 새로운 것을 배우는 일에 두려움을 느낀다. 아직도 우리 회사에는 컴퓨터 엑셀 파일이나 한글 파일 편집을 어려워하는 부장님들이 있다. 배움을 게을리한 탓이다. 우리는 저들과는 다를 것이라고 확신하지 말자. 우리 역시 지금껏 범접할 수 없었던 신문명을 만나게 된다면, 그리고 배우지 않으면 나이 들어 간단한 함수조차 쓰지 못하는 그 부장들이 될 수 있다. 


우리 사무실에는 직장을 얻기 위해 틈틈이 공부하는 인턴과 승진과 제2인생을 위한 자격증 공부를 하는 직원이 공존한다. 결국 인생은 배움의 연속일 뿐이다. 언제, 무엇을 배우는지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변하지 않는 사실은, 알아야 할 것이 있다면 나이와 내 위치를 불문하고 배워야 한다. 그게 단순한 지식이든 지혜이든지 말이다. 모르는 것 자체로는 비난할 수 없지만 모르는 것을 모르는 채로 남겨두는 것은 비난받을 수 있다. 늙지 않는 법 중 하나가 새로운 것을 배우는 일이라고 하니, 늘 배움의 자세로 살아가자. 배움은 최고의 안티에이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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