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우리동네 커피숍 아르바이트생
집 앞 입구에 작은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이 생긴 후로 아침 출근할 때마다 꼭 들러서 커피를 사들고 나온다. 그곳은 평일에는 아이들 유치원을 보낸 엄마들이 모여서 이런저런 수다를 떠느라 만석이고, 오전 시간이 아주 분주해 보인다. 커피전문점의 아르바이트 청년과 젊은 여사장은 숙달된 빠른 손놀림으로 손님을 응대한다. 두 사람은 무엇을 주문을 하든 어디에 뭐가 있는지 머리보다 손이 더 빨리 움직이는 것 같았다. 단체 주문이라도 받으면 손발이 척척 맞아서 환상의 콤비 같다.
퇴근 후 바쁜 일이 없는 날은 이것저것 그림 도구들을 챙겨 들고 커피전문점으로 가서 그림을 그리며 혼자만의 시간을 즐긴다. 그럴 때는 그날 하루의 피로마저 가신다.
어느 날 커피를 주문하려는데, 잘생긴 그가 말을 걸어왔다.
“그때 언뜻 뵈니 그림을 그리시는 것 같은데, 무슨 그림을 그리시나요?”
“아. 저는 주말에는 여기저기 다니면서 어반스케치를 즐기고 있고요, 평일에는 평소 그려보고 싶은 것이나 사진 찍어 놓은 것을 보고 그려요. 그림에 관심 있으시면 어반스케치 모임이 있는데 함께 하실래요?”
“네. 저는 가구 또는 인테리어 쪽으로 관심이 많아요. 그런데 그리시는 게 너무 재밌어 보이고 신기하고 부럽더라고요.”
간단히 모임에 대한 소개와 루트를 알려드리고 커피를 받고 나왔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그 청년이 보이질 않고, 나이 드신 아주머니께서 그 자릴 대신하고 있었다. 그래서 사장님께 여쭤보니 취직이 되어서 그만두었다고 하셨다. 사장님과 그 청년은 커피전문점을 시작할 때부터 함께 했었는데, 청년에겐 당연히 제 갈 길을 가야 하지만 아침마다 가게 문을 열고 늘 같은 자리에 있던 사람이 안 보이니 내가 다 아쉬웠다. 묵묵히 성실히 일하던 모습의 그는 아마 취직해도 인정받고 잘 해낼 것 같은 느낌이다.
사람이 아름다워 보일 때에는 자기에게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고 있을 때가 아닌가 싶다. 가만 생각하니 얼굴이 잘 생긴 게 아니라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예뻐 보인 것 같다. 어디든지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다. 헤어진 후에도 상대에게 성실한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다. 내가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또 오늘 하루를 보내자고 다짐해본다.