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직이 가질 수 있는 기회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

by woo

요즘 공공기관의 무기계약직 전환 문제가 시대적 화두에 올라있고 갈등이 첨예한 상황인지라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지만, 그냥 그저 내가 겪었던 사실만을 말하고 싶다. 가장 처음 계약직으로 입사한 곳은 대기업이었다. 사실 다른 목표가 있었기에 그저 돈 벌기 위해 꼭 계약직으로 입사하고 싶었다. 처음엔. 필기시험 없이 면접과 간단한 영어 시험을 거쳐 입사했고 1년 후 인사고과를 통해 재계약 여부가 결정되었다. 최대 2년까지만 근무할 수 있었고, 그 후에는 무조건 정규직으로 전환되어야 했기에 대부분 계약 해지가 된다. 그런데 나는 운이 좋았던 탓인지 시대의 흐름에 맞게 계약직의 정규직 전환이 요구되는 상황이었고 그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물론, 나는 그 복을 스스로 발로 차 버렸지만.


솔직히 대기업, 공무원, 공기업 계약직을 거치면서 가장 일이 즐거웠던 곳은 대기업이다. 처음으로 내가 느끼기에 일다운 일(?)을 하는 곳이기도 했고 어쩌면 가장 적성과 맞는 일을 할 수 있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아무래도 큰 프로젝트를 다루기 때문에 범위가 크고 신기하고 호기심 넘치는 것들이 많아서 더욱더 깊이 파고들 수 있었다. 특별히 누가 지시하지 않아도 스스로 일을 찾아 하던 때였다. 당연히 나는 헐값에 나쁘지 않은 가성비 좋은 직원이었을 것이다. 그러니 시대적 상황에 맞물려 정규직의 기회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내가 사장 면접 등의 절차를 밟아 정규직 확정을 지은 것은 아니었지만, 실제로 계약직으로 입사해서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직원이 제법 있었다. 모두 남자이긴 했지만.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잘 된 케이스일 뿐이고, 사실 회사 사정에 따라 1년 계약으로 끝나는 일이 많았다. 그래서 모두 영혼을 팔아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진 않다. 가장 중요한 건 분명한 성과를 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대적으로도 정규직 전환의 권장이 있어야 가능하며, 문제는 그 기회가 언제 어떻게 올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정규직 전환 후에는 여전히 성골이냐 진골이냐의 문제가 남아있을 것이다. 뭐, 그건 그다음의 문제이니까 번외로 하기로 하고.


대기업 박차고(?) 나와서 일탈을 잠깐 즐기다가 더 이상 놀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을 때, 공기업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그런데 웬걸, 나는 정말로 억세게 운이 좋은 것인지 이번에도 정규직 전환이 되었다. 아르바이트로 들어간 것이기 때문에 면접만 봤고, 바로 이 점이 요즘 청년들이 가장 싫어하는 부분이지 싶다. 하지만 여러분의 화를 가라앉히기 위해 잠깐 언급하자면, 초단시간이었기 때문에 생계유지가 되지 않아서 절대 오래 유지할 수 없는 직업이었다. 그리고 머지않아 곧 이 회사를 관뒀다. 먹고살기 위해 또다시 공기업 무기계약직 자리로 옮긴 것이다. 이번에는 NCS필기시험부터 치르고 갔다. 물론 정규직 자리를 노리고 공부를 시작했고 타 공기업 정규직 면접에서 모두 떨어졌기 때문에 한 군데 붙은 무기계약직으로 올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


들어와 보니 역시 여기도 계약직에서 전환된 무기계약직이 제법 있었다. 어쩌면 나보다 더 억세게 운이 좋은 사람들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이들을 비난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내가 전에 직장에서 정규직 전환을 기대한 것이 아니듯이, 이 분들도 그랬으며 자기 자리에서 맡은 임무를 다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지 청년들이 화내는 이유를 너무 잘 이해할 뿐이다. 과연 무기계약직을 정규직으로 부를 수 있는가라는 생각이 들지만 어쨌든 일어난 사실을 전하자면, 계약직에게는 누군가는 부러워할 수도 있는 무기계약직 자리를 가질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하지만 절대 정규직과 동일한 대우를 받지 않는다. 그래서 대부분이 정규직이 되기 위해 여전히 공부를 한다. 정년이 보장된 무기계약직이라고 하지만 그 누구도 정년을 채우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이다. 나도 정년을 채우지 않는 것이 절실한 꿈이다.


꼭 정규직으로 전환되어야만 기회를 가진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가장 처음 일했던 대기업에서 경력을 쌓고 경력직으로 타 대기업으로 간 직원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건 조금 더 복잡한데, 그분은 자체 계약직도 아닌 용역업체를 통해 처음 대기업에 발을 들였고, 용역직원으로 2년, 그리고 자체 계약직으로 전환되어 2년, 총 4년을 일하고 퇴사했다. 그리고 잠깐 중견기업에서 일하다가 그 경력으로 경쟁사인 대기업으로 경력직 이직에 성공했다. 긴 여정이긴 했지만 대기업 근무 경력을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현재의 공기업에서도 보면, 무기계약직으로 입사해서 일도 하고 공부도 하면서 결국 더 좋은 기업에 정규직으로 옮겨가는 경우도 심심찮게 본다. 아니, 아주 빈번하게 본다. 혹은 같은 기업에 정규직으로 재입사한 경우도 봤다. 심지어 근무 경력도 인정받는다. 결국 계약직으로 인생 끝나는 것이 공식은 아니란 말이다. 이건 어디까지 나와 같은 계약직을 위로하는 말이겠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 길을 잃지 않고 묵묵히 걷다 보면 어느새 그곳에 도착해 있을 것이다. 기죽지 말자! 내 인생은 남의 판단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

















keyword
이전 05화계약직으로 삶 누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