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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쭈야 Feb 28. 2023

홍게짱 사장님



(홍게짱 : 양산시 물금읍 백호2길 69, 전화: 055-388-0958)

 매달 뭐가 그리 바쁜지 정신이 하나도 없지만, 맛집을 다니는 대학 친구들과의 계모임은 건너뛸 수가 없다. 이번 모임은 양산에서 하기로 하여, 먹고나면 다음날 또 생각나는 “홍게짱”이라는 홍게 무한리필집을 찾았다.  


 자리를 잡은 우리는 입을 즐거이 해줄 홍게찜이 빨리 나오길 기다리며 기본 밑반찬을 깨작 깨작 거리며 수다를 떨었다. 


어느새 사장님은 따끈따끈한 막 찐 홍게를 큰 쟁반에 가득 얹어서 우리 테이블로 가져다주셨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홍게들을 쳐다보며 딱 보기에도 커 보이는 녀석들을 집어들려고 하는데, 사장님은 작은 아이들이 살이 꽉 차고 맛이 좋다고 하셨다. 그러고 보니 그의 말씀대로 작은 홍게의 배 부분이 살이 꽉 들어차 있는 듯 보였다.  먹성 좋은 친구들과 몇 쟁반이나 신나게 먹었다. 사장님은 우리 식사가 끝날 때까지도 가게안에 계시지는 않고 밖에서 홍게를 세척하고 찌고, 포장하기를 계속하고 계셨다. 나는 슬쩍 그에게로 갔다.  


    

 사장님은 이 일을 하신 지 벌써 20년이라 하셨다. 포항에서 가게를 하다 처가댁이 양산이라 양산으로 내려와 이곳에서 장사를 시작하신 지 7년째라 하신다.     

 그는 매일 새벽 3시에 일어나 포항 구룡포로 가서, 경매로 좋은 홍게를 받아온다고 하는데, 오늘은 늘 받아오던 홍게잡이 배의 경매에 실패해서 다른 배의 홍게를 가져왔더니, 겉으로 보였던 아이들은 자그마하고 살이 꽉 차 좋아 보였는데, 살이 차지 않은 큰 아이들이 숨겨져 왔다며 아쉬워 하셨다.


 우리는 맛있게만 먹었는데 전문가의 눈은 다른가 보다. 홍게는 수심에 따라 먹이가 달라서 색과 맛이 다른데, 깊은 곳에 서식하는 아이들은 껍질이 단단하고 내장 색깔도 검정이며 짠맛이 강하여 사장님은 취급하지 않는다고 하셨다. 수심 300m 정도에서 잡아 올린 것이 가장 맛이 좋다고 하시는데 20년간 일을 하다 보니 이제는 딱 보면 좋은 홍게인지 아닌지를 아신다고 한다. 무한리필로 장사를 하고 계시지만, 손님이 한번 드시고 맛이 없으면 다시는 찾아오지 않는다며, 그들에게 최상의 홍게를 제공해서 그 맛을 제대로 알고 자주 찾아와주는 가게로 만들기 위해 직접 살펴보고 운반해 오셨다. 좋은 음식을 제공하고 맛을 유지하려는 사장님의 의지와 꾸준한 부지런함에 박수를 보내면서, 조금 특별한 날 홍게짱에서 홍게를 실컷 즐겨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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