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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 Feb 01. 2021

성공은 나만의 것이 아니다

제로썸 세상 타파하기

오늘 한 시간이 넘도록 열심히 작성한 글을 올리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왜냐하면, 내게 분명 도움이 되는 일이지만 사회 전체적으로는 이득이 아닐 수도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는 이 곳은 내가 이득을 취하려면 다른 이는 반드시 손해를 입어야 하는 제로썸 세상인 걸까? 문득 새가 알을 깨고 나오는 것처럼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해야만 한다고 했던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이 떠오른다.



나는 이 세상이 제로썸 세상이 아니었으면 한다. 누군가가 이득을 얻으면 누군가는 손해를 보는, 그래서 그 합은 결국 제로가 되는 세상이라면 어떻게 살아도 행복할 것 같지 않다. '내가 이득을 보는 입장이 되면 될 것 아니오'라고 묻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건 결국 경쟁을 의미하는 것이다. 경쟁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란 걸 알지만 그래도 너무 많은 경쟁사회에 내몰려와서인지 썩 달갑지만은 않다.



명상을 하는 어떤 이들은 세상의 에너지는 무한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간절히 원하면 누구나 다 가질 수 있고, 누군가와 경쟁을 해서 다른 이의 것을 뺏아 오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그런데 나 같은 평범한 사람은 아직 깨달음이 부족해서인지 쉽게 납득이 되진 않는다. 정작 취업만 생각해 봐도 내가 합격하면 누군가는 떨어져야 한다. 물론 나는 주로 떨어지는 쪽에 서왔고, 고통스러웠을 뿐이다.



과연 삶을 어떻게 바라봐야 모두가 풍요로운 에너지 속에서 살아갈 수 있을지 고민했는데, 굉장히 거시적인 관점으로 삶을 바라봐야 할 것 같다는 대충의 느낌만을 가졌다. 그보다 조금 엉뚱한 해결책을 찾았는데, 그건 바로 이익을 얻은 자가 자신의 몫을 분명히 깨닫는 것이다. 사람들이 흔히 하는 착각이 있는데, 자신의 성공은 오롯이 자신이 잘나서라고 믿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실 그 성공에는 얼마나 많은 이의 공이 들어가 있는지 알아야만 한다



어렸을 때 공부 좀 한다는 이유로 한창 기고만장하던 때가 아주 잠깐 있었다. 학생에겐 성적이 전부여서 세상이 점수처럼 쉬운 줄 알고 망아지처럼 날뛰던 시절이다. 그땐 내가 똑똑해서, 내가 너무 잘나서 공부를 잘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나는 별로 똑똑하지도 않거니와, 그런 머리로 한때나마 공부를 잘할 수 있었던 이유는 돈을 벌지 않고 공부만 할 수 있게 해 준 부모님이 계셨고, 모르는 것을 잘 가르쳐 준 많은 선생님들과 좋은 교재를 만들어준 이름 모를 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학교라는 곳을 지어준 사람들과, 책상과 필기구를 만들어준 사람들이 나를 도왔다. 공부하다가 배고플 때 먹을 수 있게 쌀을 재배해 준 사람들이 있었고 추울 때 덮을 수 있는 담요를 만들어 준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이 없었다면 나는 공부는커녕 당장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을 것이다



만약 내가 글을 써서 성공한다면 그건 내 글을 읽어 주는 사람들과 내 글을 알아봐 주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글을 써서 사람들에게 보일 수 있는 플랫폼이 있었기 때문이고 한 자 한 자 손글씨를 쓰지 않게 노트북을 만들어준 사람들 덕분이다. 나아가 내게 무수히 많은 사고를 할 수 있게 해 준 많은 저자와 다양한 사람들 덕분이다. 거기에 단지 내 노력이 조금 들어갔을 뿐이다. 그렇게 따지면 세상 사람 모두가 내 성공을 도왔다는 것인가? 터무니없지만 어쩌면 정말 그럴지도......



가끔 기부하는 연예인 기사를 보면서 그들은 이미 이 사실을 깨달은 사람들이구나 싶고, 그래서 롱런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이 많아질 때, 세상은  더 밝아지는 것이 아닐까? 성공한 자들이여, 당신의 성공에 축배를! 그리고 당신의 성공 주주들에게 건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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